<사과>는 4년이나 묵혀놨던 영화지만, 지금 봐도 전혀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만큼 포장되지 않은 사랑에 관한 현실은 너무나 냉혹하게 시공간을 초월한다. 언제나 같은 곳을 바라볼 것 같던 민석의 한마디 "내가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 오랜 연인 사이의 이별은 그저 너무 오래 만나 질려서 헤어지는 듯 하지만, 민석의 이 한마디가 옳은 듯 하다. 처음 사랑할 땐 그저 나보다 너를 위해 배려하고 희생하는 것으로만 사랑의 전부라고 여긴다. 그래서, 항상 나보다 너에게 내 모든 촛점을 맞추려 노력하기 마련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알면서도 가족과의 여행보단 연인과의 여행을 택했던, 그래서 미안했지만, 한편으론 행복했던 제주도 여행을 떠나는 현정을 보면, 바로 그러하다. 소위, 눈먼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 점점 자신의 가족관계, 친구관계, 생활패턴, 사회생활, 자신의 목표나 가치관까지 상대로 인해 변하고 달라지게 된다. 그러다가 점점 자신을 잃어간다고 느끼는 순간이 온다. 자신을 잃은 것을 두려운 순간, 나보다 너를 더 사랑하지 않다는 것을 깨닳은 순간 이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느낀다.
영화는 여기서 상훈을 등장시켜 결혼에 관한 현실적 공감을 이끈다. 그렇게 오랫도록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좋아서 결혼하는게 아니라 싫지 않아서 하는 현정을 보노라면, 처연한 현실이 우리 혹은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투명한 유리관을 통해 바라보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어찌보면 민석의 이별 멘트보다 상훈의 일상적 멘트들은 오히려 현실에 가깝다. 사랑할 줄 모르는 너무나 답답하고 투박한 남자들의 특성을 그대로 모아논 상훈이 바로 현실의 남성상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대화와 이해를 요하는 여자와 달리, 여자들의 논리적 추궁을 회피하고, 상황모면을 위한 자기 의지적 행동들로 일관하는 남자들의 모습이 현정과 상훈의 갈등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또, 이러한 갈등의 시작과 끝을 관조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우리네 현실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모르겠다. 마지막 현정의 "미안해"가 민석과의 재회에 대한 사과인지, "나는 꾸준히 사랑을 해왔다고 생각하는데, 노력하지는 않은것 같아"라는 대사처럼 노력하지 않은 자신의 사랑에 대한 자책인지. 중요한 것은 사랑에도 타이밍이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만큼 날 양보하는 게 사랑임을 깨달았어"라는 민석의 말처럼 뒤늦은 깨달음은 후회만 남는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 대한 사랑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하는 영화이며, 과연 그 사랑에 대해 되돌아 볼 타이밍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다. 비단, 사랑 뿐만 아니다. 타이밍을 놓쳐버린 상훈의 씁쓸한 현실과 그것마저 알고 있는 상훈 자신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누구도 미워할 순 없다. 민석도 이해되고, 현정도 이해되고, 상훈도 이해가 된다. 그게 우리들 현실이고 삶이기 때문이다. 한가지 아쉽다면 이런 영화는 혼자보고 싶다는 것이다. 나야 그렇다쳐도 극장 안의 그 많은 솔로부대들은 뭘 알고 온건가?
7.5점
하지만, 그러면서 점점 자신의 가족관계, 친구관계, 생활패턴, 사회생활, 자신의 목표나 가치관까지 상대로 인해 변하고 달라지게 된다. 그러다가 점점 자신을 잃어간다고 느끼는 순간이 온다. 자신을 잃은 것을 두려운 순간, 나보다 너를 더 사랑하지 않다는 것을 깨닳은 순간 이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느낀다.
영화는 여기서 상훈을 등장시켜 결혼에 관한 현실적 공감을 이끈다. 그렇게 오랫도록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좋아서 결혼하는게 아니라 싫지 않아서 하는 현정을 보노라면, 처연한 현실이 우리 혹은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투명한 유리관을 통해 바라보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어찌보면 민석의 이별 멘트보다 상훈의 일상적 멘트들은 오히려 현실에 가깝다. 사랑할 줄 모르는 너무나 답답하고 투박한 남자들의 특성을 그대로 모아논 상훈이 바로 현실의 남성상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대화와 이해를 요하는 여자와 달리, 여자들의 논리적 추궁을 회피하고, 상황모면을 위한 자기 의지적 행동들로 일관하는 남자들의 모습이 현정과 상훈의 갈등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또, 이러한 갈등의 시작과 끝을 관조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우리네 현실이기 때문이다.
겨울에 먹는 아이스크림의 그 알싸함이란.
아직도 모르겠다. 마지막 현정의 "미안해"가 민석과의 재회에 대한 사과인지, "나는 꾸준히 사랑을 해왔다고 생각하는데, 노력하지는 않은것 같아"라는 대사처럼 노력하지 않은 자신의 사랑에 대한 자책인지. 중요한 것은 사랑에도 타이밍이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만큼 날 양보하는 게 사랑임을 깨달았어"라는 민석의 말처럼 뒤늦은 깨달음은 후회만 남는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에 대한 사랑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하는 영화이며, 과연 그 사랑에 대해 되돌아 볼 타이밍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다. 비단, 사랑 뿐만 아니다. 타이밍을 놓쳐버린 상훈의 씁쓸한 현실과 그것마저 알고 있는 상훈 자신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누구도 미워할 순 없다. 민석도 이해되고, 현정도 이해되고, 상훈도 이해가 된다. 그게 우리들 현실이고 삶이기 때문이다. 한가지 아쉽다면 이런 영화는 혼자보고 싶다는 것이다. 나야 그렇다쳐도 극장 안의 그 많은 솔로부대들은 뭘 알고 온건가?
7.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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