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북한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를 두고 아직까지 뒷말이 많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2002월드컵과 2006월드컵을 거치면서, 이제는 탈아시아급 실력을 갖췄다고 생각했던 한국축구의 현주소를 낱낱이 봐버렸기 때문이다. 차라리 2002 한일월드컵 매트릭스 속에 갖혀 있었다면 나았을 것을, 매트릭스 밖의 현실을 알아버린 축구팬들이 가만히 있을리 만무하다.

▲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이천수 ⓒ Xportsnews.com


개인적으론 국가대표 선발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러선수 언급할 필요없이 두 공격수, 조재진과 이천수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먼저, 이천수를 왜 선발했는지 아직까지도 의아하다. 말로는 박지성과 설기현을 차출할 수 없기에 선발했다고 하지만, 부상의 여파도 가시지 않아 경기력도 제 궤도에 올라오지 않은 선수를, 그저 컵대회에서 한골 성공시켰다고 선발한 것은 대표팀 선발 원칙이 무엇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굳이 이천수가 아니라도 이청용이나 이근호도 있고, 새롭게 최성국도 합류시킨 시점에서 말이다. 리그경기를 한번이라도 봤다면, 아직 이천수의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란 것을 알았을텐데, 왜 무리하게 합류시켰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물론, 이천수의 실력을 의심하는 바는 아니다. 누누이 얘기했지만, 이천수의 실력만큼은 탈 K리그급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날고 기는 월드클래스급 선수라도 몸상태가 좋지 못하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무리하게 이천수를 선발한 것은 예전 명성에 기대여, 그저 한건을 바랬던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다른 포지션이면 몰라도 우리나라에 윙어자원은 풍부한편 아닌가.


조재진에 대해선 정말 할 말이 없다. 도대체 어떠한 능력이 허정무 감독을 매료시켰는지 모르겠다만, 그의 조재진 사랑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그저 최전방에서 포스트 플레이를 해줄 선수를 생각하다보니, 생각나는게 조재진 밖에 없었다면 할 말이 없다. 평가전에서도 느릿느릿하고, 파괴력 없는 플레이로 일관하더니, 북한전에서도 다름 없었다.

만약, 골을 둘째치고, 그저 중앙에서 몸싸움이나 해주고, 볼이나 떨궈줄 선수가 필요하다면, 차라리 부산의 정성훈을 추천한다. 일단, 조재진보다 피지컬이 좋고, 몸싸움도 적극적이다. 부산의 경기를 보면, 대부분의 헤딩볼을 따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긴 하지만. 그리고 수비가담도 좋고, 체력적으로도 훌룡하다. 전반에 상대 수비를 압박해 지치게 하고, 후반에 빠른 발을 이용하는 전술 활용도 가능하다.


리그 초반엔 찬스에 비해 골을 못 넣는다고 욕을 좀 먹긴 했지만, 어차피 골 넣은 유전자 없기는 조재진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최근 정성훈은 골까지 넣고 있다. 무서운 기세로. 여러모로 살펴봐도 조재진보단 정성훈이 낫다. 물론, 애초에 아시아에서도 통하지 않는 포스트 플레이를 왜 고집하는지 이해할 수 없긴 하지만, 굳이 하겠다면, 정성훈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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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속 5센티미터>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으로, 한국에 처음 소개된 작품이다. 지브리 스타일에 젖어 있다면, 아마 색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다. 이전에 접하던 일본 애니와 달리, 설레임보다 그리움이, 발랄함보단 차분함이, 두근거림보단 애절함이 더 묻어난다. 그래서 너무 서정적이고, 문학적인 그와 그녀의 감성에 쉽게 빠져들기 힘들다. 마치, 순정만화를 보는 듯한 닭살스러움이랄까.


전체 러닝타임이 70분도 되지 않을 정도로 짧지만, 그럼에도 3개의 옴니버스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는 타카키와 아라리가 중심이 되어, 시간별로 개개의 스토리를 엮어간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큰 이벤트를 담고 있기 보단, 큰 시간의 흐름 속에서, 묵직한 공간에 갖혀있는 느낌이다. 긴 대사와 장황한 상황 설명보단, 관조적 분위기 속에 묵묵히 지켜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그저, 인물의 감성적 심리상태를 따라 동조하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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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느낌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에, 그리 공감적으로 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볼 만한 것은 역시, 스타일이다. 마치, 실사를 보는 듯, 장면 장면이 빛바랜 스냅사진처럼 은은하게 다가온다. 아름다운 영상과 마지막에 흘러나오는 음악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7.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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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의 경기를 보면 알겠지만, 허정무 축구의 색깔은 거의 베어벡 축구와 가깝다. 찬찬히 지켜보면 베어벡이 감독하던 시절의 포메이션이나 전술운영과 매우 흡사하다. 조재진을 원톱에 박아놓고, 길게 올라오는 볼을 떨궈주면, 2선에서 침투하는 선수가 받아서 골을 넣는 방식이다. 하지만, 누차 얘기했듯, 전방으로 길게 올려주는 볼은 누구를 겨냥한 것도 아니며, 조재진은 볼을 떨궈주는게 아니라 공과 머리가 그저 접촉할 뿐이고, 2선 침투 선수는 전무한 상태이다. 즉, 전술에 대한 이해나 소화할 능력도 없는 선수들임에도 매경기 그런 행위를 리플레이하고 있다.

그래도 차이점을 찝자면, 베어벡 축구보다 패스의 수가 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좋은 의미가 아니다. 왠지 유로 2008 우승팀인 스페인의 영향으로 패스 숫자만 늘려 볼 소유 시간만 늘어난 인상이다. 하지만 한국에 이니에스타가 있나, 사비가 있나, 세스크가 있나. 창의적인 패스와 2대1 패스는 전무한 상태에서 무의미하게 볼 돌리는 시간만 늘어났을 뿐이다. 시원한 돌파와 위협적인 공격 장면은 한차례도 연출되지 않았고, 오히려, 이 무의미한 볼 돌리기 때문에 역습의 파괴력만 떨어트려, 베어벡 때 보다도 저조한 득점력의 안습 결과를 초래했다. 경기를 뒤짚어 보면, 역습찬스에서 공이 빠르지 나가지 못하는 점을 알 수 있다. 상대 공격을 차단한 뒤, 빠르게 윙어한테 볼을 연결시키는 것이 아니라, 김남일 혹은 김두현을 거쳐서 템포를 죽이면서 나간다.


중원뿐만 아니라, 상대 골대 앞에서도 그렇다. 시원한 슈팅도 한차례 없을 정도로 어설프게 흘려주는 패스만 남발하며, 공격 찬스를 무위로 날려버렸다.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선수도 없었으며, 볼을 받으려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선수도 없었다. 상대 수비와 경합해주며, 적극적인 몸싸움을 해주는 선수도 없었다. 그저, 공 잡은 선수만 열심히 돌아다니다가 뒤로 내주고, 그 선수는 다시 쉬고 있다가 공오면 다시 열심히 돌아다니고를 반복할 뿐이었다.

K리그에서도 '무재배' 감독으로 유명했던 허정무 감독이 국대에서 보여준 자신만의 색깔이라곤 '무재배'밖에 없다. 그 외엔 왠지, 베어벡 축구를 따라하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새로운 감독은 지난 과거의 한국 축구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해나가면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재 허정무호의 모습은 허정무식 '무재배' 베어벡 축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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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는 허정무 축구가 얼마나 색깔없는 축구를 구사하는지 증명하는 경기였다. 90분 내내 위협적인 돌파도 없었고, 날카로운 크로스도 없었고, 기습적인 슈팅도 없었다. 무의미하게 횡패스와 백패스만 돌리다가 경기가 끝났다. 도대체 어떻게 공격을 풀어가겠다는건지 의도조차 알기 힘들었다. 그저 상대 수비가 실수하기를 바라는 듯 했다.

공격력과 골 결정력이야, 매번 지적되는 부분이라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중원마저 뺐겼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태껏 세번의 무승부가 있었지만, 경기 자체는 장악한 상태에서 득점력이 빈곤으로 비겼던 것이라면, 이번 경기는 중원 장악도 실패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 이유엔 조원희의 공백이 크다. 기존엔 김남일과 조원희를 수미로 둬서 각자의 역할을 분담했지만, 이번엔 김남일 혼자 조원희의 역할까지 맡아야 했기에 역부족이였다. 조원희가 없는 중원은 누구 하나 궂은일을 맡을려고 하지 않았다. 김남일은 예전만큼 터프하진 못했고, 기성용은 한골 넣긴 했지만 아직까지 수비면에선 역부족이였다.

▲ 어느새 대표팀의 중심이 된 조원희 ⓒ 조이뉴스24


공격시 김두현을 좀더 자유롭게 둬서 패스의 질을 높여야 하는데, 조원희가 없다보니 김두현은 상대 압박때문에 좋은 패스가 나오지 못했고, 좌우로 혹은 뒤로 돌리는 패스를 자주 나왔다. 역습 위기때도 풀백들이 올라간 자리를 조원희가 메꿔줘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대신할 선수가 없었다.홍영조의 단독돌파를 내준 위기가 바로 그러한 장면들이다.

또, 수비와 미들의 연결고리가 없다보니 공간이 벌어지고, 오히려 공격과 미들은 포지션을 겹치는 장면이 여눌되었다. 최성국과 기성용이 겹친다던지, 기성용과 김남일이 겹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김치우는 김두현의 자리와 겹치기도 했다. 게다가 공격시 자리를 지켜야 할 선수와 공간을 찾아 들어가야 할 선수의 역할분담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무위로 그치는 공격이 잦았다.

현재, 조원희가 부상 중이라 어쩔 수 없었다면 대체를 선발해야 했지만, 현 대표팀에 조원희이 대체자는 없다. 이호는 일단 제외하고, 기껏해야 김정우 밖에 없으며, 다른 포지션에 비슷한 성향의 선수들만 잔뜩 뽑아놨다. 오장은이나 박현범이 뽑히길 기대했지만, 말 그대로 기대로 끝나고 말았다. 다음 UAE와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조원희없이 경기를 치뤄야 하는데, 누구에게 조원희가 맡았던 역할을 맡길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소화해 낼지도 지켜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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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게 해줬음에 감사한다. 100분은 1시간 40분이나 되는 시간으로, 영화 한편을 볼 수 있는 시간이며, 여자 친구와 백화점 쇼핑을 할 수 있는 시간이고, 책 한권을 읽은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며, 플스방에서 위닝을 10분 경기로 10판이나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런 소중하고, 귀중한 시간을 동물농장 보듯, 헛되이 낭비하면 안되는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애초에 기대치가 낮으면, 실망도 않는 법이다. 그래서 기대치를 최대한 낮추고 낮춰서 시청했다. 그래서 그런지, 무덤덤하다. 원래 그런 사람이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태껏 그의 역량을 충분히 보아 왔다. 대선 전, 합동토론회를 통해 공약의 결과가 어떠한지 보았으며, 촛불집회를 보며 반성한 결과가 어떠한지 보았다. 이제, 쑈의 결과가 어떠한지를 걱정해야 한다. 이건 대화나 소통이 아니라, 통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추석만 지나면 거칠 것이 없다. 어차피 9월 위기설이야 과장된 측면이 많았으며, 촛불집회의 위기도 올림픽을 기점으로 누그러진 상태이다. 그렇게 열성적인던 진보의 흐름은 교육감 선거를 기점으로 패배와 무력감에 젖어 있다. 이제, 추석 전, 물가 앞에 서민들의 패닉현상만 무마시키면, 연말까지는 걱정꺼리가 없는 상태이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이번 쑈이다.

방송장악은 예정대로 척척 진행되었으며, 이제 인터넷만 장악하면 되고, 공기업의 선진화를 빙자한 민영화는 의혹이 있건 말건 생각대로 되고 있고, 이제 이재오를 불러다가 대운하만 다시 시작하면 된다. 설사, 대운하가 역풍을 맞아도, 뉴타운과 신도시라는 새로운 카드가 있으니 크게 걱정은 없다. 우리나라엔 건설덕후를 믿고 지지하는 땅사모가 무지하게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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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축구만화는 축구선수가 주인공이기 마련이다. 대부분이 스트라이커고, 가끔 게임메이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성장기를 주된 내용으로 담고 있다. 그래서 축구만화가 거기서 거기같은 느낌을 받기 일쑤다. 하지만, 츠나모토 마사야의 <자이언트 킬링>은 좀 색다르다. 축구 만화처럼 보이지 않는 코믹스런 표지와 달리, 내용은 축구 이외에 어떠한 것도 담고 있지 않다. 축구와 우정이라던지, 축구와 사랑을 매개로 엮어내지 않는다. 바로, 축구감독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20대라 해도 믿을 만한 동안의 타츠미 타케시가 J리그의 최연소 감독으로, 만년 최하위 팀인 ETU를 맡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제목인 <자이언트 킬링>은 축구에서 가장 짜릿한 승부, 약팀이 강팀을 꺾는 이변을 뜻한다. 그렇다면, 대충 감이 잡힌다. 만년, 최하위 팀이였던 ETU를 타츠미 타케시가 맡겨되면서 어떻게 강팀을 꺾어나가며, 성장하는지를 보여주는 만화이다.

축구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축구만을 즐기기에 충분한 만화이다. 축구 전술이라던지, 훈련 방식에 관한 얘기, 구단 운영에 관한 얘기들이 잘 엮여져 있다. 현재 4권까지 출간되었음에도 타츠미 타케시가 돌아온 ETU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얘기들이 펼쳐질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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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중 탁구부> 이후, 줄곧 비주류의 행동양식과 내면성장을 고찰해 오던 후루야 미노루의 만화적 캐릭터의 성인 버전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심해어>이다. 이전 작품에선 중,고교생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번엔 어느새 서른살이 되어버린 어엿한 사회인의 얘기다. 물론, 이도 사회적 비주류에 해당되지만.


후루야 미노루의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결말이 <두더지>였다. 스스로 땅을 파고, 지하 끝까지 어둠 속을 향해, 누구에게도 피해주를 주지 않고,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던 스미다의 이상을 제목에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심해어>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내심 <두더지>의 연장선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오히려 극화의 흐름은 <시가테라>쪽에 가깝다.

물론, 이번에도 현실도피적인 비주류의 인물이다. 하지만, <두더지>의 스미다처럼 염세적이지 않고, 두더지에서 느껴지는 정적인 느낌보단, <심해어> 제목이 주는 느낌대로 좀더 자유를 부여한 동적인 느낌이 강하다. 홀로, 고독을 즐기면서도, 자유롭고 싶은, 진화된 아웃사이더의 전형을 그리고 있다. 현재 3권까지 발행된 시점에선 이전까지와 차별화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없었지만, 이전처럼 두서없이 색다른 인물을 등장시켜, 또다른 재미를 줄 것 같은 기대감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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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가 뿔났다. 자기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을 마구 부수고, 재개발이란 명목으로 자연을 훼손하고 있는 인간들을 이제 가만히 두고 볼 수 만은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지되었던 변신술을 허용하여, 인간을 연구하기 위해, 티비 앞에 둘러 앉아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 자그마치 5년이란 시간 동안 말이다.


으쌰으쌰, 으라차차해서 명랑발랄쾌활하게 너구리의 승리로 끝나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인간이란 종족은 그리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너구리와 인간과의 전쟁? 이외에 너구리들의 대응책을 마련해가는 과정과 방식에 있다.


인간세상도 예사 그렇듯 강경파와 온건파가 나왔으며, 그들은 합치되지 못한 채, 각자의 방법론으로 인간사에 대처한다. 흡사, 너구리가 인간을 흉내내는 듯 모습은 그리 썩 유쾌하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액션에 대한 리액션이 예상과 달리 나왔을 때의 너구리들의 좌절감과 실망감에 동화되기도 한다. 또, 그 결과들이 씁쓸하고, 매서울 정도로 인간들과 닮아 있다. 사이비 종교가 생겨나 너구리들을 홀린다거나, 아예 그 환경을 떠나려 한다거나, 다시 인간들이 알아줄 때까지 자신들의 방식을 고집한다거나,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강경하고 단호하게 몰아부치는 다양한 반응들이 말이다. 뭐, 결론은 늘 그렇듯, 척박한 인간 세상에 너구리의 힘겨운 적응기만 남겨져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렇듯 냉혹한 현실을 해악넘치는 유머와 기지로 풀어내는 방식이 탁월하다.


신대륙의 실체가 없듯, 강자의 논리에서만 바라봐 왔던 관점을 너구리의 관점에서 개발 논리의 잔인성을 바라보고 있다. 인간들의 보금자리를 위해 동물들의 보금자리를 빼앗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공생의 방법론은 없는지, 더이상 무리가 남겨져 있지 않은 너구리들의 자연을 훼손하지 말아달라는 절규가 살갑게 다가온다. 인간들의 개발논리에 사라져 가는 그들의 보금자리는 어쩌면, 개발과 함께 매몰되어 가는 인간들, 그 자신이 아닌가 생각된다.

9.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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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4학년 시절, 한참 이력서를 남발하며, 면접을 보러 다닐 때의 일이다. S모 회사에 최종 임원면접을 앞둔 상황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친구랑 같이 면접을 보게 되었다. 그것도 면접 번호 앞뒤로 말이다. 면접의 마지막 차례여서 긴장도 되고, 초조할 법도 한 데, 친구랑 함께여서 인지 기다리는 시간이 오히려 지루하게 느껴졌다. 앞서 들어간 면접자들의 시간도 길어졌고, 친구와 같이 잡담을 해서 인지, 나중엔 면접장 앞인지 망각할 정도로 편안함마저 느꼈다.

그렇게 면접을 앞두고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다가, 면접장에서 노래를 하면 어떨까하는 얘기가 나왔다. 너무 경직되고, 긴장된 모습보다 편안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는 생각과 함께, 서로에게 긴장하지 않았음을 과시하고 싶었던 마음에서 나온 돌발발언이기도 했다. 이젠 서로 오기가 생겨 무슨 노래를 부를지 곡목 선정에 들어갔다.

드디어 우리의 면접 차례가 왔고, 4명이 한조가 되어 들어가야 하는데, 나머지 2명이 참석하지 않아서 우리만 들어가게 되는 행운이 왔다. 만약, 다른 면접자도 있었다면, 다른 면접자들의 눈치도 있고 해서, 노래까지 부르지 못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뿐이겠다 싶는 생각에 지르자고 마음먹고 들어갔다.

꽤 많은 면접자를 대면해서 인지, 면접관들은 꽤나 지쳐보였다. 우리가 들어서자, 잠깐 얼굴만 확인하고, 이력서와 자소서만 쳐다보고 있었다. 큰소리로 차례대로 자기소개를 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이런 저런 경직된 질문들이 오갔다. 그리고, 마지막에 예상했던대로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이나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해보라고 했다.

이때다 싶어서 얘기를 꺼냈다.
"오랜 시간을 면접치루신다고 지쳐보이시는데, 저희가 피로를 날려버릴만한 노래 한곡 하겠습니다."
의아한 얼굴로 우리를 쳐다봤다. 우리는 친구임을 밝히고, 자리에서 일어나 춤까지 추면서 땡벌을 부르기 시작했다.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
.
.
.
.
"혼자서는 이 밤이 너무 너무 길어요~"
노래를 다 부르고 나니, 박수마저 나왔다. 그리고, 지쳐보이던 면접관의 얼굴을 이내 밝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끝날 것같은 면접은 노래가 끝난 후, 이런저런 일상적 잡담과 같은 질문으로 이어졌다. 처음 자기소개할 때의 무거운 공기는 사라진지 오래고, 마치 옆집 아저씨와 얘기하는 듯 주변 얘기와 친구들 얘기를 두런두런 풀어놓고 나왔다.

면접실을 나오면서 이렇게 마음이 편한적이 없었다. 뭔가, 홀가분한 기분이랄까. 아무튼, 다른 면접때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었다. 이 후, 다른 면접에서 다시 땡벌을 부를 만한, 여유와 배짱이 생기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 날은 친구와 함께라는 그 무언가가 호기가 되어 발동했는가 보다. 아무튼, 우린 그 회사에 입사하진 않았지만, 땡벌 덕분인지 합격 통보를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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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라 함은 먹고 난 뒤 그릇을 씻어 정리하는 일을 말한다. 한나라당의 설거지론이 옳다고 얘기하고 싶다면, 먹은 자가 누구인지, 씻어 정리한자가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청문회엔, '론'만 있었을 뿐, 밝혀진 것 없이 끝나고 말았다. 솔직한 심정에선 노무현과 이명박이 청문회에 나와, 맞짱 토론이라도 펼치길 원했건만, 그냥 원론적인 얘기들만 하다가, 메아리로 끝났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설거리론이란 것이 상당히 재밌다. 그들이 얼마나 무능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름대론, 책임을 회피해보고자 하는 소리겠지만, 설거지론으로도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말대로 설거지론 얘기를 해보자면, 노무현 행정부가 먹었고, 이명박 행정부가 씻어 정리했단 얘기다.

그렇다면, 노무현 행정부에서 뭘 싸질러 놓았길래, 이명박 행정부에 와서 씻어 정리해야 했을까. 애초에 설거지론의 합당성을 유지하려면, 노무현 행정부가 30개월 이상으로 하자던 것을, 이명박 행정부에 와서 30개월 미만으로 협상해냈다던지, 뼈를 포함하던 것을 제외시켰다던지. 뭔가, 그들이 주장하는 '국익'에 도움이 되는, 더 나은 협상을 이끌어 냈을 때,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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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수준


하지만, 설거지라 해놓고는 한 것이 없다. 도대체가 씻어서 정리한 것이 없다. 그들의 주장대로 노무현 행정부때, 결정해 놓은 것을 그냥 협상에 따랐을 뿐이다. 하지만, 협상에 임하기 전에 협상 내용을 봤다면, 판단이 섰어야 한다. 이게 욕 먹을 짓인지, 아니면 칭찬받을 짓인지. 만약, 그 판단마저 서지 않았다면, 무능의 극치인 것이고.

결국, 설거지론은 그들이 그렇게 싫어하던, 노무현 행정부의 꽁무니를 그대로 쫒아갔다고 밝힌 꼴이 된다. 그들은 그저 노무현 시다바리란 말인가. 조직개편이나 노무현이 임명한 요직의 사람들은 그렇게 자기들 입맛에 맞춰 바꿔놨으면서, 왜 쇠고기 협상은 자기들 입맛에 맞춰 바꿔놓지 못했는가.

결국, 선물론이든, 설거지론이든, 이명박 행정부가 무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우리는 무능해요"라고 고해성사하는 꼴이니 말이다. 어째, 내가 볼 땐, 설거지가 아니라, 다시는 그릇을 못 쓰도록 깨부셔논 것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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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원과의 경기보다 더 아쉽고, 답답한 경기였다. 삼성과의 K리그 원정경기가 종료 5초 전의 집중력이 부족했다면, 서울과의 컵대회 원정경기는 종료 5분 전의 집중력이 부족했다. 2대0 으로 이기고 있다가, 2대3 역전패라니. 이건 선수들 스스로 반성해봐야 할 문제이다.

경기는 전반적으로 부산이 우위에 있었다. 전반 내내 서울의 투톱으로 나온 정조국과 김은중에게 슈팅을 하나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안정된 수비를 보였고, 중원 장악력이나, 공격의 날카로움도 부산이 우위에 있었다. 구아라는 이전 경기만 못했지만, 정성훈의 상승세가 무서웠다. 몇 번의 아쉬운 찬스를 놓치더니, 전반 추가시간에 완변한 크로스를 골문 안쪽으로 침착하게 차 넣으며,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후반 얼마 지나지 않아, 구아라를 뺴고 안정환을 투입했다. 안정환은 침착하게 사이드로 볼을 끌고가 정성훈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 정확하게 정성훈의 머리 쪽으로 볼을 넘겨줬다. 정성훈의 헤딩은 키퍼에 의해 막혔지만, 재차 시도한 슈팅을 성공시키며 2대0으로 앞서 갈 발판을 마련했다.

▲ 무서운 상승세의 정성훈 ⓒ SEN


하지만, 이 이후가 문제였다. 수원과의 경기에서도 그렇지만, 부산은 앞서가고 있을 때, 경기 운영에 치명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공격수들 전체가 들떠있는 기분이랄까, 뭔가 스스로 보여주고자 하는 욕심에 좋은 찬스에서 번번히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특히, 지난 몇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안정환은 내심 욕심이 있었는지, 무리한 슈팅을 시도하거나, 동료들과 호흡이 잘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수비들도 마찬가지다. 다 이겼다고 생각한건지, 아니면 체력적으로 힘에 부친건지, 그 좋던 수비가 순식간에 무너졌다. 전반의 파이팅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김은중의 헤딩슛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나머지 2골은 충분히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던 슈팅이었다. 하지만 파비오가 뚤리고 나니, 나머지 선수들은 자동문이었다.

▲ 파비오가 뚫리면 다 뚫린다 ⓒ SEN


앞서가고 있는 팀에게 두가지 선택권이 있다. 계속적인 공격을 통해 추가득점을 하느냐, 꽁꽁 틀어잠궈 실점을 막느냐이다. 하지만, 부산은 여태것 틀어잠궈 성공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약팀이 지키고자 할 때는 최대한 안전에게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면서, 오랜 볼 소유시간을 자제하고, 짧은 패스보단 롱패스로 공격수의 스피드를 이용한 역습을 전개해야 한다.

▲ 결국 역전한 서울 ⓒ SEN


하지만, 부산은 좋은 역습 찬스에서도 수비들끼리 짧은 패스로 볼을 돌리다 위험을 자초하기도 했다. 즉, 공격시 빠르게 치고 나가는 패스 속도가 늦다보니, 계속해서 부산 진영에 볼이 머물렀고, 계속된 수비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패스가 차단되면 상대에게 골을 허용하는 그런 패턴이었다. 부산엔 발 빠른 공격수들이 많은데도 자신들의 장기를 활용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모습은 너무 안타까웠다. 아직까지 경기 운영에 있어서 문제가 많다는 얘기다. 운영 뿐만 아니라 집중력도 살릴 필요가 있었다. 경기는 휫슬이 불기 전엔 언제든지, 얼마든지 골을 넣을 수도 있고,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부산 선수들은 지레 경기를 빨리 마무리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문제들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이번 경기의 치욕은 언제든 재현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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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세폴리스>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마르잔 사트라피 감독이 2000년에 이란을 떠나 프랑스에서 자라면서 이란인으로서 겪은 부당한 경험을 자전적 소설 <페르세폴리스>로 발간했고, 그 성공에 힘입어, 뱅상 파로노 감독과 함께 영화화 작업에 착수했다. 영화 <페르세폴리스> 역시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비롯, 세계 유수 영화제 12개 부문에서 수상하였다.

이란하면 떠오르는 것은? 이슬람 문화권과 아시안컵에서 6대2로 대패한 축구정도가 전부이다. 이런 무지 속에서 <페르세폴리스>는 이란 소녀의 시각에서 어렵지 않게 이란의 이야기를 자전적으로 풀어나간다. 전혀 다른 세상일 것만은 이란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페르세폴리스'란 원래 고대 이란(페르시아) 아케메네스 왕조의 수도를 뜻한다. 아마도 이란에 대한 자긍심에, 그 영광스런 역사에 빗대어 제목을 짓지 않았나 생각된다.


<페르세폴리스>는 언뜻 싸보인다. 싸보인단 의미는 요즘 시대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어쩌면 굉장한 자신감과 배짱인지도 모른다. 3D 애니메이션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흑백 애니메이션이라니. 하지만, 오히려 어려운 이란의 정치사와 시대적 배경들을 간결한 터치로, 만화적 상상력을 발휘해 더 쉽고, 유용하게 표현할 수 있는 무기가 되었다.


이란의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인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의 시대적 상황에서 이란 소녀 마르잔이 성장해가는과정을 담고 있다. 어린 시절, 마르잔의 재기발랄이 주는 유쾌함은, 이란의 현실에 맞닿아 억압될 때마다 점점 씁쓸함으로다가온다. 당연한 것을 당연히, 자유롭게 누리지 못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에서 마르잔은 답답함을 느낀다. 차도르가 없으면 여성은밖에 나갈 수도 없고, 파티와 술은 금지되어 있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아바와 마이클 잭슨의 노래조차 마음대로 듣지 못한다.마침, 이라크 침공이 발발하자, 마르잔은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을 떠난다. 사랑하는 조국과 가족을 떠나 "자유에는 대가가 필요한법이니까."


하지만, 빈에서의 생활도 그리 녹록치 못하다. 인종에 대한 차별과 회의감, 향수병, 그리고 이별에. 결국 조국으로 돌아오고 만다. 이런 마르잔의 행보의 후미는 기대했던 것과 달리 마르잔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어쩌면 그녀가 현재 이란 여성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는지도 모른다. 동그란 얼굴의 마르잔이 길쭉한 얼굴로 변해가는 모습엔 그저 처연함이 묻어난다.

뒤돌아보면 우리의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겨우 6개월 사이에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어쩌면 사트라피 감독이 보여주는 바가 우리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흑과 백이 아닌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가 되었을 때, 비로소 <페르세폴리스>를 웃으면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다.

9.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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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작가이긴 하지만, <맨홀>이란 작품은 그의 이름을 기억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전 3권으로 구성되어 다소 짧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임팩트있게 실려있다. <이키가미>도 그러했듯, 일본 만화에선 다소 비현실적 현실을 바탕으로 그렇듯한 설정을 잘 해낸다. '맨홀'은 호러에 가깝지만, 그다지 역한 장면은 없다. 그래도 스토리가 진행되는 내내 맨홀 아래의 그 음산한 분위기는 유지된다.


예전에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정신이상자의 뇌의 일부를 절개하는 수술을 본 일이 있다. 실제 행해졌던 수술인데, 그 이후 난폭하던 정신이상자는 평온을 찾았고, 조용히 일상생활을 행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시술받은 환자는 마치 로보트처럼 일상에 대한 의지가 없어졌으며,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만약,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는 기생충이 모기 따위의 것에 의해 퍼져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만화는 이러한 설정에서 시작한다.

좀더 스케일을 크게 만화적 상상력을 발휘해서 장편으로 이어갔어도 좋을 법했지만, 수습하기 곤란했는지, 아니면 작가의 경력이 짧다보니 이정도 선에서 머문것인지. 사건이 크게 벌어지기 전에 마무리한 느낌이다. 범인의 정체도 범죄의 이유도 다소 맥빠지게 밝혀졌다. <인베이젼>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영화로 만든다면 더 잘 나올 것 같다. 박찬욱 감독이나 봉준호 감독이면 더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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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 기대했긴 했었다. 수원이 리그 선두이긴 하지만, 요즘 부산의 페이스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올림픽 이후, 리그와 컵대회에서 두번의 승리를 거뒀다. 특히, 컵대회 경남과의 경기에선 마지막 5분의 역전쑈를 보여줬듯이, 이제 더이상 부산은 무력하게 무너지는 팀이 아니었다. 지난 두번의 경기에서 안정환이 경고 누적으로 나오지 못했고, 이번 경기에도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지만,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부산의 새로운 용병이 꽤 든든했기 때문이다.

먼저, 파비오는 브라질 선수로 수비를 맡고 있는데, 이탈리아 칼리아리와 스위스 FC툰에서 뛰었던 만큼 경험이 풍부하다. 186Cm에 84kg로 몸이 굉장히 다부지고, 플레이를 보면 볼 커팅이 굉장히 좋다. 커버 플레이도 좋아, 다소 부족한 부산 수비들의 부족한 면을 잘 메워준다. 매번 쉽게 무너지던 부산의 수비진의 중심이 되는 선수이다. 마치, 수원의 마토를 연상시킨다고 할까. 아무튼 부산의 수비도 안정감이 생겼다.

▲ 든든한 파비오 ⓒ SEN


또 다른 용병은 구아라는 공격수인데, 기존에 헤이날도와 달리 날렵하고 빠른 선수이다. 헤이날도가 정성훈과 비슷한 느낌이였다면, 구아라는 안정환과 비슷한 느낌이다.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는 아니지만, 스피드가 빠르며, 패스 센스가 좋다. 그리고 경기 보는 시야도 좋아, 윙어들한테 적절한 패스를 잘 넣어준다. 스웨덴의 함마르뷔에서 뛰었는데, 70경기에서 28골을 성공 넣었으니, 그리 좋은 결정력은 아니지만, 재기넘치는 플레이로 부산 선수들한테 활력을 불어 넣어주기엔 충분했다.

▲ 재간둥이 구아라 ⓒ XportsNews


빅버드에서의 경기임에도 부산은 경기 내내 수원에 밀리지 않았다. 수원의 조원희가 결장한 탓에 중원에서의 압박이 덜한 탓도 있었지만, 부산의 윙어, 한정화와 박희도가 수원의 풀백들이 올라간 뒷공간을 제대로 활용했다. 꽤 많은 크로스를 올릴 정도로 사이드 활용이 돋보였다. 구아라의 헤딩슛은 골대를 맞출 정도로 날카로웠고, 정성훈의 헤딩도 아깝게 빗나갈 정도로 수원 수비진을 위협했다. 아쉬움 속에 전반에 끝나갈 때쯤, 마지막 부산의 프리킥 찬스에서 예상과 달리 정성훈이 슈팅을 했고, 볼은 수비 어깨를 맞고 골대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의외의 선제골이었다.

후반에 이천수도 들어오고, 서동현도 들어왔지만, 부산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특히, 이범영의 미친듯한 선방은 탄성을 자아낼 정도였다. 전반에도 마토의 헤딩슛과 터닝슛을 가까스로 막아내더니, 후반엔 곽희도의 내려찍는 듯한 헤딩슛을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막아냈다. 그렇게 답답한 경기 속에 부산의 승리로 경기가 끝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역시 인저리 타임에 강한 수원이었다. 마지막 코너킥에서 흐르는 볼을 김대희가 넣어버려며 결국, 1대1 무승부로 경기가 마무리 지었다.

▲ 인저리 타임에 나온 김대희의 동점골 ⓒ SEN


원정 경기에서 리그 선두 수원과의 무승부면 잘한 경기지만,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다 잡은 경기였기 때문이다. 특히, 후반에 추가골을 넣을 수 있는 여러번의 찬스가 있었다. 무엇보다 박희도에게 왔던 두번의 찬스는 정말 아쉬웠다. 공격 4명에 수비 2명 상황에서 욕심을 부리며 로빙슛을 시도한 장면이나, 사이드 돌파 이후 구아라에게 넘겨주면 바로 골찬스인데, 사이드에서 무리하게 슛을 때린 장면은 너무 욕심을 부린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대체적으로 부산 선수들이 그랬다. 스스로의 플레이에 자신감이 생긴 듯 발목에 너무 힘을 실어서 슛을 때리는 듯 했다. 아쉽지만, 고무적인 것은 부산의 수비가 안정되면서 쉽게 골을 먹지 않게 되었고, 그러면서 미들과 공격에서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눈앞의 승리는 놓친 것은 아쉽지만, 부산의 경기력에 확인한 경기였기에 기분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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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다크 나이트>의 열기가 이제서야 좀 사그러드는 느낌이다. 생각보다 뒤늦게 본 편이지만, 그래도 그 몽롱함은 예상보다 오래갔다. 영화는 배트맨을 통해 실증적 증명을 한다. 선과 악, 그리고 이상과 현실에 대해. 다른 히어로물이 대체로 영웅의 활약상에 주목하고, 그들의 외향적 능력을 기술했다면, <다크 나이트>는 다른 측면에서 히어로를 바라본다. 과연 영웅은 존재해야 하는가.


배트맨의 존재 자체에 대한 물음을 시작한다. 범죄자를 처단하기 위해 법을 어겨야 하는 배트맨. 그 역시 법을 어기는 범죄자에 불과한가? 아니면 그는 범죄로부터 시민을 구해내는 영웅인가? 선과 악의 규정은 '절대적' 표현으로 규정할 수 없지만, 배트맨은 필요악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렇기에 만약, 배트맨이 아닌 진짜(?) 영웅이 존재한다면, 영웅의 몫은, 사회 정의 구현의 몫은 그 영웅에게 맡겨져야 하는 것이 옳다. 이러한 물음은 결국 브루스 웨인, 배트맨 자신에게까지 되묻는데 귀결한다. 언제까지 배트맨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이기에 고담시를 위해, 되도록 빨리 배트맨이 사라지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배트맨과 다른 히어로와의 차이점은 극명하다. 초능력자와 비초능력자. 배트맨은 초능력자가 아니다. 능력자이긴 하나,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형태가 아니다. 어쩌면 이러한 비초능력과 인간적 고뇌가 여러 히어로 중 놀란감독의 선택을 받게 된 배트맨만의 매력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여기서 감독은 하비 덴트와 조커라는 배트맨의 좌우, 양 끝단에 서 있는 캐릭터를 등장시킨다. 고담시의 젊은 영웅, 새로운 희망 하비 덴트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회 정의를 실현하려 한다. 조금의 악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절대 선의 이상을 꿈꾼다. 하지만, 조커는 절대 악이라 할 수 있다. 범죄의 목적이 없으며, 파괴 자체가 본능이다. 그리고, 혼란과 공포를 즐긴다. 지켜야 할 것이 없기에, 두려운 것이 없고, 두려운 것이 없기에 가장 무서운 절대 악의 존재가 된다.


선과 악의 대립점엔 하비 덴트와 조커가 있지만, 진짜 대결은 하비를 지키고자 하는 배트맨과 그 마저 파괴하려는 조커사이에 존재한다. 잃은 것 없는 악과 지킬 것이 많은 선.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그로 인해 하비마저 선과 악의 대립점인 투페이스로 재탄생 된다. 하비의 동전처럼 선과 악은 하나의 동전 안에 동시에 내재되어 있다. 그리고, 그러한 동전은 모든 인간이 하나씩 들고 있다. 확률은 반반이다. 인간에게 있어 절대 선과 절대 악은 없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상대적인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동전을 하늘 높이 던져서 앞면과 뒷면 중 어느 것이 나올 것인가를 운명에 맡기느냐가 아니라, 직접 그 동전을 뒤집을 수 있는 의지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절망 속에 나약해진 하비는 자신의 행동의 상대적 선과 악을 운에 맞기는 운명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배트맨은? 조커는 배트맨에게 서로는 닮았다고 얘기한다. 물론 그 지향점은 다르지만. "네가 나를 죽일 수 없는 것 처럼, 나도 너를 죽일 수 없지."라고 말하는 부분을 보면 알 수 있다. 선과 악의 존재가 그러하다. 물론, 사회 구성원으로써 사회의 제도권 안에서 지켜야 할 규범와 법규는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을 선이라 규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그 질서를 부정하는 범죄자 역시 악이라 규정할 수 없다. 배트맨은 그저 선과 악의 기로에 서서, 즉, 제도권 밖에서 정의를 수호하는 다크 나이트일 뿐이다.


배트맨의 굵직한 음색이라던지, 조커의 쩝쩝거림과 한 박자 쉬고 치는 대사라던지. 152분 내내 지루하지 않게 간결한 호흡으로 관객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도록 잘 마무리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 동안 멍하게 스크린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그 여운, 그리고 상황마다 적절하게 배치되어 청각을 옥죄여 오는 음향은 압권이다. 어느 것 하나 흠 잡을 데 없이 깔끔하게 잘 빠졌다.

9.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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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룡한 재료로 맛없는 음식을 만드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하지만, 먹는 사람에겐 이만큼 비경제적이고, 고욕스러운 일은 또 없다. <점퍼>가 바로 그러하다. 순간이동이라는 좋은 소재를 가지고도 이렇게 밖에 만들지 못했다면 충분히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포스터로 낚을 셈이였나.


시작은 다른 히어로물과 비슷하게 나아간다. 다소 찌질스러운 데이비디(헤이든 크리스텐슨)의 능력발견은 스파이더맨과 흡사하다. 하지만, 그 이후의 진행은 시시하기 짝이 없다. 점퍼만의 전매특허인 순간이동을 가지고 보여주는 것이라곤, 은행털이와 여자친구와의 몰래 여행밖에 없다.

팔라딘의 대립이나 동료 점퍼와의 동맹도 같은 맥락이다. 긴장감도 전혀 없고, 당랑 한명 밖에 등장하지 않는 동료 점퍼도 맥이 빠진다. 뭔가 대규모의 화려한 액션을 기대했다면 일찌감치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애초에 능력이 아닌 도구로 대결하고자 하는 팔라딘은 그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점더 다른 형태의 능력자나, 다른 마음을 품은 점퍼를 등장시켜 대립시켜야 하지 않았을까. 그래야 좀더 데이비드가 처한, 그리고 점퍼들이 처한 상황이 극한에 치닫지 않았을까 싶다.

포스터에 나온 피라미드, 에펠탑, 스핑크스, 콜로세움은 그저 관객을 낚기 위한 미끼일 뿐이다. 매트릭스를 따라한 듯 한 옷차림과 포즈는 '네오'의 그것에 한참 못 미친다. dvd도 아깝다. 그저, 케이블 앞에서 기다리는게 가장 현명할 듯.

6.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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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면>은 <바다가 들린다>와 같은 듯 다른 느낌이다. 서정적 느낌은 비슷한나, 진행방식과 표현하고 있는 바가 다르다. <귀를 기울이면>이 더 늦게 만들어졌음에도, <바다가 들린다>보다 주인공의 연령대는 더 낮아졌다. <바다가 들린다>가 회상을 통해 고교시절의 풋풋한 첫사랑을 돌아봤다면, <귀를 기울이면>은 진행형 시점에서 사춘기 시절의 사랑과 우정, 고민을 담고 있는 성장 애니메이션에 가깝다. 좀더 다양성을 깊이 있게 내포하고 있다.


<바다가 들린다>가 남학생의 시점에서 진행된다면, <귀를 기울이면>은 중3 시즈쿠를 통해 그 수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아직까지 운명적인 무언가를 기대하는 순수함으로 도서관 대출카드에 적힌 동일한 이름만으로도 설레여하고, 책 20권을 읽겠다는 목표나 노래 가사를 개사해 부르는 모습들은 또래 여학생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요즘은 안 그렇겠지만..)


특히, <바다가 들린다>와 다른 점은 불확실한 미래와 진로에 대한 진지하고, 현실적인 고민들을 공감있게 표현했다는 점이다. 꿈, 진로, 장래, 소질, 적성. 어느 것 하나 뚜렷하게 두드려지지 않은 채, 막연히 시간에 이끌리고 떠밀려 막연한 미래로 향하는 듯한 현실이, 마치 시간 낭비처럼 느껴지던 그 때. 자신이 좋아하는 그 사람은 저 만큼 앞서가서 자신의 눈과 손에서 멀어져만 가는 그런 느낌. 자신만 뒤쳐진 듯한 뭔가 모자란 듯한 그런 느낌. 뒤돌아 생각해보면, 어차피 다른 길은 가고 있을 뿐. 언젠가다시 한 지점에서 만날 것을, 그 시절엔 왜 그리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했는지. 낙오자가 되는 것 처럼.

누구나 사춘기 시절에 한번쯤 겪어 봤을 사랑의 열병과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바다가 들린다>보다 더 어른스런 느낌으로 다가온다. 무언보다 마음을 녹여주는 것은 영화 내내 흘러나오는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가 너무나 절묘하다.

8.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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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커져가면서, 어릴적 봤던 그 재밌던 만화가 왜그리 유치하고 짝이 없는지, 보고 있노라면 얼굴이 화끈거려 피하게 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뭐든지 예외가 있는 법. <바다가 들린다>가 바로 그러하다. 10년도 더 된 작품임에도 다시 봐도 새로운 감성이 찾아든다. 첫사랑의 잔상을 찾아가는 발자취라고 할까. 서정적 감성이 물씬 베어 있다.


일본 영화도 그러하지만, 일본 애니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유년기적 감성을 현실성있게 그려내는데 탁월하다.  그렇기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누구나 한번쯤 추억해볼 만한 감정을 섬세하게 자극한다. 지금와 생각해보면 그 때 왜 그랬지, 왜 내 마음과 다른, 말과 행동으로 그, 그녀에게 상처를 줬을까하는 후회가 생길 때가 있다. 그 시절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신조차 알지 못했던, 그만큼 순수하고, 설레였고, 그리고 들키고 싶지 않았던 첫사랑의 미숙한 감정을 학창시절의 회상으로부터 더듬어 간다. 일상적이면서도 인위적이지 않게, 낭만적이면서도 자극적이지 않게.


보통, 짝사랑은 미소녀의 전유물인 것처럼 표현되지만, 여기선 모리사키 타쿠라는 남자 고등학생의 시선에서 처리된다. 특히, "여자란 어차피 남자의 겉밖엔 보질 않는다"라며, 무토를 좋아하는 마츠노를 걱정하는 듯한 말투에서 남학생 특유의 관심없음을 빙자한 빈정거림과 경계의 속내가 드러난다. 내심 마츠노의 좋아하는 여자에 관심을 두는 일은 애초에 차단하는 마음다짐이었는지도 모른다. 타쿠와 무토와의 관계. 그리고 무토와 마츠노와의 관계. 그 속에서 타쿠와 마츠노와의 우정. 그 미묘한 삼각관계에서의 진부하지 않은 전개가 마음에 든다.

한편으론, 요즘은 이런 작품이 나오지 않는 것이 다소 아쉽다. 대체로 판타지적 요소를 많이 가미된 작품이 많아졌다고 할까. <귀를 기울이면>, <바다가 들린다>, <추억은 방울방울>와 같은 작품이 다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8.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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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페페의 날이 아니다. 레이싱 그룹의 선두에 달리고 있지만, 페페는 파오파오 맥주사의 사이클 프로팀의 에이스를 위한 미끼일 뿐이다. 페페가 달리는 곳은 스페인의 안달루시아의 대지이다. 바로 페페의 고향인 안달루시아의 어느 성당에서 형 앙헬의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다. 신부는 페페의 옛 애인인 카르멘. 페페의 마음이 편할리 없다. 달리면 달릴수록, 그렇게 멀리 떠나고 싶어했던 고향과 가까워만지고, 그의 머리 속엔 잡념만이 자리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악착같이 달린다. 머리 속이 하얗게 될 정도로. 이 때, 불행인지, 다행인지 팀 에이스가 사고로 대회를 포기하게 되자, 페페는 팀의 운명과 자신의 프로 운명을 짊어진 채, 우승을 향한 본격적인 레이싱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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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 안달루시아의 여름>은 키타로 코사카 감독의 데뷔작으로 이국적 색채가 잘 녹아있는 작품이다. 그림채도 마음에 들고, 레이싱 장면을 생동감있고 잘 그려내고 있다. 인물의 심리묘사까지 탁월하다. 너무 깊이 그리고 심각하게 가족과 고향에 대한 신파를 그려내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든다. 물론, 47분이라는 러닝타임때문에라도 그럴 수 밖에 없었겠지만. 특히 마지막 결승점 장면에서의 속도감과 인물묘사는 감독의 센스마저 느껴진다. 길지 않은 러닝타임 탓인지 극장에선 볼 수 없고, dvd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만나볼 수 있다. 후속편은 <나스 슈트케이스의 철새>이다.

8.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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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찌마와 리 -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를 보기 전에 명심해야 한다. 진지하지 않겠노라. 따지지 않겠노라. 포스터와 예고편을 통해 충분히 접하고 극장에 들어섰기에 어느정도 마음가짐은 되어 있을 터. 초반만 잘 넘기면 된다. 넘기지 못하면 유치뽕짝의 오바액션 삼류가 되는 것이고, 영화가 진행되고자 하는 방향과 마음이 합치되면, 그 때부터 다른 영화에선 맛보지 못한 독특한 인물과 대사와 구성에 매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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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희는 어디 하나 흠잡을 곳은 없는 연기를 보여준다. 얼굴과 음성의 양면적 매력이 크게 빛을 발한다. 심각한 상황에서의 오바스러움과 유쾌한 상황에서의 진중함까지. 설경구가 강철중이라면 임원희는 다찌마와 리다. 박시연은 어색한 연기가 오히려 득이 됐다. 쌍팔년도 삘나는 오바스러운 액션과 낯간지러운 대사들이 절묘하다. 다만, 목소리에 힘이 없어 대사 전달이 부족하다. 공효진은 무난했지만, 류승범은 대사처리가 아쉬웠다. 웃음소리나 추임새는 괜찮았으나, 딱딱한 문어체의 대사를 일렬로 나열한 것은, 일부로 그랬는지 몰라도 붕~ 뜬 느낌이었다. 그나저나 황보라는 왜 나온건지?

간간히 터지는 웃음과 여기저기 숨겨놓은 개그 코드들은 절묘하지만, 무질서가 다소 아쉽다. 원래 그러한 구성이 영화의 제 맛이긴 하지만, 무질서 속에 질서랄까. 큰 줄기 속에서 터질만한 극적 재미가 다소 부족했다. 그래도 이정도면 선방한거라 생각한다.

7.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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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바라보는 시점에는 항상 두가지가 공존한다. 바로 과학과 환경이다. 과학이 환경을 파괴해, 파멸로 치닫을 것이냐, 과학이 환경마저 치유할 것이냐. 하지만, 영화 속 수백 년 후의 지구 모습은 전자에 속한다. 높다란 빌딩 높이만큼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로 가득 찬 지구는 이미 사막화가 진행되어 더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되버린다. 그 황폐화된 지구의 주인은 바퀴벌레와 지구의 쓰레기 처리 로봇 월-E 뿐이다. 지구에 있어야 할 사람들은 우주여행을 하며, 탐사 로봇 '이브'에 기대어 지구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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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로봇의 차이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 명료하다. 하지만, 영화 속에선 그 경계가 무의미하다. 오히려 상황은 역전되어 있다. 심지어 감정까지도. 사람과 사람이 손을 잡고, 흥겨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그리고 사랑을 교감하고. 지극히 당연스러운 행동을 월-E가 흉내내고 있으며, 지금은 볼 수 없는 그 옛날의 인간 모습을 추억하는 듯 하다. 하지만, 인간은 기계와 일체화가 되어, 더 이상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게 되었다. 사이버와 현실을 경계는 망각한 채 인간다움을 잃어간다.

애니메이션인 탓도 있겠지만, 여태껏 영화에서 그려오던 로봇의 모습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인간이 로봇에 의해 구원을 받는다고 할까. 세대를 거쳐가며 잊어왔던 인간다움을 로봇의 데이터에 의해 재발견했다고 할까. 지구도 잃고, 사랑도 잃은 불쌍한 인간들의 모습이 재현된다. 사랑을 기억하는 낭만 로봇 월-E와 그 사랑을 교감하는 이브. 그들의 사랑엔 남녀노소와 같은 구분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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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E>는 대사가 거의 없이 잔잔하게 진행되는 탓에 영화의 몰입도는 떨어 질 수 있으나, 구성이 탄탄하고 아기자기한 맛이 쏠쏠하다. 역시, 픽사!라고 할 만큼 섬세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개성있는 로봇 캐릭터 설정이 밋밋할 수 있는 영화 맛을 더해준다.

8.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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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자락에 'SHOW 희망프로젝트 - 반값다! 서해야'에 당첨되어 몽산포 해수욕장에 다녀왔다. SHOW 희망프로젝트는 서해안 살리기의 일환으로, 당첨된 사람은 몽산포 해수욕장 야외 캠핑장에 준비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가족텐트, 식수대, 샤워장, 선텐베드, 파라솔 등이 준비되어 있어, 옷가지와 먹거리만 준비해 가면 된다. 뿐만 아니라 KTF에서 준비한 갯벌체험, 해변영화제, 비치발리볼, 캠프파이어, 페이스페인팅 등 까지도 즐길 수 있다. 매 회수당 2박3일 일정으로 총 9회에 걸쳐 진행되는데, 난 18일부터 20일까지에 해당되는 8기였다.

나열된 혜택에도 불구하고, 가기 전부터 왠지 기분이 꺼림직했다. 일단, 울산에서 몽산포까지 너무 멀었고, 무엇보다 18일부터 서해쪽에 태풍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번의 갈등 끝에, 내 기억엔 한번도 서해를 가본적이 없는 것 같아서, 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은 편치 않았다.

울산에서 동대구로 가는 열차를 2시간 타고, 동대구에서 대전으로 가는 KTX를 1시간 탄 뒤, 대전에서 태안으로 가는 버스를 2시간 30분 타고, 태안에서 몽산포 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15분 타고서야, 드디어 몽산포 해수욕장에 도착할 수 있다. 가는 내내 비는 그칠 줄은 몰랐고, 점점 더 비바람은 거세어져만 갔기에, 혹시 일정이 취소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워 행사 본부로 연락을 취했지만, 일정대로 진행한다는 얘기뿐이었다.

그렇게 꾸역꾸역 도착한 몽산포 해수욕장은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분위기가 너무나 침울했다. 휴가철이 지난 시점이기도 했고 평일이기도 했지만, 날씨가 좋지 않은 탓에 참여 인원이 너무나 적었다. 다 합쳐도 20팀이 될까 말까 하는 정도였다. 준비된 캠핑장이 레드, 블루, 그린으로 나눠져 있었지만, 레드도 다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였다.


뭐, 적으면 적은대로 놀면 되니까 그려러니 했는데, 젠장! KTF에서 진행하기로 했던 첫째날 일정이 날씨 사정으로 인해 모조리 취소됐다는 것이다. 물론, 날씨가 우중충하긴 했지만, 그렇게 다 모조로 취소해버릴 만큼의 날씨가 아니었기에 아쉬웠다. 할 수 없이, 시커먼 밤하늘에 물이 빠져나간 해변을 거닐 수 밖에 없었다.


밤새 우려했던 태풍이 잠잠히 지나간 다음날은 아침, 날씨가 너무나도 좋았다. 내심 어제 취소됐던 일정을 오전에 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그런 얘기는 없었다. 3시부터 둘째날 일정이 진행된다는 얘기만 있었다.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하다가, 갯벌에 호미와 맛소금을 들고 가서 맛조개를 잡기로 마음 먹었다. 물이 다 빠지고 나면, 10 ~ 15분 정도를 바다쪽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 대충 좋은 자리를 잡은 뒤, 호미로 흙을 적당량 긁어내다보면 타원형의 구멍이 보인다. 그 구멍에 맛소금을 뿌리면, 맛조개가 알아서 쏘~옥 하고 튀어 올라온다. 그 때, 잽싸게 잡아 올리면 된다. 타이밍을 놓치면 다시 들어가버리니깐 잽싸게 행동해야 한다. 아, 이론은 빠싹한데, 왜 이리 잡히지가 않는지. 잘 잡는 아저씨 옆에서 구경만 실컷 하고, 우리는 그 옆에서 게만 잡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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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3시. 여전히 둘째날 일정에 대해선 말이 없다. 4시가 되어도 어떠한 코멘트도 없길래 물어보니, 참가 인원이 너무 적어서 6시 30분으로 미뤄졌단다. 물론, 대단한 행사나 이벤트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그 멀리서 비싼 차비까지 들여가며, 긴 시간을 버스와 열차를 갈아 타면서까지 온 것은 일정대로 진행한다는 운영본부의 확답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제와서 날씨가 안 좋다, 참가 인원이 없다는 얘기만 늘어놓다니. 그럴꺼면 애초에 전화했을 때,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던가. 계산을 따져보면, 몽산포까지의 왕복 차비는 가까운 남해나 동해 쪽 펜션에 묵을 수 있는 비용이다. 그럼에도 수고스럽게 여기까지 온 것을 생각하니, 이러한 진행에 짜증이 났다. 아무튼, 거창하게 설명해놨던 홈페이지와 달리 분위기는 너무나 썰렁했고, 반응은 너무나 차가웠다.

그리고 6시 30분. 정말 조촐하게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물풍선 받기, 훌라우프 돌리기, 팔씨름, 노래자랑 따위의 것들이 진행되었지만, 그다지 흥미롭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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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진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좋던 날씨도 밤이 되니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결국 하는 한마디 "날씨가 좋지 못해서 캠프파이어는 취소입니다." 이거 사람 데려다 놓고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뭐하자는 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도 적고 하니, 대충 간단하게 끝내자는 생각이었나 보다. 그 추운 날씨에 적은 인원은 점점 줄어만 갔다. 차라리 날씨 좋았을 낮에, 갯벌체험이나 비치발리볼 같은 것을 했었으면 좋았을 것을. 아무튼, 무리에서 빠져나와 서해안 바닷가만 실컷 걸었다. KTF 덕분에 서해안에 나쁜 기억만 남게 되어, 다시는 고생하면서 서해안까지 오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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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11시, 물이 빠지는 시기에 맞춰 다시 바다로 나왔다. 호미와 맛소금은 들고 있었지만, 맛조개를 잡는다는 생각보다 길게 늘어진 갯벌을 한번 더 걷고 싶어서 였다. 찬바람과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맛조개를 잡겠다고 나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 지나가는 게 따위나 잡던 우리는 그물에서 물고기와 게, 조개를 잡아 올리는 지역 사람들을 만났다. 낮에 물이 빠졌을 때 그물을 쳐놨다가 밤에 물이 빠져 건져가는 듯 했다. 이런 광경은 또 처음이기에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으니, 그물 끝자락을 가르키며, 저기에 걸린 게나 물고기를 가져가란 것이다. 가서 보니 죽은 듯이 누워있는 물고기들이 꽤 많았다. 하지만 죽은 것이 아니었다. 툭툭 건들이면, 팍딱팔딱 뛰는 것이 산 것이 분명했다. 작은 녀석들이 많았지만, 꽤나 큰 녀석들도 있었다. 얼씨구나 하면서 잡아 들었다.


횟감으로 써도 충분할 만큼 큰 고기였다. 하지만 원래 회를 안 먹기에 다른 사람한테 넘겼지만, 나름 재밌었다.

동해와는 다른 긴 모래사장과 다소 탁한 바닷물의 서해바다. 낮과 밤을 사이에 두고 신기할 정도로 많은 양의 물이 빠졌다가 들어오는 진기한 경험. 그리고 갯벌에 조개와 게들. 언제 다시 또 와볼런지 모르지만, 서해안의 매력을 마지막 날 밤에 듬쭉 만끽했다. 마음 한켠에 KTF에 대한 원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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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을 접하다 보면, 환경에 대한 주제의식이 강하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 <갓파쿠와 여름방학을>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즉, 아동용만은 아니란 얘기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나 유치한 감정없이 줄길 수 있는 수작이다. 거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CG로 무장한 블록버스터들 사이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는 영화다. 제목 그대로 어린 시절 무더운 여름방학, 한 여름의 꿈처럼 동심으로 돌아가 갓파쿠와 함께 시간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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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순수를 마음 속에 간직한 초등학생 '고이치'가 우연히 시냇가 옆에서 어린 갓파 '쿠'를 만나게 되면서 얘기는 시작된다. 갓파와 인간은 함께 살 수 없는 이야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그 둘의 우정과 연대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지속되지만, 인간의 사악함이란, 그둘을 가만두지 않는다. 호기심이 인류를 발전시킨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배려심 없는 호기심은 곧, 악의라고 했던가. 상대에 대한 배려를 배제한 호기심은 결국 '쿠'의 심경을 흔들어놓기에 충분했다. 결국 인간세상을 떠나 동료와 자연이 함께하는 곳에서 행복한 갓파를 그리며 마무리된다.

재밌는 것은 감독 하라 케이이치의 전작이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란 사실이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탁월한 시선이 괜한 것은 아니었다. 자연과 생태와의 공생이 절실한 이 때, 자꾸 대운하만을 울부짖는 일당에게 권하고픈 영화이다.

9.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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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차례 언급했지만, 2MB 만큼 재수좋은 인간도 드물다. 현 정부를 위협하던 촛불집회의 쓰나미는 독도논란으로 휘청하더니, 결국 올림픽으로 인해 사람들 시선 밖으로 물러났다. 물론, 아직까지 집회는 계속되고 있지만, 언론의 시선에서 멀어진지 오래다. 청계광장에 운집했던 100만 시민들은 무엇때문에 모였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냉정하다. 그들의 열기는 이제 올림픽에 모아져 있다. 결국, 정부측이 원하던 대로 미국산 쇠고기는 통으로 들어오지만, 누구하나 처음처럼 분노하지 않는다.

굳이 땡전뉴스가 아니라도 방송장악은 여러형태로 자행될 수 있다. 현 모습이 바로 그러하다. 물론, 매번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과 같은 대회 때마다 밤낮할 것 없이 금메달 소식으로 도배되긴 했지만, 한나라당 비리 3관왕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와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을 보면, 방송과 언론이 얼마나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시사인 46호가 8월2일자로 발행되었으니, 그리 많은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사인이 우려하던 얘기들은 속속 올림픽의 열기 뒤편에서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정연주 사장을 몰아내고 MB캠프 방송특보를 앉힌다거나 서민경제를 위한다는 헛소리로 부동산세와 소득세를 손질한다거나 광복절을 건국절로 스와핑하는 일들이다. 이에 머무리지 않는다. PD수첩을 오역죄로 처단하고, 포털을 옥죄려는 법개정까지 서두르고 있다.

나치는 우선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유대인을 숙청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노동조합원을 숙청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카톨릭교도를 숙청했다. 나는 개신교도였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나에게 왔다 그 순간에 이르자, 나서줄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았다.

시사인 46호 구독후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이다. 교육감 이후 만연했던 냉대와 조소를 떨쳐버리야 한다. 연대의식을 가져야 한다. 지금 다른 이를 향하는 칼날이 언제 나 목앞에 드리울지 모를 일이다. 올림픽은 24일을 끝으로 폐막하지만, 2MB 행정부는 이제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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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환자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것은 변화이다. 물론, 긍정적 변화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기에 현상태를 유지하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하지만 이런 몸상태의 변화말고, 두려운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담당의의 교체이다. 이것은 굳이 신장환자 뿐만 아니라 모든 환자에게 있어 적용될 사항이다.

지난 1년6개월을 함께 했던 담당의가 외국으로 떠났다. 말로는 1년 후에 돌아온다고 하나, 현재로썬 미지수이다. 아무튼 그런 사유로 인해 담당의는 교체되었고, 같은 의사이지만, 마음은 편치 못하다. 무엇보다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 기존의 담당의와 확연히 다르다.

물론 한번으로 모든것을 속단하기엔 이르지만, 첫만남의 인상이 너무나 짙었다. 특히, 자신이 인수인계받은 환자들에 대해 제대로 파악이나 한 것인지, 어태 어떠한 치료를 해 왔으며, 어떠한 경과를 거쳐왔는지에 대해 너무나 무지했다. 결국 내가 궁금해하던 것들은 하나도 들을 수 없었다.

환자 상태도 파악하지 못한 채, 이미 알고 있던 얘기들이나 늘어놓고 있는 의사에게 질문하는 것은,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사복경찰 투입하는 현정부의 모습과 흡사하다. 2개월에 한번 가는 병원이지만, 주어진 시간은 길어봐야 고작 5분이다. 하지만 5분 동안 그냥 앉아만 있다가 왔다. 난 아무것도 한게 없는데, 의사의 주머니 속에 또 특진비는 들어갈 것이다.

이런 불만이 한번으로 그쳤으면 좋겠건만, 왠지 계속될 것은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아무쪼록 별탈 없이 5번의 지료가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이러나 저러나 내 머리털과 피부는 누구한테 물어보나. 빌어먹을 의사도 공부만 잘한다고 시켜서 될 직업이 아니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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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월드 옆에 캘리포니아비치라고 야외 수영장이 새롭게 오픈했다. 영남권에 대구 스파밸리와 통도 아쿠아 환타지아가 있긴 하지만, 가본 적이 없었기에 갤리포니아비치가 첫 경험이다. 가기 전부터 몇몇 후기를 읽으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딱히 준비랄 것은 없지만, 경주까지의 열차편과 할인카드 적용 정도는 알아가는 것이 좋다. 특히, 가격이 만만치 않기에 30% 할인되는 카드정도는 필수적으로 챙겨야 한다.

가는 날이 일요일이기도 했지만, 새롭게 오픈한 탓에 꽤나 사람이 많이 붐볐다. 여유롭게 들어가려면 오픈하는 9시보다 훨씬 일찍 도착하는 것이 좋다. 8시에 도착했음에도 매표소 줄은 꽤나 길어서 9시가 더 지나서야 입장할 수 있었다. 인터파크에서 미리 예매하는 것이 가장 좋고(당일 예매는 불가), 여의치 않으면 7시에서 8시 사이에 도착해 미리 기다리는 것이 좋다.

그리고, 입장하기 전 소지품 검사를 한다. 음료와 물을 제외한 모든 음식물은 반입불가이다. 하지만, 용케도 들고 입장하는 사람이 꽤나 있다. 아무래도 여자속옷까지 다 뒤지기는 힘들기에 그 사이사이에 껴넣어서 들고 입장한 듯 하다. 이렇게 반입 불가 음식을 가지고 입장하는 이유는 거기서 파는 음식들이 변변치 않기 때문이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맛이 정말 저질이다.

이렇게 검문소(?)를 거쳐 입장하고 나면 탈의실에 들어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비치코인을 구매하는 일이다. 음식물 반입이 불가능하기에 비치코인은 무조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일단, 구명조끼가 없다면 구명조끼를 대여하기 위해서라도 구매해야 한다. (구명조끼를 8천원에 대여해서 나중에 반납할 때 2천원을 돌려주는 것을 감안하면, 하나 구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3만원, 5원만, 10만원이 있는데, 2인 기준으로 5만원이 적당하다. 사용 후 남은 코인은 환불해주니 다 쓸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

비치코인까지 구매하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으면 모든 준비가 끝난다. 수영모는 제한이 없으니, 간단한 모자 정도로 대신하면 된다. 수영복도 특별히 제한이 없어 보였다. 남자는 삼각, 사각 다양하게 입고 있었으며, 여자들은 비키니가 기본이었고, 그 위에 반바지를 입는 경우도 있었다. 나시를 입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구명조끼를 입기에 볼품없는 몸매을 가릴 요량으로 나시를 입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상쾌한 바람과 넘실거리는 물쌀을 기대하며 비치에 들어서면, 예상치 못한 정체 모를 역한 냄새가 맞이한다. 이 출처 모를 토할 것 같은 냄새는 탈의실을 지나 샤워실을 나서 그 근방 구명조끼를 대여해주는 곳까지 진동한다. 그래도 워낙 넓어서 그곳만 다시 안가면 되니깐 크게 걱정할 것은 없지만, 문제이긴 문제이다.

이 역한 냄새보다 더 큰 문제는 여러 시설들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엄청한 줄의 압박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엑스라는 기구는 가장 인기가 좋아 1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이다.


이거 한번 타고자 1시간 이상 기다리기엔 시간이 아까워서 결국 안 탔다. 보기엔 이게 가장 재밌었 보였건만.

이거 말고, 와이프아웃이라고 비슷한 기구가 하나 있긴 한데, 이것도 4인이 타는 것이다. 재수가 좋아서 줄을 안 서고 타보긴 했는데, 정말 별로였다.


만약 그 긴줄을 직접 기다려서 탔다면 땅을 치고 후회했을 것이다. 이 둘을 제외하면 다 한번쯤은 봤을 법한 기구들이 전부이다. 그래도 시간이 된다면, 비싼 돈 주고 들어왔으니, 다 즐기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오래 기다리지 않고도 무난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은 트리플다운인데, 첫번째 있는 보라색은 장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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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을 받기도 전에 거의 수직에 가까운 낙하를 하기에 순간 붕 뜨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 한가지 주의 할 것이 있는데, 특히 여자들은 보라색과 분홍색 슬라이드를 탈 때 조심해야 한다. 신나게 내려와 생각없이 일어서면 배설기관이 비키니 하의를 야금야금 먹고있기 때문에, 당황하지 말고 차분하게 앉아서 말끔하게 처리하고 일어서는 것이 좋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없이 여러번 탈 만한 것은 웨이브캐년이다. 다른 기구들은 2명 혹은 4명씩 타는 것에 비해 웨이브캐년은 한번에 여러명의 입장이 가능하기에 오랜 기다림 없이도 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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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에 휩쓸려 아우성 거리는 사람들


튜브를 타고 들어서면 몇분 간격으로 폭포에 가까운 파도가 몰아치기에, 쓰나미를 맞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방심하고 있으면 파도때문에 내 안면이 앞사람 뒷통수에 명중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이 때 파도에 쓸려 모자, 안경, 선글라스, 심지어 수영복(특히 비키니 상의)까지 날라갈 수 있으니 벗어넣고 (수영복 말고), 들어오는 것이 좋다. 나도 여기서 안경을 날려 먹었다. 이건 직접 안 타고 위에서 봐도 장관이다. 얼마나 웃긴지.

이렇게 신나게 놀다가 비치에서만 시간을 보내지 말고,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5시 이전에 나가면 경주월드 빅3 이용권을 준다는 사실이다. 9시 ~ 10시에 입장해서 4시까지만 놀아도 충분히 진이 다 빠진다. 5시 이전에 나와 경주월드에서 간단한 놀이기구를 타는 것도 괜찮다. 편안하게 대관람차 정도?

끝으로 스파밸리엔 목욕탕이 있다고 들었는데, 여기엔 따로 목욕탕이 없다. 달랑 샤워기만 있다. 그래서 씻는 것이 좀 불편하다. 또, 탈의실 바닥에도 물이 흥건할 정도로 탈의실과 샤워실의 관리가 부실하다. 넘어지지 않도록 알아서 조심해야 한다. 야외 수영장은 처음이라서 그런지 다른 곳과 비교해 좋은지 나쁜지 판단이 서지 않지만, 일단 소금물이 아닌 것만은 좋았다. 뭐, 한번쯤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일단, 재미있게 놀다 왔으니 기분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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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오프라인에 나서지 않지만, 이번만은 가야할 것만 같았다. 유디엠 측에서도 인증사진이 필요했을 터, 가작 수상자는 1~2명 불참해도 괜찮겠지만, 1등이 불참한다면 상당히 난감해하리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열차표까지 직접 예매해 준다기에 귀차니즘의 압박을 물리치고 오랜만에 서울로 상경했다.

서울역에서 내려 구로디지털단지까지는 쉽게 찾아갔다. 하지만 와이드픽스가 위치한 마리오디지털타워까지가 문제였다. 듣기론 걸어서 5~10분 거리라고 했는데, 그 주변에 마리오디지털타워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시간은 점점 도착하기로 한 5시를 향해가는데, 도무지 알 길이 없어 초조한 마음에 택시에 탔다. 그것이 화근이였다. 마리오디지털타워로 가달라고 했건만, 기사양반이 마리오아울렛에 데려다 놓은 것이다.

내리기 전에 아무리봐도 마리오아울렛 건물에 IT회사가 있으리라 생각되지 않아서, 아닌 것 같다고 했더니 그 뒤에 마리오아울렛Ⅱ 건물이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기에 그렇게 알고 내렸건만, 층별 안내엔 온통 무슨 (주)상사들만 가득했다. 젠장... 청원경찰에게 물어보니, 내가 택시를 탔던 부근에 마리오디지털타워가 있다면서 다시 택시를 타고 가라고 하는 것이다. 다시 부랴부랴 택시에 올라탔건만, 그 기사분도 정확한 위치를 모르고 있어서 3분도 안되는 거리를 네비찍고 가야했다.

아무튼 우애곡절 끝에 5시를 살짝 넘긴 시각에 와이드픽스 사무실에 도착했건만, 그럼에도 내가 제일 먼저 도착한 사람이었다. 왜 그리 서둘렀는지... 게다가 가작을 6명이나 뽑아서 많은 분들이 오실 줄 알았건만, 달랑 두분 오셨다. 그 중 한분은 친구가 대신 온 것이여서 실질적으론 버섯돌이님과 나뿐이였다. 물론 금요일 5시가 쉽게 모일 수 있는 시간대는 아니었지만, 첫 오프라인 참여였기에 많은 블로거 분들을 만날 것이라 기대했던 마음은 금세 사그러들었다.

그래도 와이드픽스가 본래 어떠한 회사인지, 유디엠은 왜 이렇게 급작스럽게 베타의 모습으로 오픈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유디엠과 유젯은 어떠한 형태로 발전해 나갈 것인지 대해 좋은 얘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 유디엠 유젯을 주목해야 할 듯. 담소를 거친 후 대표이사님이 참석하셔서 드.디.어. 상금 증성식이 진행되었다. 참석자가 적었고, 그 날이 마침 와이드픽스의 사옥 이전일이어서 다소 썰렁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지만, 두둑한 상금에 기분만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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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히 모자이크 해주시는 센스! (http://blog.udiem.com/36)


증정식을 마친 뒤, 식사까지 대접해 주신다기에 사양하지 않고, 맛있게 잘 먹고 왔다. 아, 그러고보니 유디엠 티셔츠 안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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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검색도 Daum입니다'라는 모토로 시작되었던 Daum 검색ChangeUp! 프로젝트의 공식 일정이, 오늘 시상식을 끝으로 마감되었다. 물론, 은둔형 왕따인 나는 시상식엔 안 갔다. 총 4주동안 매주 2개의 실험일기와 2개의 파워리포트가 주어지는데, 실험일기는 2개 모두 필수적으로 해야 하고, 파워리포트는 2개 모두 해도 되고, 안해도 된다. 처음 신청할 때의 마음은 그저 아이팟이나 받아보자는 정도였는데, 이거 하다보니 꽤 만만치 않은 도전이 되었다.

실험일기만 해서 아이팟만 받고 말기엔 상금이 꽤 컸기 때문이다. 상금이 눈 앞에 아른거리더니 괜히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상금은 매주 실험일기와 파워리포트의 각각 주제에 대해 베스트를 선발해, 실험일기는 15만원, 파워리포트는 20만원이다. 이정도면 제대로 해볼 만한 수준 아닌가. 하지만, 이런 다짐은 첫주차 베스트가 발표되고 난 뒤, 난 바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다들 내공이 얼마나 대단한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였다. 감히 그 사이에 끼었다간 내 기만 뺏기고, 제풀에 지쳐 쓰러져 나갈 정도였으니 말이다. 내가 봐도 정말 잘했고, 받을 만한 사람이 받았다 싶을 수준이었다.

하지만, 베스트 이외의 몇몇 시상에 대해선 아쉬운 부분이 많이 남았다. 먼저, 댓글상과 인기상이다. 다들 말은 안했지만, 매주 10만원 상당이기에 불만이 있었으리라 본다. 댓글상도 문제의 요소가 많지만, 인기상이 더 큰 문제였다. 처음엔 F5 신공으로 인해 몇몇 글들의 조회수가 1,000이 넘어가는 사태가 일어났고, Daum 측에서 카페의 특정글을 메인에 걸어버리는 바람에 조회수가 1,000을 오바하는 글도 생겨났다. 물론 이전부터 문제가 예상되었지만, 운영진은 좀 안일했다.

아무튼 그렇게 인기상은 1주만에 조회수에서 투표로 바뀌게 되었다. 인기상 후보를 추천해서 후보에 올리고, 그 후보들 가운데 투표를 해서 인기상을 뽑는 것이다. 생판 모르는 사람 1,000명이서 누가 누굴 추천하고, 누가 누굴 투표하는지도 모를 난감한 상황이었지만, 더 큰 문제는 이 중 일부만 카페 운영측의 주최로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그들만의 유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 이후 인기상 후보 추천의 이유를 보면, 오프라인의 모임에서 분위기를 좋게했다는 이유 따위가 나오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은 누구를 추천할 수도 없었고, 누구한테 투표를 할 수도 없는 조건이 되버렸다. 누굴 알아야 추천을 하던 투표를 하던 하지 않겠는가.

결국,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은 점점 소외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딱! 미션만 하는 사람들, 사랑방(자유게시판)에서 유대를 갖지 않는 사람들은 이 상에서 자동 제외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도 이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운영진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애초에 댓글상이나 조회수로 인기상은 준다는 의미는 글을 보고 평가하다는 의미였는데, 추후엔 그 사람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되버린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발표된 체인지업상 선정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들었다. 금액이 무려 100~300만원이니 다들 수상자 선정에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모든 미션이 마감한 후, 얼마전 체인지업상 수상자 명단이 발표되었다. 그런데 그 수상자 명단을 보노라면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몇가지 있었다. 바로, 운영진이 애초에 세워놓았던 원칙을 잊은 것은 아닌지 하는 것이다.


위에 평가기준을 보면, 매주의 베스트는 그 주에 미션 중 평가를 통해 선정하는 것인 반면, 체인지업상은 미션총점을 통해 뽑게 된다. 미션총점의 기준은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첫번째가 실험일기와 파워리포트의 업로드 빈도이다. 두번째는 내용의 질이다. 가끔 보면 정말 이게 미션통과 맞나 싶을 정도의 글도 속속 올라왔던 것을 기억하면, 많이만 올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란 소리다. 그리고 마지막이 카페내에서의 활동성이다. 카페내 활동 닉네임을 클릭해보면, 작성한 글을 볼 수 있는데, 몇몇은 정말 굉장할 정도로 많은 글을 업로드한 사람이 있었다. 모든 실험일기와 파워리포트를 참여했음은 물론이고, 추가로 여러개의 실험일기도 작성했고, 베스트에도 올랐기에 많은 점수를 얻었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 사람은 실험일기만 무려 30개가 넘게 작성하였다. 내용도 그렇게 낮은 점수를 맞을 만한 정도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어느 등수에도 들지 못했다.

뭐, 이미 선정된 수상자의 기분을 망치는 것 같아서 카페 내에는 감히 불만의 글을 올리지 못했지만, 아무리 운영진 자체적으로 채점하고 평가해서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해도, 애초에 세워놓았던 기준과는 다소 먼 기준으로 선정한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생길 수 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물론, 수상자들의 활동성은 인정한다. 사랑방에서 거의 살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기준은 활동성 우선이 아니었다. "활성화에 기여하시는 분들 에게도"라 적혀있다. 우선은 미션수행이고 활동성은 그 차후였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검색 체인지업이 목적이었지, 실험단원들의 친목도모가 아니었던 것처럼, 활동성보단 보다 많은 양질의 미션을 수행한 사람에게 많은 점수가 부여되야 마땅했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운영진은 좀더 날카로운 기준과 잣대로써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갔어야 했다.

아무튼, 그렇게 미션을 위해 Daum검색을 사용하다보니, 기존에 Google과 empas만 이용하던 패턴에서 Daum을 추가시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기존의 선입견이 많았다는 것을 느꼈다. 의외로 Naver엔 없는데, Daum에만 있는 키워드도 꽤나 발견되었고, 숨겨진 좋은 카페도 많이 발견할 수 있었고, 미쳐 몰랐던 Daum에만 있는 기능들도 알 수 있었다. 뭐, 나름 소득도 있고 해서,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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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는 짓 중 하나가, 뭔가 재밌는게 없을까해서 파이어폭스 부가기능을 둘러보는 일이다. 그러던 중 기가막힌, 그리고 간지나는 부가기능을 발견()했다. 이름하야, 'PicLens'이다. 이름처럼 이미지 검색을 도와주는 부가기능이다. 어떠한 프로그램인지 둘러보고 나서 설치여부를 결정하면 될 것 같다.


만약 파이어 폭스를 사용하고 있다면, 해당 페이지에 가서 간단하게 설치버튼만 클릭하면 된다.


설치가 되었는지는 주소창 제일 끝에 위치한 아이콘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일단 클릭해보면, PicLens가 실행되는데, 얼마나 간지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위와 같이 여러 이미지와 동영상들이 3D 슬라이드로 보여진다. 왼쪽에 있는 카테고리를 클릭해보면 여러 사진과 동영상을 구경할 수 있다.


이 부가기능의 가장 좋은 점은 여러 이미지와 동영상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하단에 있는 바를 드래그하면서.


그러다가 마음에 드는 사진을 클릭하면, 위처럼 원본을 확인할 수 있다.


동영상도 마찬가지다. 플레이버튼이 보여지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동영상이 자동재생되면서 위와 같이 플레이된다.


우측 상단의 검색창에 키워드를 넣고, 검색해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나 동영상을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지원하는 검색엔진이 한정적이다. 설정을 통해 추가할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 그런 기능은 제공되지 않는다.


지원되는 사이트에서 검색을 하다가, 예를 들어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messi를 검색하다가, 원하는 이미지를 찾기위해선 여러 페이지를 클릭하면서 둘러봐야 한다. 그럴 때, 이미지 위에 마우스 커서를 올려놓으면 위와 같이 PicLens표시가 뜬다. 그것을 클릭하면, PicLens가 실행된다. 여러 페이지를 클릭하면서 둘러볼 필요없이 3D 슬라이드로 찾으면 된다. 무엇보다 체감상 무겁게 느껴지지 않고, 끊기는 것도 없고, 빠르게 작동하는 것이 마음에 든다. 아래는 PicLens에 있던 소개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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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wysiwyg.css까지 만들고 끝낼려고 했으나, 이제 그만 gg쳐야 겠다. 제대로 만들어서 적용시킨 것 같은데, 에디터 창이 무한 로딩 상태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아무래도 무언가가 꼬인거 같다. style.css보다 더 단순한데도 불구하고, 이것 하나 제대로 못해서 이렇게 버벅이다니.

사실, 이번 베타테스터는 티스토리 쪽에 미안한 마음이 좀 있다. 일단 하고 보자는 성격에 무작정 신청했는데, '다음 검색 ChangeUp 프로젝트'(이하 검색단)와 맞물려서 크게 신경을 못 썼다. 내가 신경 쓴다고 크게 달라질 것이 있겠냐만은, 그래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 검색단이 생각 외로 너무 빡셔서 그 쪽에 온 신경을 쓰다보니, 내 기가 쪽쪽 빨려서, 블로그 포스팅마저 귀찮아진 마당에, 테스트가 제대로 될리가 없었다.

핑계삼아 티스토리 측에 딴지를 걸어보자면, 검색단과 비교해서 미션들이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남발한 느낌이 강하다. 일단, 검색단에서의 미션들은 딱딱 기간 단위로 나왔으며, 그 주제와 방법이 뚜렸했다. 과정의 힘듬은 있었어도 막막함은 없었다.반면, 티스토리에서 나온 미션들은 대개 두루뭉술해서 실체를 잡기 힘들었다.

# 미션 1 - 바뀐 티스토리, 첫 느낌은?
# 미션 2 - 에디터 Before & After!
# 미션 3 - 에디터 사이드바와 설정창에 대한 의견을 들려주세요!
# 미션 4 - 나만의 센터를 보여주세요!
# 미션 5 - 당신이 만든 서식을 공유해주세요!
# 미션 6 - 새로운 기능을 활용해 글을 써주세요~
# 미션 7 - 플러그인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 미션 8 - 나만의 활용팁,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 미션 9 - 테스트 참여소감과 의견을 얘기해주세요!

비주기적으로 쭉쭉 나오는 미션들과 막연한 주제는 도대체 티스토리 측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기 힘들었다. 그로인해, 무언가를 써야한다는 부담 속에서 미션에 억지스레 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 베타테스터를 마치게 된 것은 다행으로 생각한다. 내가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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