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컵대회라지만, 이런 경기력이면 차라리 무료관중으로 해야 한다. 티비로 보면서 내심 부산 구장에 들어선 관중들이 안쓰럽단 생각까지 했다. 개막전엔 그래도 꽤 많은 관중이 있었다. 가변석을 가득 메웠고, 서포터석마저 붐빌정도 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롯데의 상승세와 최근 부산의 경기력이 맞물려, 현재는 가변석도 다 채우지 못하는 현 상태에 이르렀다.

부산은 그나마 없는 관중마저 내쫒고 싶지 않다면, 더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해야 한다. 현재는 점점 경기력이 나아지고 있지만, 한번 떠난 관중을 다시 불러들이기란 쉽지 않지 않은 일이다. "재미없다"란 고정관념이 생기버리면 티비로도 안 쳐다보기에, 구장을 가고자 결정을 내리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요즘같아선 경기장에 한번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오늘같은 경기를 보면 안 가기를 잘했단 생각이 든다.


정규리그에선 플레이오프는 이미 물건너 갔기에, 컵대회에 주력하고 있는 부산의 입장에선 수원을 꼭 이겨야만 했다. 이번 경기만 이기면 컵대회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에 홈경기에서 결정짓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몸 상태가 좋지 못한 안정환을 제외하곤, 베스트가 나왔다고 무방할 멤버를 출전시켰다. 경기 초반엔 이전 경기들처럼 주도권을 가져가며, 좋은 슈팅을 몇차례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구아라가 부상으로 나가면서 분위기가 흐트러졌다. 대신 들어온 안정환을 구아라와 직접 대비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확실히 활동반경이나 스피드에선 구아라에 밀려서 인지, 안정환이 들어오면서부터 뭔가 몰아부치는 느낌이 적어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정성훈한테 로빙으로 넘겨준 패스는 꽤 괜찮았다.


하지만, 전반 막판에 양상민과 김창수가 몸싸움으로 인해 둘다 퇴장 당하면서 분위기가 급격히 다운되었다. 양상민과 김창수가 볼 경합과정 이후, 양상민이 김창수를 손으로 쳐버린 것이다. 이에 김창수는 따지듯 달려갔다. 이에 양상민에겐 레드카드가, 김창수에겐 옐로우카드가 주어졌지만, 김창수도 카드누적으로 함께 퇴장당했다. 과연 김창수의 반응이 옐로우카드를 줄만한 것인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결국, 후반에 들어선 10명대 10명으로 경기를 치룰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선수들의 활동량은 많아지고 지치다보니, 경기 스피드가 점점 느려지고 루즈해졌다.

▲ 결국 무승부로 끝난 경기 ⓒ SEN


게다가 수원은 비기기만 해도 플레이오프에 진출이기에 무리할 필요가 없었고, 부산은 안그래도 수비가 좋은 수원을 쉽게 뚫어내지 못했다. 마토와 이운재가 지키는 골문은 그야말로 철벽이였다. 웬만한 볼은 마토가 다 걷어냈으며, 마토를 피해 슈팅을 때릴지라도 이운재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이러한 지루한 공방전은 후반 내내 계속되었다. 그야말로 최악의 경기력이었다. 관중이 집중하고, 주목할 만한 장면은 한차례도 없었다. 마치, 중앙선을 사이에 두고 족구를 하는 듯 했다. 그렇게 평화롭게 양팀은 경기를 마쳤다고 생각했겠지만, 관중에겐 이보다 최악은 없었다. 이로써 부산은 플레이오프 진출여부를 수원과 경남과의 경기 결과에 맡겨야하는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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