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는 유지태의 <거울 속으로>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물론, <거울 속으로>를 보진 못했다. 하지만, 분명 그리 훌룡한 작품은 아니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미러>를 보니 그러하다. 애초에 기대를 달리해서 그런지, 영화의 흐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전체적으로 플롯의 이음새가 그리 정교하지 못하다. 물론, 이것은 원래 오컬트였다라고 항변할 수는 있겠지만, 그러하기엔 앞에 뿌려논 떡밥이 너무나 무안하다. 차라리 심리호러로 갔으면 좋았을 것을 말이다.


처음 시작은 하드고어였다. 시작부터 여성 관객들의 비명소리가 내 귀를 즐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물론, 장면의 새로움은 없었지만, 거울을 매개로한 그 공포의 형체가 모호했기에 집중할 수는 있었다. 거울에 대비되어 나타나는 몽롱한 시퀸스나 웅장하고 묵직한 음향과 교차되어 나오는 유리를 긁는듯한 소리는 고전적이지만, 시기적절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다.


백화점의 망령들이라던가, 피범벅 된 자해장면으로 대변되는 거울의 공포는 반복될수록 그 빛을 발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 미스터리한 거울의 정체를 벤 카슨(키퍼 서덜랜드)는 젝 바우어가 된 듯,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그 흔적을 뒤쫒는다. 마치, 형사 스릴러물처럼 말이다. 여기까지도 봐 줄만 했다. 이제, 그 실체를 밝혀 주인공이 그것과 대면하는 일만 남았다. 이러한 위기를 감독은 어떻게 할까 기대했지만, 아예 영화의 체질을 개선시켜 해결해 버렸다.


그러면서, 마지막엔 여태까지 힘들게 이끌어오던 긴장감이 맥없이 풀려버린다. 갑자기 엑소시스트적 결말을 맞이할 때의 쌩뚱함이란. 원작을 봐야 좀더 세밀한 비교가 되겠지만, 그리 보고 싶은 흥이 나지 않은 탓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원작보다 나은 리메이크라는 평가를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말이다. 그리고, 장면 설정의 엉성함도 곳곳에서 드러나 아쉬웠다. 마네킹은 탔는데, 그 위에 밀짚모자는 멀쩡하다니.


그래도, 고어 매니아들 사이에 길이 기억될 이 장면은 칭찬해주고 싶다. 다들 비명을 지르는데, 난 왜이리 흐뭇한지. 좀더 강한 장면이 뒤따라 나오길 내심 기대했다고 할까. 하지만, 딱 여기까지만 좋았다. 요즘은, 웬만한 장면은 공포로 다가오질 않는다. 왜 이러지? 그냥 킬링타임으로 즐기기에 적당한 듯 하다. 요즘 평점은 왜이리 뻥튀기가 심한지.

7.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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