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까지의 경기가 그리 맨유답지 못한 경기였다면, 이번 볼튼과의 6라운드는 지난 시즌 맨유가 잘 나갈때의 모습을 서서히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퍼거슨은 이번 경기에서도 베르바토프에게 기회를 줬다. 아직까지 공격과 미들사이에서 유기적인 움직임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탓에 호흡을 맞출 시간을 주는 듯 했다. 호날두 역시 아직 부상 전의 몸상태로 돌아오진 않았지만, 서서히 회복하는 모양새였다. 비록 자주 막히고, 자주 넘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었다. 슈팅도 예전만큼 날카롭고 발랄하지 못하지만, 타이밍 만큼은 제대로 맞추고 있었다.

▲ 찬스를 놓친 박지성 ⓒ NEWSIS


박지성은 지난 경기에서 골을 넣어서인지, 유난히 슈팅을 아끼는 듯 했다. 비록 정면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슈팅을 때려도 될 만한 각도에서 중앙에 너무 넘겨주는 인상이 강했다. 때론 예상치 못한 슈팅이 의외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법인데, 그런점에서 아쉬웠다. 교체로 들어온 나니가 연속으로 3개의 슈팅을 날린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크로스의 정확성에서도 안타까웠다. 사이드에서 여러차례 크로스를 올렸지만, 세기나 각도 모두 그리 정확하지 못해, 볼튼의 장신 수비수에게 여지없이 막히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공간을 찾아들어가는 몸놀림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볼튼의 선수들이 대체로 피지컬이 좋고, 활동량이 왕성하기 때문에, 그런 팀이 앵초에 수비지향적으로 나온다면 제아무리 기량이 좋은 선수들로 무장된 맨유라해도 뚫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볼의 점유율은 맨유가 높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쫓기는 쪽은 맨유가 되기 때문이다. 볼튼의 입장에선 맨유 원정에서 승점 1점도 성공이기 때문에 무리해서 공격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몇번의 역습에서 골만 성공시키면 되는 것이었다. 맨유는 전반 내내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볼튼의 역습이 더 날카로웠다. 그만큼 맨유는 단단한 볼튼의 수비진을 무너트리지 못했다.

▲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호날두 ⓒ gettyimages 멀티비츠


하지만, 후반들어 맨유의 공격 전술에 변화를 가져왔다. 바로, 베르바토프를 최전방에만 놓지 않고, 좀더 아래쪽으로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지시한 것이었다. 토트넘에서 로비킨과 베르바토프가 자유롭게 위치를 바꿔가며, 서로에게 도움을 주던 그 움직임을 찾아내려는 듯 말이다. 그러면서 맨유의 공격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전반 내내 고립되었던 베르바토프는 서서히 제 기량이 선보이기 시작했고, 호날두와 테베즈와의 호흡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결국 끊임없이 돌파를 시도하던 호날두가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후반에 교체되어 들어온 루니 역시 감각적인 슈팅으로 시즌 첫골을 신고했다.

경기는 2대0의 승리로 승점 3점을 얻어냈지만, 더 큰것은 예전 부상에 시달리던 선수들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고, 새로 팀에 합류한 베르바토프 역시 선수들과의 호흡이 점점 맞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좀더 정확한 패스를 빠르게 주고 받을 수만 있다면 지난 시즌의 가공할 만한 득점력을 선보일 날도 멀지 않을 듯 하다.

[08/09 EPL 6R] 맨유 vs 볼튼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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