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이번 시즌 처음으로 쓰리백을 들고 나왔다. 지난 컵대회에서 초반 실점에 무너진 이유가 포백 탓이라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다음 시즌을 위한 전술 테스트인지 알 수 없으나, 새로운 전술을 선보인다는 면에선 긍정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수비 전술의 변화야 그렇다쳐도, 이강진을 쓰리백의 중앙에 논 것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여태껏 많은 경기를 뛰지 않았던 이강진이 얼마나 제대로 된 수비조율을 할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이런 수비 전술의 변화는 지난 컵대회보다 더 이른 시간에 실점하면서 문제점을 노출했다. 사이드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박성호가 달려들어 이범영과 경합했고, 이 과정에서 볼이 뒤로 흘렀고 나광현이 가볍게 차 넣었다. 경기 시작 4분만에 실점이었다. 박성호에 대한 이강진의 커버 플레이가 한발 늦은 것이 아쉬운 장면이었다. 이강진이 박성호와 경합을 해서 키퍼의 부담을 덜었어야 했다. 물론, 이범영의 판단도 아쉬웠다. 느리게 날아오는 크로스였기에, 애초에 나와서 볼을 처리했다면 좋았을 뻔 했다.

▲ 매서웠던 대전의 공격 ⓒ 축구공화국


초반에 빠른 실점이후 경기 페이스는 대전이 가져갔다. 부산은 서동원이 나오지 않은 탓에 중원에서 무게감있게 경기를 조율해 줄 선수도 없었으며, 부실한 수비를 뒷받침해 줄 선수도 없었다. 공격에선 박희도와 김창수만이 날카로운 돌파를 보여줄 뿐, 이렇다 할 장면을 만들어내진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도화성의 볼처리 미스로 인해 추가골을 실점하게 됐다. 이번 실점 역시 부산 경기에서 여러번 노출되는 문제점 중 하나였다. 수비 상황에서 상대 공격을 차단했을 때, 뒤로 천천히 볼을 돌려 지공을 나가거나, 빠른 공격수가 달리는 방향을 향해 속공으로 볼을 보내야 하는데, 이럴 때마다 부산은 우물쭈물하다 볼을 뺏기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런 문제가 다음 시즌에도 고쳐지지 않는다면, 부산은 이번 시즌과 같이 어이없이 실점하는 상황을 많이 맞이하게 될 것이다.

▲ 겨우 동점에 성공한 부산 ⓒ 부산아이파크 홈페이지


그래도 다행스럽게 전반 막판, 파비오의 프리킥을 대전 수비가 어정쩡하게 처리할 때 앞서 나와 있던 박희도가 몸을 날려서 골을 성공시켰다. 이후 후반들어 황선홍 감독은 수비를 다시 포백으로 돌린다. 그러면서 어느정도 수비는 안정감을 찾아간다. 전반에 비해 어이없이 무너지는 상황도 줄어들었으며, 볼 점유율을 높여갔다. 하지만, 좀처럼 골을 쉽게 나지 않았다. 부산의 공격이 그리 날카롭지도 못했으며, 대전이 수비가 그런 무딘 공격에 당할 만큼 허술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부산엔 물이 오른 정성훈이 있었다. 도화성이 뒤쪽에서 올려준 볼을 정성훈이 기가막힌 헤딩 떨구기로 최광희에 연결시켜줬고, 최광희는 1대1 찬스에서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추가시간에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매번 후반 막판에 무너지던 부산의 모습이 아니었다. 만약, 초반에 쓰리백으로 인한 실점이 없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