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런 린 보우즈만 감독은 <쏘우 3>부터는 <쏘우>시리즈가 매니아만을 위한 영화가 되길 바랬던 것 같다. 놀라울 만한 반전으로 재미를 선사했던 <쏘우>가 3편을 시작으로 본격 고어물로 탈바꿈했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보지 말라는 경고를 해주고 싶다. 물론 내 입장에선 그다지 신선할 것 없는 혈은들이었지만. <쏘우 3>는 전체적으로 충격적인 영상들의 나열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현란한 카메라 워크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위에 더해진 압도적인 사운드(특히, 직쏘의 두개골을 드릴로 뚫는 장면과 교통사고 범인의 몸이 뒤툴리는 장면을 기대해도 좋을 듯)는 내용을 생각할 틈도 주지 않는다. <쏘우 3>에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직쏘(토빈 벨)는 다른 이의 삶에 대해 평가하고 게임을 제안한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득보다 실이 많은 게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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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제프(앤거스 맥파디언)는 범인이 고작 6개월 형만을 받고 풀려난 것에 대해 분노하고 직접 복수를 하겠다는 생각에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직쏘에게 게임을 제안 받는다. 교통사고 목격자와 해당 사건의 판사, 그리고 범인을 용서할 것인가? 아니면 그들의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심적 안위를 취할 것인가?를. 그러면서 제프의 부인 린(바하 수멕)은 아만다(샤니 스미스)에게 잡혀와 직쏘의 수술을 맡게 된다. 영화는 내내 린의 수술장면과 제프가 참여한 게임을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집중하게 만든다.

하지만 진짜 <쏘우 3>에서 보여주고 했던 것은 아만다의 후계자 테스트였다. 직쏘는 언제나 탈출구를 마련해주며 게임을 제안하지만, 아만다는 직쏘와 다르게 언제나 지는 게임만을 제안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아만다는 결국 직쏘의 테스트에 탈락하게 된다.

그나저나 직쏘가 아만다에게 건낸 노란 봉투에 대해선 나오지 않았는데 무엇인지? 4편에서 나올 것인가?

9.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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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효과>를 본 사람이 <아이 인사이드>를 본다면, 아마도 <나비효과>의 인기에 힘입어 아류가 나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컨셉 자체는 다르지만, 시공간을 넘나든다는 점에서 <나비효과>와 전체적으로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이 인사이드>가 <나비효과>보다 먼저 제작됐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아이 인사이드>가 국내에 먼저 개봉되지 않은 것이 억울할 법도 하다.


아무튼 <아이 인사이드>는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는 말로 전체가 설명될 것 같다. 죽음의 순간에서 지난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내용들이 <아이 인사이드>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그저 현재의 상황에만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주어진 상황 속에서 하나씩 주어지는 단서들을 통해 상황적 이해와 인물간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결말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쉽게 가르쳐주진 않는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는 마지막에 가셔야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영화이다.

8.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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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9일. 롯데백화점 앞을 지나다가 '김장훈 미니콘서트'라 적힌 무대가 설치된 것을 발견했다. 날짜도 그렇고, 시간도 그렇고, 바로 얼마 후 였다. 그리고 안내 방송에서도 조금 후에 김장훈의 미니콘서트가 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마련된 객석엔 이상하리만치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냉큼 앞쪽으로 가서 먼저 자리를 잡았다.


김장훈에 대한 첫 기억은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장훈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4집 '나와 같다면'과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겠지만, 내가 처음 접한 김장훈의 노래는 3집에 수록됐던 '노래만 불렀지'라는 곡이었다. 고운 미성의 가수들이 다수이던 그 때, 김장훈의 거친 음색이 알게 모르게 매력적으로 들렸다. 그리고 그 후부턴 김장훈의 새 음반이 나올 때마다 구입했다.


아무튼 그런 김장훈을 실제로 볼 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드디어 김장훈이 등장했고, 1시간 30분이란 짧지 않은 시간에 몇곡을 불렀을지 모를 정도로 행복한 시간을 함께했다. 노래 듣느라, 폰카로 찍느라, 이래저래 정신이 없었지만, 어느 한 순간도 놓치지 싫었다. 그렇게 김장훈은 연말에 있을 부산 공연에 많이 와달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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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언제나 극과 극을 달린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김기덕 감독에 대한 큰 거부감은 없다. 어디까지나 영화 그 자체로 평가하면 될 일이기에, 감독이 사석에서 한 발언에 집중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이번 <시간>을 통해 가장 좋았던 것은 성현아란 배우에 대한 기존 이미지를 탈피시킬 수 있었단 것과 하정우라는 기대주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시간>의 내용은 제목과 달리, 대체로 집착이란 단어만 떠올리게 만든다. 과거에 대한 집착인지, 사랑에 대한 집착인지, 성형에 대한 집착인지. 집착으로 인한 사랑은 성형에 이르게 하고, 그 성형으로 인해 다시 파멸을 가져오고, 과거를 잊고자 다시 성형을 하고.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벗어날 수 없는 시간의 굴레를 성형으로 떨쳐버리고 새로 시작하려 하지만 언제나 그 자리다. 성현아의 대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듯 하다. "제가 원하는 대로 되었습니다. 제가 행복해 보이나요? 그런데 이상하게 슬프네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요."

8.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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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라의 새 영화 <프레스티지>는 마술을 모티브로 한 매직 스릴러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영화는 마술보단 로버트 앤지어(휴 잭맨)와 알프레드 보든(크리스찬 베일)를 통해 느긋한 천재와 불운한 경쟁자의 관계에 집중한다. 마치 <프레스티지>에 등장하는 에디슨과 테슬라처럼, <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처럼.


<프레스티지> 역시 <메멘토>처럼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일기장를 통해 얘기를 하고, 그 일기장 속에서 다른 얘기를 꺼내며 과거와 현실을 넘나든다. 이러한 구성은 영화를 더 집중하는 만드는데 요긴하게 쓰인다. 그리고 영화가 진행될수록 실태리는 알아서 풀어주기 때문에 <메멘토>때와 같은 현기증은 없다. 좀더 편안하게 감독의 안내에 따르면 된다. 그 속에서 흥미로운 마술의 비밀과 앤지어와 보든 사이의 살 떨리는 복수전을 즐기면 된다.

단순히 반전의 묘미를 맛보기 위한 선택이라면 <프레스티지>는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다. 그리고 <프레스티지>에서 반전의 요소를 찾는 것은 좋은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전이라 하기엔 너무 친절한 설명이 그 요소를 스스로 깎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두 배우의 열연 속에 드러나는 욕망과 집착, 복수심으로 인한 자기파멸을 즐기면 된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영화이다.

9.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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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최근 논란이 되었던 된장녀 문제와는 별개로, 전체적으로 앤드리아 삭스(앤 해서웨이)가 사회 초년생으로 겪게 되는 성장담에 집중한다. 앤드리아가 자신과는 무관해 보였던 패션잡지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 프리스틀리(메릴 스트립)의 어시스턴트가 되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가 영화의 전체이다.


외형적으론 발랄함을 잘 유지하고 있지만, 단순히 웃는데만 집중하기엔 현실의 쓴맛이 웃음의 이면에 담겨있다. 현실에선 전혀 이뤄낼 수 없을 것 같은 미란다의 가학적 요구에 뒷맛이 씁쓸하다. 그래도 영화니까, 앤드리아를 보며 대리만족을 할 수 있다. 미란다의 가학이 심해질수록 거기서 얻어지는 쾌감도 높아지며, 앤드리아의 지위가 상승할수록 관객들도 대리욕구를 통해 자신의 권위를 상승해 간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앤드리아와 미란다의 대면만이 존재할 뿐 단순한 이야기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캐릭터에 힘을 줌으로써 이를 잘 극복해 내고 있다. 모든 면에서 다른 듯 닮은 두 캐릭터를 통해 단순한 이야기 구조의 지루함을 달래준다. 그리고 시종일관 눈과 귀를 자극시키는 각종 볼거리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특히 여자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아름다운 옷과 구두가 넘쳐나며, 아름다운 파리를 배경으로 한 경쾌함과 발랄함이 영화 내내 유지된다. 여자끼리 보기엔 제격이다.

7.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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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블로그를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은 있었으나, 홈페이지도 있고 귀차니즘이 가만두질 않아서 망설였었다. 그러다가 좀 늦은 시점에 태터툴즈를 설치하고 블로그로 갈아 탔다. 기존 제로보드 데이터 복구에 실패한 이유도 있지만, 좀더 자유롭게 끄적거릴 공간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태터툴즈의 백업과 복원기능이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어이없게 홈페이지 데이터를 날려 먹다보니, 그런 기능을 우선해서 선택하게 된 것 같다. 계정은 고맙게도 텅날개군이 제공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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