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훈과 이상호가 부상으로 빠진 울산의 현시점에서 해결사라곤 알미르 밖에 없었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듯 멋진 골로 경기를 알미르 원맨쇼로 만들었다. 알미르는 경기 초반부터 가벼운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부드롭고 간결한 볼터치로 수원 선수들을 사이를 요리조리 돌파하는 장면을 자주 연출하더니, 2골이나 성공시키며 홈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특히, 김대희를 살짝 돌아 제치면서 때린 두번골은 이운재를 꼼짝도 못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슈팅이었다.

▲ 필사적으로 에두를 막는 울산 ⓒ SEN


전반은 내내 답답한 시간의 연속이었다. 마토가 지키는 수비진은 너무나 견고해보였고, 좀처럼 틈이 보이지 않았다. 공간을 보고 볼을 밀어주면, 어김없이 마토가 앞선에 나와 걷어내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수원의 공격력이 시원시원했던 것도 아니다. 에두와 이천수의 호흡은 그다지 위협적이지 못했다. 에두의 존재감은 있었으나,  이천수의 날카로움은 예전만 못했다. 아직 예전의 폼이 나오지 않는 모습이 분명한데, 차붐은 왜 이천수를 무리하게 기용하는지 알 수가 없는 부분이다.


지루하던 경기 양상은 후반이 시작되면서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갑자기 쏟아진 폭우가 톡톡히 한몫했다. 빗물이 흥건히 고여있는 그라운드는 좀처럼 볼의 방향과 세기를 예측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게다가 빗물은 선수둘의 시야도 방해했다. 이런 측정 불가능한 변수들은 모두 고려하며, 볼을 차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였을까, 이 때부터 수원이 살짝 흔들리기 시작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얻은 코너킥 찬스에서 알미르는 니어 포스트쪽을 향해 오는 볼을 살짝 방향만 바꾸면서 골을 성공시켰다. 이후에도 울산은 공세적인 자세로 경기를 풀어나갔고, 결국 알미르가 추가골까지 성공시켜며, 쉽게 승리를 가져가는 듯 했다. 하지만, 호락호락한 수원이 아니었다. 특히, 에두의 상대 수비에 대한 압박은 굉장했다. 전방으로 날아온 볼을 에두와 수비가 경합하는 과정에서, 볼을 잡은 현영민이 급하게 볼을 뒤로 돌린다는 것이 자책골로 연결시키면서 경기가 이상하게 꼬여갔다.

▲ 최고의 활약 알미르 ⓒ SEN


여기서 김정남 감독은 승부수러 우성용을 투입시켰다. 수원 공격이 매서웠지만, 그 만큼 빈 공간도 많았다. 키퍼 김영광이 올라준 볼은 죄다 우성용이 따낼 정도로 제공권에서 앞서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점유율은 수원에 밀렸지만, 위협적인 역습 장면을 몇차례 만들어냈다. 우성용은 최다골 기록을 경신할 만한 장면이 나왔으나, 아쉽게 이운재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수원도 경기가 잘 안풀리는 듯 위협적인 중거리슛을 난사했지만, 김영광의 선방에 무위로 그쳤다. 이후, 추가골은 나지 않았다.

수원은 조원희가 다시 부상을 당한 듯 해서 앞으로 일정이 그리 녹록치 않을 듯 하다. 오랜만에 나온 배기종은 그다지 좋은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이천수는 경기 내내 친정팀 관중들의 야유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천수가 공을 잡을 때면 어김없이 "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인지, 이천수는 다소 위축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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