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대표팀 데뷔 무대를 치룬 정성훈에 대한 평은 대체로 후하다. 여태 조재진에 대한 불만이 쌓일대로 쌓인터라 그런 듯 싶다. 포스트 플레이를 한답시곤, 저질렀던 만행들이 자연스레 비교되며, 정성훈이 우위에 놓이게 된 덕분이다. 정성훈의 합류는 대표팀 공격 형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바로, 투톱체제이다. 높이의 정성훈과 스피드의 이근호가 조합되어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냈다. 또, 여태 수비에 비협조적이였던 공격수들과 달리 적극적인 수비가담으로 미들에서 한결 수월한 플레이를 가능케 했다. 이런 것들은 정성훈이 큰 부진만 겪지 않는다면, 유효한 가능성들이다.

▲ 루카토니가 되라! ⓒ mydaily


하지만, 정성훈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먼저, 그의 슈팅력이다. 이번 대표팀 경기에서 직접 골을 넣진 못했지만, 제몫은 해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골보다 아쉬웠던 것은 슈팅이다. 제대로 발에 갖다 댄 슈팅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K리그 경기에서 보아온 정성훈이 바로 그러하다. 분명, 발재간이 있는 것은 분명한데, 제대로 발동한 적이 없어 아쉽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어떤 자세로든, 어떤 각도에서든, 볼이 날아오면 골대를 향해 날카로운 슈팅을 날릴 줄 알아야 하는 것이 공격수의 미덕이것만 정성훈에겐 그게 부족하다. 흔히 말하는 슈팅 센스가 없다.

둘째는 그의 몸싸움과 헤딩력이 수비가 강한 팀을 상대로도 통하느냐는 것이다. 이번 UAE전에 나온 상대 수비들은 정성훈보다 월등히 키가 작았던 상대들이다. 그래서 정성훈을 막기엔 힘이 부칠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동분서주한 탓에 다른 공격수들에게 공간이 많이 생겼다. 하지만, 만약 마토와 같은 수비가 대인방어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정성훈같은 공격수가 몸싸움하는 것만으로도 수비들에겐 부담이다. 하지만, 부담과 버거움은 다른 성질의 것이다. 어쩌면 정성훈의 헤딩에 이은 패스 연결이 아시아 안에서만 통할 능력일 수도 있단 얘기다.

▲ 대기만성형 괴물 루카토니


세번째는 그의 나이다. 정성훈이 한국의 루카 토니가 되어 준다면 좋겠지만, 이태리에서 루카 토니가 두각을 나타내던 때와 양상이 다르다. 대표팀 합류가 유력했던 박주영은 프랑스 리그 진출로 인한 누수였고, 정조국은 부상으로 인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게다가 서동현과 신영록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게다가 설기현은 소속팀에서 투톱의 한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상황이다.즉, 정성훈에겐 그리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부진하다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대체자는 많다는 소리다.

마지막으로 국내 팬들의 조급증이다. 현재 정성훈의 대표팀 입지는 어찌보면 잉글랜드의 헤스키와 흡사하다. 주연보단 조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헤스키에 대한 잉글랜드 팬들의 인내심만큼 국내 팬들이 기다려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다음 경기가 사우디 전인 것을 감안하면 골 넣기 수월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UAE 경기에서 골을 넣었어야 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마음이 크다. 물론, 이러한 우려들을 불식시킬 만한 능력일 갖추어야 국대 공격수로 적합하겠지만, 피기도 전에 시들어질까 우려가 되긴 하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