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룡한 재료로 맛없는 음식을 만드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하지만, 먹는 사람에겐 이만큼 비경제적이고, 고욕스러운 일은 또 없다. <점퍼>가 바로 그러하다. 순간이동이라는 좋은 소재를 가지고도 이렇게 밖에 만들지 못했다면 충분히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포스터로 낚을 셈이였나.


시작은 다른 히어로물과 비슷하게 나아간다. 다소 찌질스러운 데이비디(헤이든 크리스텐슨)의 능력발견은 스파이더맨과 흡사하다. 하지만, 그 이후의 진행은 시시하기 짝이 없다. 점퍼만의 전매특허인 순간이동을 가지고 보여주는 것이라곤, 은행털이와 여자친구와의 몰래 여행밖에 없다.

팔라딘의 대립이나 동료 점퍼와의 동맹도 같은 맥락이다. 긴장감도 전혀 없고, 당랑 한명 밖에 등장하지 않는 동료 점퍼도 맥이 빠진다. 뭔가 대규모의 화려한 액션을 기대했다면 일찌감치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애초에 능력이 아닌 도구로 대결하고자 하는 팔라딘은 그들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점더 다른 형태의 능력자나, 다른 마음을 품은 점퍼를 등장시켜 대립시켜야 하지 않았을까. 그래야 좀더 데이비드가 처한, 그리고 점퍼들이 처한 상황이 극한에 치닫지 않았을까 싶다.

포스터에 나온 피라미드, 에펠탑, 스핑크스, 콜로세움은 그저 관객을 낚기 위한 미끼일 뿐이다. 매트릭스를 따라한 듯 한 옷차림과 포즈는 '네오'의 그것에 한참 못 미친다. dvd도 아깝다. 그저, 케이블 앞에서 기다리는게 가장 현명할 듯.

6.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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