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원과의 경기보다 더 아쉽고, 답답한 경기였다. 삼성과의 K리그 원정경기가 종료 5초 전의 집중력이 부족했다면, 서울과의 컵대회 원정경기는 종료 5분 전의 집중력이 부족했다. 2대0 으로 이기고 있다가, 2대3 역전패라니. 이건 선수들 스스로 반성해봐야 할 문제이다.

경기는 전반적으로 부산이 우위에 있었다. 전반 내내 서울의 투톱으로 나온 정조국과 김은중에게 슈팅을 하나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안정된 수비를 보였고, 중원 장악력이나, 공격의 날카로움도 부산이 우위에 있었다. 구아라는 이전 경기만 못했지만, 정성훈의 상승세가 무서웠다. 몇 번의 아쉬운 찬스를 놓치더니, 전반 추가시간에 완변한 크로스를 골문 안쪽으로 침착하게 차 넣으며,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후반 얼마 지나지 않아, 구아라를 뺴고 안정환을 투입했다. 안정환은 침착하게 사이드로 볼을 끌고가 정성훈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 정확하게 정성훈의 머리 쪽으로 볼을 넘겨줬다. 정성훈의 헤딩은 키퍼에 의해 막혔지만, 재차 시도한 슈팅을 성공시키며 2대0으로 앞서 갈 발판을 마련했다.

▲ 무서운 상승세의 정성훈 ⓒ SEN


하지만, 이 이후가 문제였다. 수원과의 경기에서도 그렇지만, 부산은 앞서가고 있을 때, 경기 운영에 치명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공격수들 전체가 들떠있는 기분이랄까, 뭔가 스스로 보여주고자 하는 욕심에 좋은 찬스에서 번번히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특히, 지난 몇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안정환은 내심 욕심이 있었는지, 무리한 슈팅을 시도하거나, 동료들과 호흡이 잘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수비들도 마찬가지다. 다 이겼다고 생각한건지, 아니면 체력적으로 힘에 부친건지, 그 좋던 수비가 순식간에 무너졌다. 전반의 파이팅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김은중의 헤딩슛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나머지 2골은 충분히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던 슈팅이었다. 하지만 파비오가 뚤리고 나니, 나머지 선수들은 자동문이었다.

▲ 파비오가 뚫리면 다 뚫린다 ⓒ SEN


앞서가고 있는 팀에게 두가지 선택권이 있다. 계속적인 공격을 통해 추가득점을 하느냐, 꽁꽁 틀어잠궈 실점을 막느냐이다. 하지만, 부산은 여태것 틀어잠궈 성공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약팀이 지키고자 할 때는 최대한 안전에게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면서, 오랜 볼 소유시간을 자제하고, 짧은 패스보단 롱패스로 공격수의 스피드를 이용한 역습을 전개해야 한다.

▲ 결국 역전한 서울 ⓒ SEN


하지만, 부산은 좋은 역습 찬스에서도 수비들끼리 짧은 패스로 볼을 돌리다 위험을 자초하기도 했다. 즉, 공격시 빠르게 치고 나가는 패스 속도가 늦다보니, 계속해서 부산 진영에 볼이 머물렀고, 계속된 수비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패스가 차단되면 상대에게 골을 허용하는 그런 패턴이었다. 부산엔 발 빠른 공격수들이 많은데도 자신들의 장기를 활용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모습은 너무 안타까웠다. 아직까지 경기 운영에 있어서 문제가 많다는 얘기다. 운영 뿐만 아니라 집중력도 살릴 필요가 있었다. 경기는 휫슬이 불기 전엔 언제든지, 얼마든지 골을 넣을 수도 있고,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부산 선수들은 지레 경기를 빨리 마무리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이런 문제들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이번 경기의 치욕은 언제든 재현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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