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중 탁구부> 이후, 줄곧 비주류의 행동양식과 내면성장을 고찰해 오던 후루야 미노루의 만화적 캐릭터의 성인 버전이라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심해어>이다. 이전 작품에선 중,고교생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번엔 어느새 서른살이 되어버린 어엿한 사회인의 얘기다. 물론, 이도 사회적 비주류에 해당되지만.


후루야 미노루의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결말이 <두더지>였다. 스스로 땅을 파고, 지하 끝까지 어둠 속을 향해, 누구에게도 피해주를 주지 않고,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던 스미다의 이상을 제목에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심해어>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내심 <두더지>의 연장선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오히려 극화의 흐름은 <시가테라>쪽에 가깝다.

물론, 이번에도 현실도피적인 비주류의 인물이다. 하지만, <두더지>의 스미다처럼 염세적이지 않고, 두더지에서 느껴지는 정적인 느낌보단, <심해어> 제목이 주는 느낌대로 좀더 자유를 부여한 동적인 느낌이 강하다. 홀로, 고독을 즐기면서도, 자유롭고 싶은, 진화된 아웃사이더의 전형을 그리고 있다. 현재 3권까지 발행된 시점에선 이전까지와 차별화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없었지만, 이전처럼 두서없이 색다른 인물을 등장시켜, 또다른 재미를 줄 것 같은 기대감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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