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는 허정무 축구가 얼마나 색깔없는 축구를 구사하는지 증명하는 경기였다. 90분 내내 위협적인 돌파도 없었고, 날카로운 크로스도 없었고, 기습적인 슈팅도 없었다. 무의미하게 횡패스와 백패스만 돌리다가 경기가 끝났다. 도대체 어떻게 공격을 풀어가겠다는건지 의도조차 알기 힘들었다. 그저 상대 수비가 실수하기를 바라는 듯 했다.

공격력과 골 결정력이야, 매번 지적되는 부분이라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중원마저 뺐겼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태껏 세번의 무승부가 있었지만, 경기 자체는 장악한 상태에서 득점력이 빈곤으로 비겼던 것이라면, 이번 경기는 중원 장악도 실패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그 이유엔 조원희의 공백이 크다. 기존엔 김남일과 조원희를 수미로 둬서 각자의 역할을 분담했지만, 이번엔 김남일 혼자 조원희의 역할까지 맡아야 했기에 역부족이였다. 조원희가 없는 중원은 누구 하나 궂은일을 맡을려고 하지 않았다. 김남일은 예전만큼 터프하진 못했고, 기성용은 한골 넣긴 했지만 아직까지 수비면에선 역부족이였다.

▲ 어느새 대표팀의 중심이 된 조원희 ⓒ 조이뉴스24


공격시 김두현을 좀더 자유롭게 둬서 패스의 질을 높여야 하는데, 조원희가 없다보니 김두현은 상대 압박때문에 좋은 패스가 나오지 못했고, 좌우로 혹은 뒤로 돌리는 패스를 자주 나왔다. 역습 위기때도 풀백들이 올라간 자리를 조원희가 메꿔줘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대신할 선수가 없었다.홍영조의 단독돌파를 내준 위기가 바로 그러한 장면들이다.

또, 수비와 미들의 연결고리가 없다보니 공간이 벌어지고, 오히려 공격과 미들은 포지션을 겹치는 장면이 여눌되었다. 최성국과 기성용이 겹친다던지, 기성용과 김남일이 겹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김치우는 김두현의 자리와 겹치기도 했다. 게다가 공격시 자리를 지켜야 할 선수와 공간을 찾아 들어가야 할 선수의 역할분담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무위로 그치는 공격이 잦았다.

현재, 조원희가 부상 중이라 어쩔 수 없었다면 대체를 선발해야 했지만, 현 대표팀에 조원희이 대체자는 없다. 이호는 일단 제외하고, 기껏해야 김정우 밖에 없으며, 다른 포지션에 비슷한 성향의 선수들만 잔뜩 뽑아놨다. 오장은이나 박현범이 뽑히길 기대했지만, 말 그대로 기대로 끝나고 말았다. 다음 UAE와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로 조원희없이 경기를 치뤄야 하는데, 누구에게 조원희가 맡았던 역할을 맡길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소화해 낼지도 지켜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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