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심 기대했긴 했었다. 수원이 리그 선두이긴 하지만, 요즘 부산의 페이스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올림픽 이후, 리그와 컵대회에서 두번의 승리를 거뒀다. 특히, 컵대회 경남과의 경기에선 마지막 5분의 역전쑈를 보여줬듯이, 이제 더이상 부산은 무력하게 무너지는 팀이 아니었다. 지난 두번의 경기에서 안정환이 경고 누적으로 나오지 못했고, 이번 경기에도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지만,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부산의 새로운 용병이 꽤 든든했기 때문이다.

먼저, 파비오는 브라질 선수로 수비를 맡고 있는데, 이탈리아 칼리아리와 스위스 FC툰에서 뛰었던 만큼 경험이 풍부하다. 186Cm에 84kg로 몸이 굉장히 다부지고, 플레이를 보면 볼 커팅이 굉장히 좋다. 커버 플레이도 좋아, 다소 부족한 부산 수비들의 부족한 면을 잘 메워준다. 매번 쉽게 무너지던 부산의 수비진의 중심이 되는 선수이다. 마치, 수원의 마토를 연상시킨다고 할까. 아무튼 부산의 수비도 안정감이 생겼다.

▲ 든든한 파비오 ⓒ SEN


또 다른 용병은 구아라는 공격수인데, 기존에 헤이날도와 달리 날렵하고 빠른 선수이다. 헤이날도가 정성훈과 비슷한 느낌이였다면, 구아라는 안정환과 비슷한 느낌이다.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는 아니지만, 스피드가 빠르며, 패스 센스가 좋다. 그리고 경기 보는 시야도 좋아, 윙어들한테 적절한 패스를 잘 넣어준다. 스웨덴의 함마르뷔에서 뛰었는데, 70경기에서 28골을 성공 넣었으니, 그리 좋은 결정력은 아니지만, 재기넘치는 플레이로 부산 선수들한테 활력을 불어 넣어주기엔 충분했다.

▲ 재간둥이 구아라 ⓒ XportsNews


빅버드에서의 경기임에도 부산은 경기 내내 수원에 밀리지 않았다. 수원의 조원희가 결장한 탓에 중원에서의 압박이 덜한 탓도 있었지만, 부산의 윙어, 한정화와 박희도가 수원의 풀백들이 올라간 뒷공간을 제대로 활용했다. 꽤 많은 크로스를 올릴 정도로 사이드 활용이 돋보였다. 구아라의 헤딩슛은 골대를 맞출 정도로 날카로웠고, 정성훈의 헤딩도 아깝게 빗나갈 정도로 수원 수비진을 위협했다. 아쉬움 속에 전반에 끝나갈 때쯤, 마지막 부산의 프리킥 찬스에서 예상과 달리 정성훈이 슈팅을 했고, 볼은 수비 어깨를 맞고 골대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의외의 선제골이었다.

후반에 이천수도 들어오고, 서동현도 들어왔지만, 부산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특히, 이범영의 미친듯한 선방은 탄성을 자아낼 정도였다. 전반에도 마토의 헤딩슛과 터닝슛을 가까스로 막아내더니, 후반엔 곽희도의 내려찍는 듯한 헤딩슛을 뛰어난 반사신경으로 막아냈다. 그렇게 답답한 경기 속에 부산의 승리로 경기가 끝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역시 인저리 타임에 강한 수원이었다. 마지막 코너킥에서 흐르는 볼을 김대희가 넣어버려며 결국, 1대1 무승부로 경기가 마무리 지었다.

▲ 인저리 타임에 나온 김대희의 동점골 ⓒ SEN


원정 경기에서 리그 선두 수원과의 무승부면 잘한 경기지만,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다 잡은 경기였기 때문이다. 특히, 후반에 추가골을 넣을 수 있는 여러번의 찬스가 있었다. 무엇보다 박희도에게 왔던 두번의 찬스는 정말 아쉬웠다. 공격 4명에 수비 2명 상황에서 욕심을 부리며 로빙슛을 시도한 장면이나, 사이드 돌파 이후 구아라에게 넘겨주면 바로 골찬스인데, 사이드에서 무리하게 슛을 때린 장면은 너무 욕심을 부린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대체적으로 부산 선수들이 그랬다. 스스로의 플레이에 자신감이 생긴 듯 발목에 너무 힘을 실어서 슛을 때리는 듯 했다. 아쉽지만, 고무적인 것은 부산의 수비가 안정되면서 쉽게 골을 먹지 않게 되었고, 그러면서 미들과 공격에서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눈앞의 승리는 놓친 것은 아쉽지만, 부산의 경기력에 확인한 경기였기에 기분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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