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4학년 시절, 한참 이력서를 남발하며, 면접을 보러 다닐 때의 일이다. S모 회사에 최종 임원면접을 앞둔 상황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친구랑 같이 면접을 보게 되었다. 그것도 면접 번호 앞뒤로 말이다. 면접의 마지막 차례여서 긴장도 되고, 초조할 법도 한 데, 친구랑 함께여서 인지 기다리는 시간이 오히려 지루하게 느껴졌다. 앞서 들어간 면접자들의 시간도 길어졌고, 친구와 같이 잡담을 해서 인지, 나중엔 면접장 앞인지 망각할 정도로 편안함마저 느꼈다.

그렇게 면접을 앞두고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다가, 면접장에서 노래를 하면 어떨까하는 얘기가 나왔다. 너무 경직되고, 긴장된 모습보다 편안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는 생각과 함께, 서로에게 긴장하지 않았음을 과시하고 싶었던 마음에서 나온 돌발발언이기도 했다. 이젠 서로 오기가 생겨 무슨 노래를 부를지 곡목 선정에 들어갔다.

드디어 우리의 면접 차례가 왔고, 4명이 한조가 되어 들어가야 하는데, 나머지 2명이 참석하지 않아서 우리만 들어가게 되는 행운이 왔다. 만약, 다른 면접자도 있었다면, 다른 면접자들의 눈치도 있고 해서, 노래까지 부르지 못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뿐이겠다 싶는 생각에 지르자고 마음먹고 들어갔다.

꽤 많은 면접자를 대면해서 인지, 면접관들은 꽤나 지쳐보였다. 우리가 들어서자, 잠깐 얼굴만 확인하고, 이력서와 자소서만 쳐다보고 있었다. 큰소리로 차례대로 자기소개를 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이런 저런 경직된 질문들이 오갔다. 그리고, 마지막에 예상했던대로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이나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해보라고 했다.

이때다 싶어서 얘기를 꺼냈다.
"오랜 시간을 면접치루신다고 지쳐보이시는데, 저희가 피로를 날려버릴만한 노래 한곡 하겠습니다."
의아한 얼굴로 우리를 쳐다봤다. 우리는 친구임을 밝히고, 자리에서 일어나 춤까지 추면서 땡벌을 부르기 시작했다.
"난 이제 지쳤어요 땡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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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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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이 밤이 너무 너무 길어요~"
노래를 다 부르고 나니, 박수마저 나왔다. 그리고, 지쳐보이던 면접관의 얼굴을 이내 밝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끝날 것같은 면접은 노래가 끝난 후, 이런저런 일상적 잡담과 같은 질문으로 이어졌다. 처음 자기소개할 때의 무거운 공기는 사라진지 오래고, 마치 옆집 아저씨와 얘기하는 듯 주변 얘기와 친구들 얘기를 두런두런 풀어놓고 나왔다.

면접실을 나오면서 이렇게 마음이 편한적이 없었다. 뭔가, 홀가분한 기분이랄까. 아무튼, 다른 면접때 느껴보지 못한 기분이었다. 이 후, 다른 면접에서 다시 땡벌을 부를 만한, 여유와 배짱이 생기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 날은 친구와 함께라는 그 무언가가 호기가 되어 발동했는가 보다. 아무튼, 우린 그 회사에 입사하진 않았지만, 땡벌 덕분인지 합격 통보를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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