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거지라 함은 먹고 난 뒤 그릇을 씻어 정리하는 일을 말한다. 한나라당의 설거지론이 옳다고 얘기하고 싶다면, 먹은 자가 누구인지, 씻어 정리한자가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청문회엔, '론'만 있었을 뿐, 밝혀진 것 없이 끝나고 말았다. 솔직한 심정에선 노무현과 이명박이 청문회에 나와, 맞짱 토론이라도 펼치길 원했건만, 그냥 원론적인 얘기들만 하다가, 메아리로 끝났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설거리론이란 것이 상당히 재밌다. 그들이 얼마나 무능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나름대론, 책임을 회피해보고자 하는 소리겠지만, 설거지론으로도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말대로 설거지론 얘기를 해보자면, 노무현 행정부가 먹었고, 이명박 행정부가 씻어 정리했단 얘기다.

그렇다면, 노무현 행정부에서 뭘 싸질러 놓았길래, 이명박 행정부에 와서 씻어 정리해야 했을까. 애초에 설거지론의 합당성을 유지하려면, 노무현 행정부가 30개월 이상으로 하자던 것을, 이명박 행정부에 와서 30개월 미만으로 협상해냈다던지, 뼈를 포함하던 것을 제외시켰다던지. 뭔가, 그들이 주장하는 '국익'에 도움이 되는, 더 나은 협상을 이끌어 냈을 때,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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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수준


하지만, 설거지라 해놓고는 한 것이 없다. 도대체가 씻어서 정리한 것이 없다. 그들의 주장대로 노무현 행정부때, 결정해 놓은 것을 그냥 협상에 따랐을 뿐이다. 하지만, 협상에 임하기 전에 협상 내용을 봤다면, 판단이 섰어야 한다. 이게 욕 먹을 짓인지, 아니면 칭찬받을 짓인지. 만약, 그 판단마저 서지 않았다면, 무능의 극치인 것이고.

결국, 설거지론은 그들이 그렇게 싫어하던, 노무현 행정부의 꽁무니를 그대로 쫒아갔다고 밝힌 꼴이 된다. 그들은 그저 노무현 시다바리란 말인가. 조직개편이나 노무현이 임명한 요직의 사람들은 그렇게 자기들 입맛에 맞춰 바꿔놨으면서, 왜 쇠고기 협상은 자기들 입맛에 맞춰 바꿔놓지 못했는가.

결국, 선물론이든, 설거지론이든, 이명박 행정부가 무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우리는 무능해요"라고 고해성사하는 꼴이니 말이다. 어째, 내가 볼 땐, 설거지가 아니라, 다시는 그릇을 못 쓰도록 깨부셔논 것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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