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가 박지성의 선제골과 호날두의 추가골에 힘입어 난적 아스날을 제치고 두시즌 연속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4강 1차전에서 많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1골 밖에 넣지 못해서 맨유로썬 힘겨운 경기가 될 수도 있었던 원정 경기였는데, 경기 초반에 터진 박지성의 선제골 덕분에 예상보다 손쉬운 승리를 따냈다.
▲ 맨유의 선발 라인업 ⓒ MBC ESPN 경기 캡쳐
퍼거슨은 이번에도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1차전과 다른 점이었다면 테베즈를 대신해 박지성이 나왔다는 점이었다. 호날두가 최전방으로 나섰고, 박지성이 오른쪽에 배치됐고, 루니가 왼쪽에 배치됐다. 중원에서 1차전에서 좋은 호흡을 보여줬던 안데르손, 플레처, 캐릭, 3명의 미드필더가 그대로 중용되었다. 수비에서도 퍼디난드가 돌아오면서 안정감을 유지했다.
▲ 아스날의 선발 라인업 ⓒ MBC ESPN 경기 캡쳐
승리가 필요했던 아스날은 돌아온 반 페르스를 왼쪽 공격수로 배치했고, 중원은 나스리와 송, 파브레가스로 구성하며 공격적인 전술을 예상케 했다. 그리고 수비에선 실베스트르 대신 주루가 선발 출장하며 1차전보다 나은 조합을 선보였다. 그래도 공격에 비해 수비가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경기 초반엔 아스날이 적극적인 공격에 나섰다. 박지성이 자신에게 온 볼을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면서 아스날에게 역습 기회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지만, 워낙 수비가 탄탄한 맨유라서 그런지 잘 막아냈다. 오히려 위기는 방심하던 아스날에게 찾아왔다. 안데르손이 중앙으로 빠져 들어가는 호날두에게 정확히 패스를 연결했고, 호날두가 왼쪽 사이드를 파고들어 중앙쪽을 향해 땅볼 크로스를 올렸다. 힘없이 흘러가는 평범한 크로스였지만, 깁스가 넘어지면서 볼이 뒤에 있던 박지성에게 연결됐고, 박지성은 알무니아와 깁스 사이에서 넘어지면서 슈팅을 연결해 중요한 선제골을 뽑아냈다.
▲ 박지성의 절묘한 선제골 ⓒ skysports.com
깁스의 실책이 너무나 크기도 했지만, 박지성도 각을 좁히고 나온 알무니아를 피해 제대로 골문에 꽂아 넣었다. 어쨋거나 아스날로썬 클리쉬가 너무나 그리운 순간이었고, 붕괴된 수비진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의욕적으로 나섰던 아스날은 허망하게 실점하자 망연자실 할 수 밖에 없었고, 이후 호날두에 대한 무리한 수비로 다소 먼 거리에서 프리킥 찬스를 허용했다. 하지만 먼 거리라서 방심했는지, 키커로 나선 호날두가 직접 슈팅을 가져가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는지, 방심하던 사이 호날두가 직접 슈팅을 시도했고, 강하고 빠른 무회전 킥은 곧바로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알무니아가 볼을 향해 몸을 날렸지만, 이미 볼을 골문을 지나간 후 였다.
▲ 최고의 프리킥 골을 보여준 호날두 ⓒ skysports.com
전반 11분만에 아스날은 그렇게 무너졌다. 무려 4골이나 넣어야 하는 상황이 되버린 것이었다. 그나마 아스날의 위안거리는 경기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는 점이었는데, 계속해서 공격해도 모자랄 판에 아스날은 맨유의 페이스에 말려 들고 있었다. 확실히 퍼거슨이 많이 준비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이 4-3-3과 4-5-1 사이에서 효과적으로 변화를 주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갔다. 물론 볼 점유율은 아스날이 높았다. 하지만 딱 그 뿐이었다. 아스날의 공격을 차단한 뒤 치고 나가는 역습은 맨유가 더 강력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슈팅조차 가져가지 못한 아스날과 달리 확실히 공격의 마무리를 지어주며 수비적으로 준비할 시간을 가졌다.
▲ 효과적인 경기를 펼친 맨유 ⓒ MBC ESPN 경기 캡쳐
이런 퍼거슨 감독과 달리 웽거 감독은 전혀 맨유의 전술을 무너트리지 못했다. 중원의 파브레가스는 안데르손과 캐릭, 플레처의 압박에 제대로 된 패스를 전방에 연결할 수 없었고, 시원한 돌파로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줘야 할 월콧도 1차전과 똑같이 루니와 에브라의 수비에 막혀 고전해야 했다. 에브라가 레논을 상대할 때면 가끔 빠른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해 돌파나 크로스를 허용한 적이 있었는데, 월콧에게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았다. 나스리도 박지성과 오셔의 수비에 좀처럼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결국 아스날은 특유의 패스 플레이를 살리지 못하고 아데바요르를 겨냥한 크로스를 올렸지만, 아데바요르 역시 퍼디난드와 비디치 사이에서 고립될 수 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1차전과 똑같았다.
▲ 역시 에이스 호날두, 2골1도움! ⓒ skysports.com
아스날은 후반들어 깁스를 대신해 에보부에를 투입하며 좀더 공격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호날두마저 수비에 가담한 맨유의 수비엔 전혀 틈이 보이지 않았다. 아스날은 특유의 패스 플레이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 오히려 아스날의 공격의 끊긴 사이에 빠르고 강하게 치고 올라오는 맨유의 공격이 더 무서웠다. 특히 세번째 골은 예전에 맨유가 자주 보여줬던 특유의 빠른 스피드를 살려 최소의 터치로 골을 만들어내던 역습의 모습 그대로였다. 베르바토프가 합류한 이후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는데, 이번엔 제대로 였다. 맨유 페널티박스 앞에서 차단된 볼을 호나두가 박지성에게 힐 패스를 내줬고, 박지성은 치고 올라가면서 왼쪽 사이드에서 빠르게 공간 침투하던 루니에게 정확히 연결했다. 루니는 좀더 볼을 끌고 가다가 반대편에 주루를 따돌리고 쇄도하던 호날두에게 볼을 연결했고, 이렇게 몇번의 패스로 연결된 볼은 순식간에 호날두에게 알무니아와 1대1 찬스를 만들어 줬다. 호날두는 깔끔한 슈팅으로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아스날은 이제 무려 5골이나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시간 상으로 충분히 해볼 수 있었겠지만, 사실상 승부는 기운 것이나 다름 없었다. 아스날의 홈 팬들은 이미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퍼거슨도 선수를 교체해주며 리그 경기와 챔스 결승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안데르손을 긱스로 교체했고, 에브라를 하파엘로 교체했고, 루니를 베르바토프로 교체했다. 경고 누적의 우려가 있었던 선수들에 대비한 적절한 교체였다. 아스날도 월콧을 빼고 벤트너를 투입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벤트너는 높이에선 월콧에 비해 우위에 있을지 몰라도 맨유에게 있어 그다지 큰 위협은 되지 못했다.
▲ 그렇게나 잘 해줬던 플레처의 아쉬운 퇴장 ⓒ skysports.com
거의 완벽한 승리를 가져갈 것 같던 맨유에게 아쉬운 점이었다면 플레처가 반 페르시의 패스를 받아 골문을 향해 돌파해 들어오던 파브레가스에 거친 태클을 하며 퇴장을 당했다는 것이다. 페널티킥이야 내줄 수 있지만, 퇴장으로 인해 플레처는 챔스리그 결승에 나설 수 없게 되었다. 물론 맨유에겐 스콜스와 긱스라는 훌룡한 중앙 자원이 있지만, 수비적으로 좀더 좋은 모습을 보였던 플레처였기에 맨유로썬 아쉬운 상황이었다. 파브레가스가 얻어낸 페널티킥은 반 페르시가 성공시키며 한골을 따라 붙었지만 거기까지 였다. 후반 막판에 하파엘의 반칙으로 인해 얻어낸 많은 프르킥 찬스에서 연결된 슈팅은 전부 골문을 외면했다. 오히려 베르바토프의 패스를 받아 박지성이 날린 슈팅이나 호날두의 프리킥 슈팅으로 더 많은 실점을 할 뻔 했다. 결국 경기는 그렇게 맨유의 3대1 승리로 끝났다.
▲ 여유같은 퍼거슨, 웽거에게 완승! ⓒ skysports.com
개인적으로 테베즈나 베르바토프가 선발로 나와 공격적으로 나서다 원정골을 넣은 후 후반에 박지성을 교체 투입시키지 않을까 했는데, 박지성이 의외로 선발로 나와 공격적으로나 수비적으로나 훌룡한 경기를 펼쳤다. 결과론적으로 3경기 연속으로 결장시키며 체력적으로 보충할 여유를 줬던 퍼거슨의 영리함이 들어 맞은셈이 됐다. 박지성은 PSV 시절에도 그랬고, 지난 시즌에도 그랬고, 이번 경기도 그렇고, 챔스리그 4강만 되면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 무기력한 경기력은 온데간데 없고, 이전에 보여줬던 포스를 다시 발휘하기 시작했다. 아무튼 맨유의 결승행으로 인해 결승에서 첼시가 됐든, 바르셀로나가 됐든, 지난 시즌에 4강과 결승에서 상대했던 팀과의 재밌는 리턴 매치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