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34라운드 맨유와 토트넘의 경기는 양팀 모두에게 있어서 중요한 경기였다. 맨유는 포츠머스 전부터 살아난 경기력을 재정비하면서 아스날과 있을 챔스리그를 대비할 필요가 있었고, 토트넘으로썬 리그 7위까지 주어지게 된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위해 승리가 필요했다. 맨유는 체력적인 부담때문인지 긱스를 벤치에 앉히고 나니를 선발로 내세웠다. 박지성은 최근 체력이 떨어진 것도 있겠지만, 대표팀 합류 이후 이상하리만치 무너진 폼으로 인해 교체명단에도 들지 못했다. 혹시 부상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교체 명단에도 없는 박지성 ⓒ MBC ESPN 경기 캡쳐


맨유는 FA컵 맞바꾼 휴식때문인지 확실히 달라진 경기력을 보였다. 서서히 점유율을 높여가던 맨유는 컨디션이 좋아하는 호날두를 이용한 적절한 패스가 주자 연결되었다. 나니를 필두로 잦은 패스 미스가 나오면서 역습을 통해 빠르게 문전까지 도달하긴 했으나 슈팅 타이밍까지 나오지는 않았다. 나니는 하고자 하는 의욕은 앞섰으나 개인 돌파도 그렇고, 패스 플레이도 그렇고,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러울 만한 플레이는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다고 수비가 좋은 것도 아니고, 에브라 혼자 막기 벅찬 레논에 대한 협력 수비도 부족했다. 여기에 베르바토프는 역습시 볼을 끌다보니 점점 공격적 힘을 잃어갔다.

호날두야 워낙 공격적인 부분에만 신경 쓴다지만, 나니는 좀더 수비적으로 도와줄 필요가 있었는데 그렇질 못하다 보니 양 풀백들이 모드리치와 레논을 막는데 있어서 고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중원에서 백업 수비를 들어가면 팔라시오스가 있는 토트넘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래저래 애매할 수 밖에 없었다. 몇차례 얻어낸 프리킥 찬스도 아쉽게 고메스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특히 호날두의 연이은 슈팅을 막아낸 반사신경은 대단했다. 그렇게 몇차례 맨유의 좋은 찬스가 지나가더니 결국 토트넘에서 먼저 기회를 잡아 냈다. 촐루카가 올린 크로스를 퍼디난드 뒤에 있던 벤트가 앞으로 나오면서 볼을 컨트롤 한 뒤 가볍게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앞서 있던 퍼디난드의 집중력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그렇게 많은 찬스를 살리지 못했던 맨유로썬 허탈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허탈할 틈도 없이 추가골이 연이어 터졌다. 오른쪽 사이드에서 빠른 발을 이용해 에브라를 따돌린 레논은 중앙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고, 볼은 반대편에 수비의 마크없이 있던 모드리치에 연결됐고, 모드리치는 가볍게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아무런 마크없이 모드리치는 놓아둔 하파엘의 명백한 실수였다. 그렇게 순식간에 2대0 되자, 경기는 완전 토트넘의 분위기로 넘어갔다. 맨유도 그렇게 나쁘지 않았던 경기력이었기에 어떻게든 전반에 만회골을 넣고자 시도했지만, 결정적인 슈팅은 번번히 고메스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이번 경기를 놓칠 수 없었던 퍼거슨은 나니를 후반 시작과 동시에 테베즈로 바꿔버렸다. 그러면서 루니가 사이드로 빠지고, 테베즈가 베르바토프와 함께 최전방에 나섰다. 그러면서 루니의 진가가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교체로 들어온 테베즈도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공간진에 많은 공간을 만들어 줬다. 그렇게 후반의 주도권을 맨유가 잡아가고 있을 때 루니가 공간을 빠져나오며 전방으로 침투하던 캐릭에게 킬패스를 넣어줬고, 순식간에 캐릭은 고메스와 1대1 찬스를 맞이했다. 캐릭이 고메스를 제칠려는 순간 캐릭이 코메스에 부딪히며 넘어졌고 페널티킥이 선언되었다. 키커로 나선 호날두는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한골을 만회했다.

▲ 추격의 시발점이 된 호날두의 페널티킥 ⓒ 스카이스포츠


이른 시간에 만회골을 터트린 맨유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살아났다. 루니는 왼쪽을 완전 초토화시키며 맨유의 공격을 주도했다. 퍼거슨은 살아난 분위기에 플레처를 대신해 스콜스를 넣으며 정교함까지 갖춰나갔다. 그리고 곧이어 테베즈가 왼쪽에서 들어오는 루니를 향해 볼을 내주자, 루니는 직접 돌파를 하며 고메스의 동작을 보고 정교한 슈팅으로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그렇게 달아오른 맨유의 공격력은 연이어 계속된 골폭풍을 몰아쳤다. 왼쪽 코너에서 루니가 크로스를 올리자 호날두가 쇄도하며 다이빙 헤딩슛을 성공시키며 순식간에 스코어를 3대2로 역전시켜 버렸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시간적으로 토트넘에게 따라 붙을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한번 무너진 토트넘의 수비진은 계속해서 농락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엔 호날두가 오른쪽 돌파에 성공한 뒤 반대편에 있던 루니에게 정확히 패스를 연결하며 기회를 만들어줬고, 침착하게 볼을 컨트롤한 뒤 때린 루니의 슈팅은 우드게이트의 몸과 함께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스코어가 4대2가 되자, 토트넘도 만회골을 위해 공격적으로 나섰으나 토트넘은 오히려 맨유의 역습에 추가실점의 빌미만 제공할 뿐이었다. 계속된 맨유의 공격은 결국 베르바토프까지 기회가 이어졌다. 루니가 올린 크로스를 베르바토프가 헤딩으로 연결했고, 한차례 고메스의 선방에 의해 막했으나 재차 직접 들어가면서 슈팅으로 연결해 골을 만들어 냈다. 그렇게 경기는 후반에만 5골을 몰아넣은 맨유의 승리로 끝났다.

▲ 올시즌 최고의 활약을 선보인 루니 ⓒ 스카이스포츠


확실히 맨유로썬 테베즈를 꼭 잡아야 한다는 것이 증명된 경기였다. 후반들어 테베즈가 투입되면서 발 빠른 테베즈와 루니, 호날두가 계속해서 위치를 바꿔가며 공간을 찾아들어가니 토트넘 수비로썬 선수를 마크하는데 고전할 수 밖에 없었다. 역습 타이밍에 있어서도 베르바토프와 패스를 연결할 때와 확연히 차이가 났다. 베르바토프는 대개 중원에서 한차례 볼을 끌다가 패스를 넘겨줌으로써 상대 수비가 다 들어올 시간을 주는 반면, 테베즈는 일단 2대1 패스로 빠르게 치고 들어가니 상대 수비와 뒷걸음질 칠 수 밖에 없었고, 키퍼가 슈팅에 대해 준비할 시간을 적게 줬다. 오랜만에 지난 시즌 보여줬던 삼각편대의 무서운 역습을 볼 수 있었던 경기였다.

호날두와 함께 루니는 오랜만에 대단한 활약을 보여줬다. 특히 최전방에서 뛸 때보다 윙어로써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긱스가 없을 경우 대개 루니가 코너킥을 전담하는데, 그러한 진가가 제대로 발휘된 경기였다. 루니의 크로스는 정확하게 다른 공격수에게 연결되었다. 나니나 박지성의 크로스보다 월등히 좋았다. 퍼거슨이 루니를 윙어로 쓰진 않겠지만, 만약 나니의 망나니짓이 계속되고, 박지성의 경기력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긱스의 체력적 부담때문이라도 루니를 사이드로 돌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아무튼 리버풀로썬 좋다 말은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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