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라의 새 영화 <프레스티지>는 마술을 모티브로 한 매직 스릴러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영화는 마술보단 로버트 앤지어(휴 잭맨)와 알프레드 보든(크리스찬 베일)를 통해 느긋한 천재와 불운한 경쟁자의 관계에 집중한다. 마치 <프레스티지>에 등장하는 에디슨과 테슬라처럼, <아마데우스>의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처럼.


<프레스티지> 역시 <메멘토>처럼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일기장를 통해 얘기를 하고, 그 일기장 속에서 다른 얘기를 꺼내며 과거와 현실을 넘나든다. 이러한 구성은 영화를 더 집중하는 만드는데 요긴하게 쓰인다. 그리고 영화가 진행될수록 실태리는 알아서 풀어주기 때문에 <메멘토>때와 같은 현기증은 없다. 좀더 편안하게 감독의 안내에 따르면 된다. 그 속에서 흥미로운 마술의 비밀과 앤지어와 보든 사이의 살 떨리는 복수전을 즐기면 된다.

단순히 반전의 묘미를 맛보기 위한 선택이라면 <프레스티지>는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다. 그리고 <프레스티지>에서 반전의 요소를 찾는 것은 좋은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전이라 하기엔 너무 친절한 설명이 그 요소를 스스로 깎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저 두 배우의 열연 속에 드러나는 욕망과 집착, 복수심으로 인한 자기파멸을 즐기면 된다. 그것만으로 충분한 영화이다.

9.0점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