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언제나 극과 극을 달린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김기덕 감독에 대한 큰 거부감은 없다. 어디까지나 영화 그 자체로 평가하면 될 일이기에, 감독이 사석에서 한 발언에 집중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이번 <시간>을 통해 가장 좋았던 것은 성현아란 배우에 대한 기존 이미지를 탈피시킬 수 있었단 것과 하정우라는 기대주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시간>의 내용은 제목과 달리, 대체로 집착이란 단어만 떠올리게 만든다. 과거에 대한 집착인지, 사랑에 대한 집착인지, 성형에 대한 집착인지. 집착으로 인한 사랑은 성형에 이르게 하고, 그 성형으로 인해 다시 파멸을 가져오고, 과거를 잊고자 다시 성형을 하고.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벗어날 수 없는 시간의 굴레를 성형으로 떨쳐버리고 새로 시작하려 하지만 언제나 그 자리다. 성현아의 대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듯 하다. "제가 원하는 대로 되었습니다. 제가 행복해 보이나요? 그런데 이상하게 슬프네요.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요."

8.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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