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선두권 경쟁을 하는 팀 간의 마지막 맞대결인 맨유와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33라운드. 두 팀간의 승점 차가 1점 차였기 때문에 우승을 위해선 양 팀 모두 승점 3점이 필요한 경기였다. 하지만 맨유는 지난 뮌헨과의 챔스 경기에서 공격의 핵이라 할 수 있는 루니를 잃어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다. 반면, 첼시는 챔스에서 탈락하며 주전 선수들 대부분이 충분한 휴식을 취했고, 포츠머스와 아스톤 빌라를 맞아 대승을 거두면서 분위기도 반전 시켰다.

▲ 양 팀 선발 라인업 ⓒ 스카이스포츠 캡쳐


맨유는 루니가 빠진 자리에 베르바토프를 투입했고, 4-5-1로써 중원을 두텁게 했다. 좌우에 박지성과 발렌시아를 두고, 중앙엔 플레처-긱스-스콜스를 뒀지만, 실질적으론 긱스가 우측에 치우쳐 플레이 했으며, 박지성은 중앙에서 좌우로 폭넓게 백업 플레이를 해줬다. 첼시도 몸 상태가 좋지 못한 드록바를 대신해 아넬카가 최전방에 배치됐고, 좌우 윙에 말루다와 조 콜, 그 밑에 램파드와 데쿠, 그 밑에 미켈을 배치했다. 왼쪽 풀백엔 지르코프가 복귀했다.

경기 초반 조심스럽게 진행되던 흐름은 말루다의 개인 능력에 의해 균형이 무너졌다. 측면에서 드리블을 시작한 말루다는 발렌시아의 태클도 피하고, 플레처와의 경합도 이겨내며, 문전까지 들어간 뒤, 조콜을 향해 볼을 밀어줬고, 조콜은 에브라가 마크하고 있음에도 절묘한 힐 킥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생각치 못한 상황에서 두 선수의 개인 능력이 만들어낸 득점이었다.

▲ 개인 기량으로 선제골을 만든 말루다 ⓒ 스카이스포츠


반면, 맨유의 반격은 좀 답답했다. 너무 한 쪽에만 공격이 집중되며, 첼시로 하여금 수비하기 쉽게 자초했다. 물론,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긱스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없어 볼을 투입하기 용이하지 않았으며, 베르바토프 역시 중앙에 고립되어, 좋은 연계 플레이가 나오지 못했다. 결국, 발렌시아의 돌파 아니면, 네빌의 오버래핑에 이은 크로스가 전부였다. 그나마 플레처나 박지성이 많이 움직여 주면서, 패스의 연결 고리가 되어 줬다. 특히, 박지성은 돌파해 들어가다 지르코프의 발에 걸려 넘어진 것은 정말 아쉬웠다. 볼이 빠진 상태에서 들어온 태클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페널티킥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주심은 이를 외면했다.

전반을 뒤진 채 마친 맨유는 후반엔 공격에만 집중했다. 긱스가 볼을 잡는 횟수가 늘어나며, 좌우의 공격 밸런스도 맞아 들어갔고, 중앙에 베르바토프도 볼을 따내는 횟수가 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나 아쉬운 루니의 공백은 어쩔 수 없었다. 루니라면 충분히 골로 연결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베르바토프는 번번히 수비에 막히고 말았다. 긱스의 코너킥을 단독 헤딩으로 연결한 것도 아쉬웠고, 박지성의 센스있는 패스를 머뭇거리다 날려버린 것도 아쉬웠다. 박지성 역시 플레처-베르바토프로 이어지는 연계 플레이 이후 완벽한 골 찬스를 놓치며 동점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 드록바의 추가골, 루니와 한 골 차이! ⓒ 스카이스포츠


맨유의 파상공세에도 첼시의 골문이 열리지 않자, 퍼거슨 감독은 결국 박지성을 빼고 마체다를, 스콜스를 빼고 나니를 투입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맨유의 동점골 보다 첼시의 추가골이 우선이었다. 교체로 들어온 칼루와 드록바, 두 명이서 팀의 추가골을 만들어 냈다. 칼루의 스루패스를 드록바가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맨유로썬 억울하게도 이는 명백한 오프사이드였다. 칼루의 패스가 들어가기 전에 드록바는 이미 최종 수비수보다 한 발 이상 앞서 있었다. 하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이 오심이 맨유로써 아쉬웠던 이유가 바로 이어지는 마체다의 득점이다. 나니는 페레이라를 개인기로 따돌린 뒤 중앙으로 땅볼 크로스를 올렸고, 첼시 수비수가 걷어낸다는 것이 굴절되어 마체다의 몸에 맞고 첼시 골문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맨유는 플레처 대신 깁슨을 투입하며 마지막 한방을 노렸지만, 데쿠 대신 발락까지 투입하며 완전히 수비로 돌어선 첼시의 골문을 여는 것은 쉽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에 긱스의 크로스를 정확히 갖다 댄 베르바토프의 발리 슈팅도 체흐의 정면으로 향하면서 기회를 날려 버렸다.

▲ 루니를 대신하기엔 부족했던 베르바토프 ⓒ 스카이스포츠


결국, 올드 트래포드에서 패배한 맨유는 선두 자리를 첼시에게 내주고 말았고, 자력 우승도 사실상 힘들게 됐다. 맨유가 남은 경기를 모두 승리한다는 가정 하에 리버풀이 첼시를 잡아주길 바라야 하는 처지됐다. 그리고 루니의 공백을 절실히 느꼈다는 점에서 앞으로 있을 뮌헨과의 홈경기를 어떻게 치뤄야 할지도 고민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리그 우승과 챔스 우승을 다 잡으려다 둘 다 놓칠 수도 있게 됐으니, 맨유로썬 심판 판정이 더욱 아쉬운 경기였다.

[09/10 EPL 33R] 맨유 vs 첼시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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