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풀럼과의 대결에서 연이은 패배를 기록했던 맨유라서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는 꼭 설욕을 해야만 했던 경기 였다. 장소도 올드 트래포드. 맨유는 밀란과의 챔스리그에서 활약했던 박지성과 스콜스를 쉬게 하며,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중원에선 오랜만에 캐릭과 플레처가 짝을 맞췄고, 최전방에 베르바토프와 루니가 나섰다. 지난 풀럼과의 경기에서 좋지 못했던 스콜스를 빼준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포백은 지난 경기와 동일했다. 풀럼은 자모라를 최전방에 놓고, 그 밑에 뎀프시를 놓는 4-4-2 포메이션이었다. 뎀프시의 복귀가 반갑기는 했지만, 앤드루 존슨의 공백이 아쉬웠다.

▲ 양 팀 선발 라인업 ⓒ BBC스포츠 캡쳐


초반 풀럼이 공수 간격을 좁히며 타이트한 경기 운영을 했지만, 맨유의 공격 전개도 나쁘지 않았다. 그 중 베르바토프의 활동량이 돋보였다. 루니나 플레처야 원래 활동량이 좋은 선수들이지만, 베르바토프는 '느리다', '뛰지 않는다'는 자신을 향한 평가를 뒤엎는 듯 전후좌우 할 것 없이 폭넓게 움직이며 볼을 연결해 줬다. 그래서인지 나니나 발렌시아 보단 중앙에서 더 좋은 찬스가 많이 만들어 졌다. 플레처가 베르바토프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으며 문전 쇄도했고, 루니에게 볼을 내줬으나 아쉽게 수비에 막히고 말았다.

베르바토프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역시 마무리였다. 베르바토프는 많이 뛴 만큼 많은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2% 아쉬움을 남기면 승부를 결정을 짓지 못했다. 나니의 크로스를 헤딩 슈팅으로 연결한 것은 골포스트 위로 살짝 올라갔고, 루니의 스루 패스를 받아 단독 찬스를 맞이했을 때는 루니에게 내줄 것이 아니라 본인이 직접 처리했어야 했다. 반면 나니와 발렌시아는 그리 좋지 못했다. 나니나 발렌시아가 박지성에 비해 공격 포인트를 더 많이 쌓긴 했지만, 확실히 스위칭 하지 않는 두 선수를 막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양 풀백들의 오버래핑이 더 위협적이었다.

▲ 점점 호흡이 맞아가는 루니와 베르바토프 ⓒ 스카이스포츠


풀럼은 마땅한 공격 기회를 잡지 못했다. 네빌이 한 차례 패스미스를 한 것을 슈팅으로 연결한 것과 전방을 향해 길게 올라온 볼을 자모라가 논스톱으로 슈팅 때린 것을 제외하곤 위협적인 공격이 없었다. 맨유의 포백은 예전 '벽'이라 느껴졌던 시절만큼 막강한 수비력은 아니었지만, 플레처나 캐릭이 수비라인에 섰던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믿을 만한 수비력이었다. 그래도 풀럼 입장에선 원정 경기에서 전반을 무실점으로 막았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하지만 균형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깨지고 말았다. 왼쪽 측면에서 연결해준 나니의 땅볼 크로스를 루니가 정확히 발을 갖다 대며 선제골을 만들어 냈다. 그 이전에 공중 볼을 따낸 베르바토프, 그 볼을 잡아 나니에게 연결한 루니, 그리고 다시 루니에게 연결한 나니의 크로스. 전반을 그렇게 잘 막았던 풀럼의 수비진도, 골기퍼 마크 슈왈처도 어쩔 수 없었다. 풀럼은 한겔란트를 빼고 그리닝을 투입했지만, 오히려 높이에서 뒤쳐지면서 세트피스에서 퍼디난드에게 슈팅까지 허용했다. 하지만 추가골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풀럼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 루니의 리그 25번째 골. 득점 선두! ⓒ 스카이스포츠


하지만, 단 한번의 찬스를 득점으로 연결시키느냐, 못 시키느냐는 클래스의 차이였다. 전방으로 연결한 볼을 비디치가 처리한다는 것이 발에 맞고 뒤로 흐르자, 쇄도하던 자모라는 반 데 사리와 단독 찬스를 맞이하게 됐다. 하지만 너무 갑작스럽게 온 찬스라서 자모라도 당황했는지, 빠르게 슈팅으로 가져가지 못하고 비디치의 태클에 막히고 말았다. 좀 더 빠르게 슈팅으로 연결했더라면, 그게 아니라면 사이드로 빠져서 다른 선수가 들어오는 것을 기다렸어야 했는데, 거져 준 찬스를 너무 아쉽게 날리고 말았다.

후반 27분 퍼거슨 감독은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발렌시아를 빼고 최근 물이 오른 박지성을 투입했다. 박지성이 왼쪽에, 나니가 오른쪽에 섰다. 박지성은 투입되자 마자 기회를 잡았다. 왼쪽에서 수비를 두 명을 앞에 두고 발재간으로 부린 뒤 반박자 빠른 로빙 크로스를 연결했다. 하지만 베르바토프의 헤딩 슈팅은 아쉽게 골문을 벗어나고 말았다. 이어진 플레처의 슈팅도 슈왈처가 막아내긴 했지만, 박지성이 투입되면서 맨유의 공격은 활기를 띄었다.

▲ 많은 선방에도 불구하고 세 골이나 내준 마크 슈왈처 ⓒ 스카이스포츠


후반 38분 베르바토프는 계속된 자신의 실수를 만회라도 하듯, 오른쪽 측면에서 수비수 두 명을 개인 기술로 따돌리고 페널티박스로 들어와 루니에게 볼을 연결했고, 루니의 오른발 슈팅은 수비수 두 명 사이를 지나 골문으로 들어갔다. 반 이상을 베르바토프가 만들어준 골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자신도 직접 골을 뽑아내며 승리를 자축했다. 루니가 어느새 오른쪽으로 가 있는 박지성을 보고 볼을 길게 연결해 줬고, 박지성이 잡아 올린 크로스는 베르바토프의 머리에 그대로 연결됐다. 나니 1도움, 박지성 1도움, 베르바토프 1골 1도움, 루니 2골. 모든 득점이 공격수들의 합작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비록 첼시가 한 경기 덜 치루긴 했지만, 맨유는 첼시를 제치고 1위 자리를 탈환했다. 경기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이번 경기는 베르바토프가 맨유의 공격에 녹아들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경기였다.

[09/10 EPL 30R] 맨유 vs 풀럼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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