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는 27라운드 에버튼에 패하며 첼시와의 승점 차가 4점으로 벌어졌지만, 28라운드 웨스트햄과의 경기에 최상의 전력을 꾸릴 수가 없었다. 주말에 칼링컵 결승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몇몇 선수들에겐 휴식이 필요했기에 선발 라인업의 변화는 불가피했다. 골키퍼엔 벤 포스터가, 수비엔 에반스를 대신해 비디치가 오랜만에 출전했다. 미들엔 안데르손-스콜스-깁슨-발렌시아로 꾸려 박지성, 플레처, 캐릭에게 휴식을 주고자 했다. 투톱엔 대체 자원이 없기에 루니와 베르바토프가 나왔다.

▲ 오랜만에 돌아온 비디치 ⓒ SBS스포츠 캡쳐


맨유의 공격은 발렌시아 쪽에 집중됐는데, 초반 발렌시아의 헛발질을 제외하곤 좋은 찬스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제 포지션이 아닌 안데르손도 어색했지만, 오랜만에 출전한 깁슨이 가장 큰 문제였다. 도대체가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볼을 잡았을 때 누구에게 어떻게 줘야 할지 결정짓지 못하고 스콜스에만 의존했고, 간간히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는 것이 전부였다. 이렇게 잉여 자원이 생기다 보니, 웨스트햄은 손쉽게 협력 수비를 하며 맨유를 압박할 수 있었고, 빠른 역습으로 좋은 슈팅 기회도 잡을 수 있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안데르손이 크로스를 올리는 과정에서 부상으로 교체 아웃됐고, 이른 시간에 박지성이 교체로 들어왔다.

▲ 발렌시아의 크로스 - 루니의 헤딩슛 ⓒ SBS스포츠 캡쳐


박지성은 대체로 수비적인 위치에서 무리한 돌파나 크로스 보단 횡패스나 백패스로 중간 고리 역할만을 수행했다. 공격적 시도는 발렌시아의 몫이었다. 발렌시아는 좋은 위치에서 몇 차례 기회를 잡았지만, 돌파를 할 것인지, 크로스를 올릴 것인지, 상대 수비가 대처하기 전에 빠르게 결정하기 못하고 시간을 주는 바람에 좋은 기회를 무산시켰다. 하지만 결국에 가선 느린 판단 대신 논스톱 크로스를 루니에게 연결하며 선제골을 도왔다. 사이드로 내주는 베르바토프의 패스를 받아 중앙에 있는 루니에게 논스톱으로 연결해 줬고, 루니는 다이빙 헤딩슛으로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역시 빠르고 정확한 크로스가 정답이었다. 루니의 첫 골 덕분인지 맨유는 점점 점유율을 높여가며 안정적으로 전반을 마칠 수 있었다.

▲ 크로스바를 강타한 박지성의 슈팅 ⓒ SBS스포츠 캡쳐


후반이 시작되자 박지성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왔다. 발렌시아가 돌파 이후 중앙으로 올린 크로스가 루니와 베르바토프를 지나 박지성에게 왔고, 박지성은 논스톱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볼은 아쉽게 크로스바에 맞고 나왔다. 박지성은 재차 볼을 잡아 수비수를 제치려 했지만, 수비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사실 페널티킥을 주기엔 애매한 상황이었다. 박지성은 전반보다 많은 패스를 받았지만, 크로스를 너무 아끼는 모습이 아쉬웠다. 웨스트햄은 베라미를 필두로 역습을 시도했지만, 칼튼 콜을 아슬아슬하게 비켜 지나간 크로스를 제외하곤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 루니의 두번째 헤딩슛 ⓒ SBS스포츠 캡쳐


그러는 사이 맨유는 발렌시아의 크로스에서 다시 한번 골이 나왔다. 베르바토프와 2대1 패스로 주고 받으며 사이드 돌파에 성공한 발렌시아는 루니를 향해 크로스를 올렸고, 루니는 다시 한번 헤딩으로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시간 상으론 웨스트햄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비디치가 돌아온 수비 라인은 에반스가 있을 때보다 확실히 안정적이었다. 여기에 공격에선 루니가 종횡무진 세번째 골을 위해 뛰어다니다 보니, 웨스트햄으로선 좀처럼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 절묘한 오언의 움직임 ⓒ SBS스포츠 캡쳐


결국에 가서 맨유는 오언마저 투입하는 여유를 보였다. 아무리 체력이 좋은 루니라 해도 챔스, 리그, 칼링컵을 3~4일 간격으로 뛰기란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오랜만에 투입된 오언이었지만, 공격수다운 감각만은 여전했다. 스콜스의 패스를 받아 골키퍼가 들어오는 방향을 보고 반대 골포스트에 감아 차는 센스가 돋보였다. 그리고 그 전에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돌아 들어가며 절묘하게 오프 사이에 걸리지 않고 스콜스의 패스를 받는 움직임도 좋았다. 웨스트햄은 한 골이라도 만회하고자 지속적으로 사이드에서 크로스를 올렸지만 맨유의 골문을 열리지 않았고 3대0으로 경기를 마쳐야 했다.

[09/10 EPL 28R] 맨유 vs 웨스트햄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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