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영화를 볼 때, 사전 지식의 여부는 재미를 극대화 시키지도 하지만, 반대로 재미를 반감시키도 한다. 이것은 리얼리티적 측면에서 그러하다. 뻔히 보이는 거짓 설정에 속아주며, 몰입하기엔 그다지 아량이 넓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어설픈 설정임에도 무지한 분야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그저 상황적 즐거움에 빠질 수 있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작전>은 주식을 모르는 입장에서 볼 때, 만화에서나 봤을 법한 설정이지만, 한번쯤 꿈꿔 봤을 만한, 그런 대리만족의 쾌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주식에 몰빵했다 신용불량자가 된 현수(박용하)는 5년 간의 독학으로 프로 개미가 되고, 작전주를 추격해 한번에 수천만원을 손에 쥐게 된다. 하지만 그 작전주는 전직 조폭 출신 황종구(박희순)가 작업중었던 것으로, 황종구의 작전을 망친 댓가로 다음 작전에 엮이게 된다. 여기에 상류층의 자산을 관리해 주는 돈줄 유서연(김민정)까지 투입되면서 나름 탄탄한 인물들 간의 관계가 구성된다. 개인적으로 김민정 대신 좀더 나이든 여배우가 투입됐으면 했지만, 아무튼 전체적으로 <마린보이>와 비교해 좋은 점수를 받기 충분했다.


그리고, 마치 <타짜>에서 호구를 상대로 판을 짰듯이, 전국의 개미들을 상대로 금융감독원의 눈을 피해 멋진 한탕을 기대하게 만든다. 역시 이러한 과정의 얼마나 실제적 상황을 반영했는지 알 길이 없지만, 주식이란 소재의 특성상 시간 싸움답게 영화적으로도 사건의 진행이 스피디하게 전개되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미덕을 발휘했다는 것이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매도의 순간과 매수의 순간, 그리고 서로를 속이고 위해 음모와 배신이 얽히는 순간들이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재미가 <타짜>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범죄의 재구성>쯤은 되는 정도이다.


하지만 이러한 유쾌한, 인생 한방의 역전 드라마는 대리만족이 주는 쾌감을 느끼기도 전에 너무나 뻔한 수사로썬 도덕적 결말에 대한 강박 때문인지, 허무하고 김 빠지는 그리고 너무나 바른생활 사나이적인 결말을 유도한다. 그덕에 상업 영화답게 끝맺음을 했어도 좋았을 결말이 너무 밋밋한 뒷맛만 남기게 됐다. 그렇다 하더라도 좀더 흥행했어도 좋았을 영화인데, 아무래도 사회적 분위기가 주식과 펀드로 손해 본 사람들이 많다보니, 영화를 보는 것 만으로도 배 꽤나 아팠던 듯 싶다.

7.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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