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전엔, 난 이명박을 허경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인물로 평가했다. 그저 정신이 헤까닥 한 인간인데, 한놈은 깜빵에 들어갔고, 한놈은 청와대로 간 차이 밖에 없을거라 착각하고, 안위했다. 허경영도 끝내는 재판장에게 "한번만 용서해달라"고 호소한 것 처럼, 자칭 '컴도저' 이명박도 무식하게 밀어부치다가 국민들이 반대하고, 쎄게 나오면 한발 물러서는 겁쟁이일거라 여겼다. 하지만 이건 큰 오산이었다. 요즘들어 이명박에게서 공포감마저 느껴진다.

어린아이가 놀이터의 개미들을 무참히 찍어 눌러 죽이듯이 서민들을 향한 그의 무자비적 행위들은 흡사 상대의 감정이라곤 전혀 느끼지 못하고 유린하는 사이코패스의 그것과 유사하다.

현재 아고라 탄핵 서명이 백만이 넘고, 청계천 앞에 촛불집회가 연일 이어지고, 국회에선 청문회 열기가 뜨거워져 가고 있다. 이쯤하면 혹자는 이명박 정부에서 한발 물러서지 않을까하는 착각들을 꿈꿀 법도 하다. 그도 그럴것이 막장으로 가볼 때까지 가고나면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누더기가 될 텐데, 이번 한번 나라 말아먹고 버로우 탈 것도 아니고 천년 만년 포악질 해야 될 무리들이니 말이다.

그런데 최근 그의 행보는 이런 상식을 벗어나 예측 불허의 드라이브를 즐기고 있다. 혹자는 이명박을 생각이 없다고 하거나, 2메가 밖에 안되서 깊이 생각을 못한다고 하지만, 내가 볼 때 그의 신념과 철학은 굳건하다. 요컨데 쇠고기 사태에 대한 그의 처신을 보면 알 수 있다. 많은 저항에서도 뜻을 굽히기 보단 오히려 이런 위기를 극복해 일보 전진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그의 행동은 빌어먹을 CEO적 마인드에서 비롯된다. 미국에서 자신을 (주)대한민국 CEO라고 소개했듯이 국민들은 그저 사장 밑에 일하는 사원에 불과하다. 쇠고기 협상은 한미FTA를 잘 봐달라는 수급업자가 원사업자에게 하도급계약을 따내기 위해 샤바샤바하는 것과 같은 이치의 감사 선물쯤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쇠고기 협상에 반대하는 무리들은 재개발 반대하는 지역주민처럼 그저 시간 지나면 잠잠해지고, 그래도 안되면 건설조폭, 용역깡패 투입하는 것처럼 공권력을 밀어버리면 된다는 식이다. "눈이 많이 올 때는 빗자루 들고 쓸어봐야 소용없다. 일단 놔두고 처마밑에서 생각하는 게 맞다. 눈 오는데 쓸어봐야 힘 빠지고 빗자루도 닳는 것 아니냐"는 말에서 알 수 있는 듯이 지금 이명박은 어떻게 하면 반대하는 무리들을 한방에 처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지, 절대 재협상은 그의 머리 속엔 없는 생각이다. 아마도 그 방법론은 언론통제와 공안정국의 도래가 될 것이다.

최악의 지도자 유형인 멍청하고 부지런한 이명박을 대통령을 뽑은 탓에 대한민국은 2개월만에 엄청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피로감은 단순히 그가 멍청하고 부지런해서가 아니다. 이명박의 얼리버드 운동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사원 즉, 국민들을 빡시게 돌려야 될 대상쯤으로 여기고 있다. 즉, 그의 경영철학이다. 노동자들에게 "태안 무료봉사하는 마음가짐으로 기업위해 일하라"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그가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는 분명하다. 그렇다면 (주)대한민국의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 또한 명명백백하다. 쉴 틈을 주지 않고, 빡시게 돌리고 있는 것이다. 사장이 이일 저일 벌여놓으면 사원들을 쉴틈없이 수습하고 다녀야 하는 꼴이다. 조금(?)의 반발쯤이야 당연히 예상했고, 큰 뜻을 품은 사장의 뜻을 따라야 할 사원들의 불만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이다.

게다가 출신성분에서 알 수 있듯이 그에게 국가관이란 없다. 역사의식? 민족주의? 꿈도 야무지다. 그는 (주)대한민국을 세계적 기업을 키우는데만 열중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사원들 몇명이 짤리는 것 쯤은 그거 근로자 몇명 짤리는 것과 같이 글로벌 스탠다드 기업이 되기 위한 약간의 진통쯤으로 여길 테니 말이다. 즉, 그의 천왕발언이나 뉴라이트에 대한 관대함은 단지 그가 일본 출신이어서가 아니란 뜻이다.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한 실용주의에 입각한 원칙에서 나온 행동과 말들이다.

기업들의 복지를 줄이듯 복지예산을 줄이고, 엘리트 사원을 키워내기 위해 교육시키듯 사교육 열풍을 통해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만 회사의 일원이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영어몰입교육도 사원들의 글로벌화를 위한 일환 중 하나일 뿐이다. 공기업의 민영화와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위한 규제 완화는 (주)대한민국이 글로벌화 되기 위한 과정들 뿐이다. 예상컨데 그는 지금 나오는 모든 사안들을 실행에 옮길 것이다. 대운하, 의보민영화, 수도민영화, 전기민영화, 가스민영화, 우체국민영화.. 아직 얼마나 더 많은 이슈들이 국민들을 귀찮게 할 지 모를 일이다. 아직 그에겐 4년 10개월이란 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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