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진중권 교수의 <100분 토론> 출연에 대해 말들이 많다. 화려한 독설로 찬성측을 확실히 발라 줄 것이라 기대했던 사람들은 몇 마디 말을 하지 못한 진교수의 모습에 실망했고, 진까들은 "패배의 진중권"이라 조롱한다.

하지만 난 토론 전부터 반대측이 발릴 것이라 생각했었다. 토론이라함은 상대의 의견을 듣고 그 의견에 반론을 펴야 하는데, 찬성측 인간들은 의견을 듣지도 않고 반론도 딴소리만 지껄이는데 무슨 토론이 된단 말인가. 이미 기자단과의 인터뷰와 청문회를 통해 충분히 보아왔던 모습이기에 어제 토론회도 그 행태에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들이었다.

아무튼 진교수가 많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그가 광우병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란 것에 기인한다. 어제 100분 토론은 1부의 쇠고기 안전 문제와 2부의 쇠고기 협상 문제로 나누어 졌다. 이렇게 본다면 쇠고기 안전 문제에 대해 그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진교수는 어제 급조된 패널이다. 그 전까지 양 측 패널도 제대로 꾸려지지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투입된 것이다. 인원도 3명에서 4명으로 늘었다. 결국 하루만에 급조되어 제대로 된 논문 연구나 자료 분석이 없이 자리 한 것이다. 네티즌이 아는 지식 정도 밖에 모르거나, 어쩌면 그 보다 덜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말을 아낀 것이다.

또, 쇠고기 문제의 확률론은 토론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대상이다. 결국 이해관계를 좁힐 수 없는 문제이다. 정해진 팩트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른다. 어떤 이에겐 별거 아닌 확률이 다른 사람에겐 크게 다가 올 수 있는 문제이다. 정부가 말하는 괴담이라 지칭하는 것이 실제 국민들에겐 공포로 다가 올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1부에서 쇠고기 안전 문제의 확률론으로 무려 2시간 이상 허비했다. 결론도 나지 않을 얘기로 2시간 이상 갑론을박하며, 이미 들을 대로 들은 얘기들을 리플레이했다. 여기서 반대측은 패배한 것이서 다름없다. 어떻게 보면 손석희 진행자의 아쉬운 면이기도 하다. 결국 이는 쇠고기 협상이 제대로 된 것인가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초반에 진교수는 아주 중요한 문제를 짚어 주었다. 한국 정부가 사전 예방의 원칙을 저버렸다는 것이다. 즉, 위험한 것은 자명한 사실인데, 얼마의 확률로 위험하냐를 논할 것이 아니라 이 위험을 어떻게 관리해 최소화 할 것이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이 부분을 포기했다. 이전 협상에 비해 너무 많은 것을 내어준 것이다. 그리고 그게 협상의 결과이다.

그러면서도 미국 쇠고기 안전하고 떠들어대면서 정부 돈으로 미국소를 광고까지 해주고 있다. 이게 한국 국민들의 건강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한국 정부가 할 짓이냔 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전혀 심도 있는 토론이 나오지 못했다. 초반에 잠깐 언급되긴 했지만, 2부를 염두해둔 탓인지 초반엔 집중받지 못했고 찬성측 반론도 없었다.

결국 쓸데없는 논쟁이 시간을 보낸 채 제대로 된 질문을 해볼 시간도 없이 마지막 발언에 다시 언급한 채 토론을 마쳐야 했다. 찬성측은 자신이 원하는 토론을 한 것이다. 바로 "쓸데없는" 토론. 이게 그들이 노린 것이다. 이에 비추어 볼 때 반대측이 패배한 토론이다. 그 패배한 진영에 진교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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