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과 달리 박지성이 선발로 나왔다. 나니의 부상과 긱스의 부진이 겹치면서 얻은 기회로 볼 수도 있겠지만, 최근 박지성의 페이스가 괜찮은 것을 감안하면 그리 큰 이변도 아니었다. 맨유나 아스날 같은 팀간의 경기에서 지난 리버풀과 아스날의 챔스 8강 2차전같은 난타전이 나올 때도 있겠지만, 대개는 살얼음같은 경기 흐름 속에 조금만 실수 하나에 의해 경기의 결과가 결정된다. 맨유와 아스날의 34라운드 경기도 갈라스의 핸들링 반칙으로 인해 경기의 흐름이 바꿨다고 봐도 무방하다.

퍼거슨은 수비가 좋은 박지성을 선발로 내세우면서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경기를 운영해 나갔다. 다소 수비적인 경향이 있긴 했지만 결정적인 슈팅은 내주지 않았다. 아스날은 특유의 패스 플레이로 골문까지 전진할 수 있었지만, 마지막 마무리 슈팅이 아쉬웠다.

호날두는 매번 강팀과 만날 때마다 버로우하던 모습을 어김없이 보여줬다. 오히려 박지성의 터치 횟수가 더 많을 정도였다. 반면 루니와 하그리브스는 뛰어난 활동량으로 공격과 수비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루니는 최전방에 배치되 중앙과 좌우를 넘나들면서 수비수를 끌고 다녔고, 하그리브스도 AS로마와의 챔스 경기에 이어 이번 경기에서도 어김없이 중원을 장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가히 이번 경기의 mvp라 할 만한 활약이었다.

하지만 첫골은 아데바요르의 손에서 나왔다. 왼쪽 사이드에서 올린 크로스를 퍼디난드와 반 데 사르가 서로 미루는 사이 아데바요르가 틈새를 파고 들어 손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심판은 이를 보지 못했고, 맨유 선수들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저 리플레이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교묘한 손 플레이였다.

아스날이 득점을 해내자, 경기는 더욱 치열하게 흘러갔다. 중원에선 서로에 대한 압박으로 인해 살인적인 태클이 난무했고, 덕분에 옐로우 카드는 수없이 난사됐다. 그야말로 전쟁같은 중원 싸움이 지칠 줄 모르고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손으로 흥한 팀 손으로 망한다고 했던가. 아데바요르가 손으로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가던 아스날은 갈라스가 수비에서 볼을 손으로 건들이며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캐릭이 중앙에서 밀어 올린 볼을 갈라스가 막으려다 몸과 함께 팔을 밀어 넣으면서 반칙을 범했다. 키커로 나선 호날두는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이후 맨유는 박지성과 스콜스를 빼고 안데르손과 테베즈를 투입했다. 이미 맨유로 넘어온 경기 흐름은 계속된 공격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프리킥 찬스에서 맨유의 역전골이 터졌다. 호날두가 가장 좋아하는 위치에서 얻어진 프리킥 찬스였다. 아스날의 수비들은 두텁게 벽을 쌓았고, 레만도 호날두가 찰 볼의 궤적을 예상해 낙하 위치를 잡았다. 하지만 심판의 휘슬 소리가 울리자 호날두가 아닌 하그리브스가 쏜살같이 볼을 감아 차 아스날의 골문 구석에 꼽자 넣었다.

이후 맨유는 박지성과 스콜스를 빼고 안데르손과 테베즈를 넣었다. 공격의 흐름을 맨유쪽으로 와 있었다. 계속 몰아치던 맨유는 기회를 잡는다. 바로 호날두가 가장 좋아하는 위치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었다. 다들 벽을 쌓고 기다렸고, 레만도 호날두가 찰 공의 궤적을 예상하고 낙하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심판의 휘슬이 울리는 순간 호날두가 아닌 앞에 있던 하그리브스가 쏜살같이 감아차 넣어버렸다.

아스날은 동점골을 넣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고, 맨유는 막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지만, 승부는 이미 거기서 끝난 상황이었다. 아스날의 결정적인 슈팅들이 모두 맨유의 수비와 반 데 사르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이번 경기의 패배로 인해 아스날은 우승 경쟁에서 한발치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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