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력이 좋지 못했던 아스날이지만, 그래도 아스날은 아스날이라고 그냥 죽진 않았다. 경기 내내 따라 다니던 패배의 그림자를 경기 막바지에 떨쳐내고, 볼튼과의 경기에서 3대2로 대 역전승을 거뒀다. 단순한 역전승이 아니라 디아비가 퇴장 당한 상황에서 10명이 뛰면서 거둔 값진 승리였다. 자칫 이번 경기를 패했더라면 우승 경쟁에서 뒤쳐짐과 동시에 앞으로 있을 리버풀과의 경기가 부담스러울 뻔했지만 기적같은 승리를 거뒀다. 볼튼으로써는 강등권에서 한시름 놓을 수 있는 다 잡은 승리를 놓쳐버렸다. 이번 경기 후유증이 꽤 오래 갈 것 같다.

첫골은 의외로 쉽게 터졌다. 한번의 기회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테일러가 헤딩골을 성공시켰다. 아스날로써는 황당한 상황이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디아비가 깊은 태클로 퇴장을 당한 것이다. 0대1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남은 60분을 10명으로 상대해야 하는 절망적 상황이었다. 그리고 전반 막바지에 볼튼의 골이 또 터졌다. 테일러가 디우프가 흘려준 볼을 뒤에서 들어오면서 그대로 슈팅을 날린 것이 갈라스의 발에 맞고 들어가 버렸다. 아스날의 입장에선 아쉬운 상황이었다. 전반을 마친 시점에서 아스날은 절망 그 자체였다.

후반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도권은 볼튼이 잡고 있었고, 시종일관 위협적인 슛을 난사하면서 아스날을 몰아부쳤다. 아스날도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 부였으나 꾸역꾸역 잘 막아내고 있었다. 아스날답지 않게 주도권을 완전 내준 경기는 꽤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볼튼 선수들이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린 탓인지, 아니면 체력이 여기까지 였는지, 적극적인 공세가 잠시 늦춰졌고, 이에 아스날은 매섭게 반격하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아데바요르와 월콧이 교체로 들어오면서 부터였다. 게다가 전반 내내 아스날을 괴롭혔던 빗줄기마저 점점 가늘어지고 있었다.

대역전극의 시작은 주장 갈라스의 몫이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파브레가스가 올려 준 볼을 수비 뒤쪽에서 돌아들어가 슈팅하며 득점을 성공시켰다. 명백한 수비 실책이였다. 캄포의 헤딩 미스와 함께 수적 우위에 있는 볼튼 수비가 갈라스를 놓친건 꽤 컸다. 아스날의 두번째 골도 연이어 터졌다. 문전 교전 상황 중에 볼튼의 수비가 훌렙에게 깊은 태클을 하면서 페널티킥이 선언되었고, 키커로 반 페르시가 나와 깔끔하게 동점을 만들어 냈다.

1명이 적은 쪽은 아스날이었지만, 아스날은 동점에 만족하지 않고 승리를 원하고 있었다. 반면, 볼튼은 이미 만신창이였다. 강등을 앞둔 팀답지 않은 무기력한 모습이였다. 그저 이대로 승점 1점만이라도 따냈으면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스날을 그치지 않고 공격했다. 훌렙이 파브레가스에게 내준 볼을 파브레가스가 다소 약하게 밀어넣었는데, 불운하게 볼튼 수비수를 맞으면서 골대에 들어갔다. 경기 종료를 얼마 앞두지 않은 상황이었다. 1명이 되장 당한 상황에서 0대2로 지고있던 스코어를 3대2로 대역전을 해내는 순간이었다. 웽거감독은 그야말로 지옥과 천국을 왔다갔다가 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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