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고등학교 2학년 때이다. 그당시 주변 여고와의 미팅이 한참이었다. '2대2'부터 '5대5'까지 인문계, 공고, 상고 할 것 없이 껀수만 있으면 애들과 무리지어 미팅에 나가곤 했다. 여자가 그리 고픈(?) 것도 아니면서 주구장창 나갔었다. 사실 그 당시 여자와의 만남보단 친구들과 무리지어 하나의 사건을 만드는 것이 꽤나 재밌었던 걸로 기억한다.

만남은 주로 커피숍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학생이 무슨 돈이 있겠는가. 항상 가격이 가장 싼 2,500원짜리 콜라, 사이다 중 하나였다. 우리들의 작전은 이거였다. 상대 여학생이 이쁘면 맑고 투명한 사이다, 별로다 싶으면 탁한 콜라를 시키기로 말이다. 대개는 콜라만 먹고 나오는 일이 다반사였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미팅 자리에 나섰고, 역시나 다름 없이 다들 콜라로 통일하는 분위기 였다. 그런데 유독 한 녀석이 사이다를 시키는 것이었다. 누가봐도 콜라를 시킬 외모인데 사이다를 시킨 것이 의아했지만 주관적 판단은 친구 몫으로 남겼다. 당연히 몰씁 의리가 발동해서 그 녀석만큼은 어떻게든 밀어주자고 결론이 났다. 상대 여학생들 의견이야 어찌되었든 우리는 그 친구가 가장 돋보이게, 관심가도록 만들었고 다들 남은 여학생들을 한명씩 마크(?)했다.

대충 짝이 이루어 졌고, 그 녀석 역시 원하는 대로 짝이 됐다. 그렇게 자기가 마크한 여학생과 나와서 뿔뿔이 흩어졌다. 그런데 다음 날 모인 장소에서 그 녀석이 진실 고백을 했다.

대개 개념 찬 여학생들도 2,500원 ~ 3,000원짜리 커피를 시키지만, 불친절한 외모의 여학생들은 이때다 싶었는지 아니면 우리가 꽤나 마음에 안 들어 심통부리는 것인지 항상 '파르페'를 시키는 것이다. 그 당시 파르페의 가격은 4,000 ~ 5,000원으로 커피숍에서 가장 비쌌었다. 그 날 그 녀석이 찍었던 그 학생을 제외하곤 다들 파르페를 시켰기에 파르페 값 대신 내주는 것이 아까워서 커피 시킨 여학생이 마음에 든다고 거짓 고백을 한 것이었다.

아무튼 파르페 값 때문에 우리들만의 룰을 깨버린 그 녀석을 최근에 만났다. 오랜만에 가는 커피숍에서 가장 비싼 파르페를 다시 얻어 먹었지만 그 때의 기억때문인지 파르페가 그렇게 달콤하진 않았다. 그래도 가끔은 그 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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