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라디오 프로에서 숭례문의 국보1호 지위에 대한 설문조사를 들은 적이 있다. (물론 문화재청은 숭례문의 국보1호 지위를 유지키로 발표했다.) 이미 불 타버린 숭례문이 무슨 국보1호냐라고 하는 의견이 있었다. 문화유산은 그 자체가 보존될 때 가치가 있는 것이며, 이미 불타버린 숭례문은 문화유산으로써 가치와 의미를 잃었다는 것이다. 이미 복원해봤자 그것은 숭례문이 아니란 것이다.

또 다른 의견은 숭례문의 상징적 의미로써 국보1호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숭례문은 불 타고 없지만 그 역사적 의미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이유에서 였다. 그리고 되도록 훼손되기 전의 모습 그대로 복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식으로 새롭게 재탄생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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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의견을 들으며 '과연 숭례문을 복원을 해야 하나?'하는 생각을 했다. 숭례문은 불 타고 잿더미만 남았다. 소중한 문화유산이 우리세대에서 없어진 것이다. 후대에 큰 빚을 진 셈이다. 어느 미친 노인네의 광기인지, 대책없이 열어재낀 2MB의 탓인지, 아니면 우리네 슬픈 자화상인지 아무튼 숭례문은 없다. 우리는 이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가슴 속 깊이 잊혀지지 않도록, 잿더미가 되어버린 숭례문과 함께 이 아픔도 후대에 물려주어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역사의 가르침을 거역하는 자는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또 잊을 것이다. 낙산사 화재, 창경궁 문정전 화재, 수원 화성 서장대 화재처럼 우리들 기억 속에서 숭례문 화재는 잊혀질 것이다. 그리고 되풀이 할 것이다. 그렇지 않기 위해서라도 숭례문을 보며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한다. 국보1호의 지위와 상관없이 숭례문을 복원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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