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FA컵 16강 맨유와 토트넘의 경기는 라모스 감독이 부임한 이후 토트넘의 경기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한판 승부였다. 그저 전방으로 길게 올려주기만 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서서히 중원을 활용하면서 경기를 지배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토트넘은 시작부터 맨유에 전혀 밀리지 않는 공격적인 모습을 나왔다. 박지성은 결장했고, 이영표는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했다.

맨유가 볼을 점유하면서 서서히 공격을 풀어나갔으나 호날두가 번번히 막히면서 쉽게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그런 사이 토트넘은 오른쪽을 이용한 공격을 시도해 나갔다. 이영표가 얻어낸 코너킥을 레논을 올려 베르바토프의 헤딩슛으로 연결됐으나 아쉽게 루니의 수비로 막히며 득점 찬스를 날리고 말았다. 하지만 토트넘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전반 24분 도슨이 후방에서 공간을 보고 길게 찔러준 패스를 레논이 빠른 발을 이용해 사이드 돌파에 성공했고, 중앙에 쇄도하던 로비킨에 연결해 선제골을 만들어 냈다. 레논을 좀더 타이트하게 마크하지 못한 에브라의 수비가 아쉬운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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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비킨의 선제골 ⓒ gettyimages


맨유 공격의 시발점인 호날두는 말브랑크와 오하라의 협력수비에 막혀서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으며, 루니와 테베즈 역시 많이 뛰는 토트넘의 미드필드와 수비진에 의해 번번히 막히기만 했다. 이런 수비는 자칫 호흡이 안 맞아서 선수들끼리 중첩되는 현상이 나오면 쉽게 다른 공간을 내주기 마련이고, 체력적 부담으로 인해 후반에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지만, 토트넘은 꽤나 선방하고 있었다.

하지만 체력적 부담과 함께 간간히 토트넘의 수비가 한쪽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오면서 맨유가 효과적인 패스를 주고 받기 시작했다. 결국 후반이 되기도 전에 도슨이 사고를 치고 말았다. 의욕이 넘쳐서 일까, 길게 넘어온 볼을 뒤에 있는 이영표가 처리했어도 됐는데, 자기가 처리하겠다고 점프를 했으나 볼을 정확히 걷어내지 못한 채 넘어지고 말았다. 결국 그 볼을 긱스가 잡아 들어오던 테베즈에 연결했고, 테베즈는 깔끔한 슈팅으로 마무리 했다. 도슨의 정확하지 못한 볼처리도 아쉬웠지만, 긱스와의 경합에서 밀린 이영표의 수비도 아쉬운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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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베즈의 멋진 왼발슛 ⓒ gettyimages


하지만 이런 실수로 인해 실점하긴 했지만, 토트넘에거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레논의 단독 찬스는 어설픈 슈팅으로 무산되었고, 말브랑코와 제나스로 이어지는 멋진 패스에 제나스의 슈팅은 반 데 사르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후반 55분 이영표는 건터와 교체되었고, 맨유도 캐릭을 빼고 스콜스를 투입했다. 하지만 오히려 추가 득점은 맨유가 성공해 냈다. 후반 67분 반 데 사르가 토트넘 진영으로 길게 찬 볼을 도슨과 루니의 경합하는 과정에서 루니가 볼을 따내자 도슨은 그만 볼을 손으로 쳐내다 바로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결국 페널티킥이 주어졌고, 키커로 나선 호날두가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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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니를 누가 막나 ⓒ gettyimages


토트넘은 후반 80분에 타이니오를 데포로 교체시키면서 더욱 공격적으로 나섰고, 맨유도 테베즈와 안데르손을 교체하며 미들을 보강했다. 맨유는 다 이겼다고 생각한 탓인지, 10명의 토트넘을 상대로 밀리고 있었다. 하지만 토트넘은 말브랑크에 이은 베르바토프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며 다시 한번 찬스를 놓치고 말았다. 이러한 찬스 뒤에 위기가 온다고 후반 86분 안데르손과 루니의 환상적인 패스에 이은 슈팅이 막히긴 했지만, 토트넘을 위협하기에 충분했으며, 후반 87분 호날두의 슈팅이 컨터의 맞고 굴절되며 다시 또 실점하고 말았다. 토트넘은 내용면에선 맨유에 그렇게 밀리는 경기는 아니었지만, 공격의 마무리와 수비의 마무리가 아쉬운 경기였다. 특히 도슨은 첫골을 만들어 냈지만, 수비에서의 치명적인 실수로로 경기를 망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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