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실화를 모티브로 했고, 장르는 스포츠다. 벌써부터 감동의 물결이 흘러넘친다. 하지만 인물 구성부터 얘기의 흐름까지 식상하기 짝이 없다. 다들 어디서 본 듯한 인물들이고,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얘기들이다. 그래서 실제 아테네의 감동은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노장이 많았다는 모티브만으로 이런 시나리오를 써내려간 성과는 인정하지만, 식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단지 영화의 음악만이 내 마음을 울릴 뿐이었다.

무엇보다 나를 짜증나게 만들었더 것은 배우들이다. 김정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배역에 어색한 연기까지 전혀 핸드볼 선수답지 못했다. 축 늘어진 눈꺼풀은 캐릭터에 더욱 집중할 수 없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가끔 어이없어 하는 연기를 할 때의 그 표정은 '파리의 연인'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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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부활>을 통해 기대감을 갖게 했던 엄태웅에 대한 실망도 크다. 처음 등장부터 어색한 그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안겨다 주었다. 좋아하는 배우가 그런 비웃음을 받으니 내가 마치 잘못한양 부끄러워졌다. 인물의 감정 변화나 대사 처리도 미숙해 보였다. 역시 동시에 두 작품을 하기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나마 문소리의 투혼이 빛나 보였으나 친구는 태왕사신기의 그 눈빛이 떠올라 집중할 수 없었다고 한다. 태왕사신기를 안봐서 다행이다. 김지영의 사투리와 오버액션은 역시 뭔가 불협화음처럼 다가왔다.

이런 요소들로 인해 영화에 더욱 몰입할 수 없었고, 더욱 감동받지 못해 아쉽고 속상했다. 그래도 최근에 개봉한 한국 영화들 중 가장 볼만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7.5점

덧) 다들 아테네 올림픽 여자 핸드볼의 결과를 기억 못하는지 마지막까지 숨죽이며 보았지만, 나에겐 또렷이 기억나게 하는 사건이 하나 있다. 예전 라디오를 주로 듣던 그 때, 라디오 스포츠 프로에서 다음날 경기 결과를 맞추는 퀴즈가 있었다. 대한민국vs덴마크 여자핸드볼 결과에 대한 퀴즈가 나왔다. 당첨자는 팩스로 선착순으로 뽑았기에 나는 다들 대한민국을 적어낼 것을 생각해 덴마크를 적어 보냈다. 다음날 결국 덴마크가 이겼다. 라디오에선 내 이름이 흘러나왔다. 유일한 정답자란다. 하지만 상품은 오지 않았다. 왜 일까? 내가 괘씸해서 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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