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 알 파치노, 로빈 윌리엄스, 힐러리 스웽크까지. 이정도 조합이면 당연히 봐줘야 된다. 무엇보다 불면증 속에 펼치지는 알 파치노의 심리상태와 악역으로 열연한 로빈 윌리엄스는 관객으로 하여금 빠져들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인썸니아>는 시작부터 흡입력있게 다가온다. 놀란 감독답게 모든 것을 친절하게 나열해주지는 않지만, 지루함에 졸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음산한 분위기 속에 녹아들 수 있다. 다행히 <메멘토>만큼 난해하진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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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 할 수 없으며, 과정이 결과보다 중요하겠지만, 사건현장이라면 달라진다. 바로 죽음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베테랑 경찰관 윌 도머(알 파치노)는 결과가 무엇보다 더 중요하며, 결과를 위해선 과정쯤은 조작되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살인범을 잡기 위해 증거까지 조작했던 도머는 결국 과정이야 어찌됐건 결과적으론 동료 햅(마틴 도노반)을 살해하고 만다. 불면증에 시달린 탓인지, 햅의 마지막 행동과 말때문인지, 아니면 월터 핀치(로빈 윌리암스)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하기 위해 하는 말에 현혹된 것인지, 시간이 갈수록 자신조차도 혼란스러워 진다. 결국에 가선 자신의 정당성 속에 스스로의 행동을 통제하게 되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확신마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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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썸니아>의 백미는 도머와 핀치의 심리싸움과 두뇌싸움이 본격적으로 펼치지는 중반부 부터이다. 핀치를 쫒는 도너와 도너에 쫒기는 핀치는 상황적 특수성으로 인해 서로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핸 접점 속에 은밀한 거래를 시작한다. 하지만 도머는 그때부터 더 심한 불면증과 햅의 환영의 시달리게 된 반면, 핀치는 비로소 편히 잠들 수 있게 된다. 결국 이 둘이 바라보고 있던 지향점, 즉 신념의 차이인 것이다. 결국 마지막에 도머가 편히 잠들 수 있었던 이유가 명예보단 신념을 택했기 때문이다. 엘리 버(힐러리 스웽크)가 총알을 강물에 던질 때, "네 신념을 버리지 마라"는 도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9.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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