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되려면 갖은 시련을 견뎌내야 한다지만, 유독 안정환에겐 그 시련이 너무 자주 찾아오고, 혹독하기만 한 것 같다. 안정환과 수원의 결별은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조금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안정환이 더이상이 수원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었고, 수원 또한 안정환을 잡고 있을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차감독은 6개원이나 팀이 없었던 안정환의 컨디션을 고려해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 올려주겠다던 말과 달리, 시즌 초부터 안정환을 무리하게 경기에 출장시켰다. 당연히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안정환은 좋은 모습을 보여줄리 없었다. 좁아진 시야와 미숙한 볼 컨트롤은 아직도 기억에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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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정환 ⓒ IS


컵대회에서 해트트릭을 하면서 잠깐 반짝이기도 했지만, 그게 전부였다. 차감독은 안정환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무언가를 빨리 보여주길 원했으며, 무리한 출장은 오히려 경기력 저하로 이어졌다. 지난 시즌 안정환은 리그에서 들죽날죽한 출전으로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풀타임으로 뛴 경기는 광주와의 경기가 유일했으며, 나머지 경기에선 대부분 교체로 나오거나, 선발로 나왔더라도 후반에 교체되어 나가기 다반사였다. 심지어 두번에 걸쳐 5경기 연속으로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적도 있엇다. 이런 상황 속에서 차감독은 언론을 통해 안정환이 좀더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고 다그치기만 했다.


이런 차감독이 있는 수원에서 안정환은 더 이상 다음 시즌을 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차감독도 양심이 있다면 자신과 맞지 않은 선수를 더이상 잡아둬선 안된다. 하지만 현재 수원과 안정환의 협상 과정을 보고 있으면,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이 이번에도 무적 선수로 남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이다. 지난 번에도 안정환은 무적 선수가 되기 전에 충분히 K리그나 J리그에 복귀할 수 있었는데도 무리하게 해외 진출을 고집하다 팀을 구하지 못하고 6개월이나 소속팀 없이 보낸 전례가 있다. 또 다시 그런 시간을 보내선 안된다.

▲ 차범근 ⓒ mydaily


현재 K리그에서 안정환을 원하는 팀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현재 높은 연봉으로 인해 쉽게 협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프로는 실력으로 말한다고 안정환은 연봉의 거품을 빼고 이번 시즌 실력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더라도 지난 시즌 안정환의 성적은 너무 초라하기 때문이다. 팬들은 안정환의 느려진 스피드와 슈팅 타이밍, 좁아진 시야와 현저히 낮은 골 결정력을 비난할지언정 안정환의 낮은 연봉을 비난하진 않는다. 무엇보다 보고 싶은 것은 그가 경기에서 뛰는 모습이다. 프로에서 뿐만 아니라 국가대표로서도 다시 한번 뛰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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