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연예대상은 원래 시청률과 인기보단 충성도에 더 높은 점수를 줘왔다. <1박2일>의 강호동, <해피투게더>의 유재석, <미녀들의 수다>의 남희석이 시청률과 인기를 가져다줬지만 애초에 이들은 탁재훈의 적수가 아니었다. 오히려 우수상을 수상한 지석진이나 이휘재가 더 강력한 라이벌이었다. 지석진과 이휘재도 타 방송사에 나오긴 하지만 KBS의 프로그램을 꽤 오랫동안 맡아온 터줏대감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대상 수상에 반응은 이번 뿐이 아니었다. 2004년에 이혁재, 2006년에 김제동이 수상했을 때도 이런 반응들이었다. 그 때 역시 대상감이 아니라는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KBS는 자신의 방송사에 충성도가 높은 예능인에게 대상을 줘왔다. 2003년에 박준형은 주축들이 빠진 개그콘서트의 핵심으로 자리잡으면 다시 부활시킨 공로로 대상을 줬으며, 이혁재는 2004년을 KBS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2006년의 김제동도 마찬가지였다. KBS는 그에 대한 보답을 했을 뿐이다. 탁재훈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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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탁재훈의 대상은 좀 늦은 감이 있다. 탁재훈의 대상이 타야할 시점은 유재석이 대상을 수상한 2005년이 더 적기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 때 최우수상을 받기는 했다. 하지만 탁재훈은 수많은 유행어를 만들어 내고 예능 시청률을 30%까지 끌어올렸던 2005년의 활약은 대상을 받았던 유재석보다 더 뛰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KBS입장에선 유재석을 또 다시 버리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3사에서 모두 활약하는 유재석은 충성도에 밀려 번번히 KBS에서 수상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물론 예능인으로써 신인에 가까운 탁재훈에게 덜컥 대상을 주기에도 무리가 있긴 했다.

그렇다고 2006년에 탁재훈에게 대상을 주기엔 활약이 너무 미비했다. 탁재훈의 영화병이 제대로 도진 시기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운데 손가락 사건만 없었다면 김제동이 아닌 이휘재가 수상했을꺼란 얘기가 더 많았다.

아무튼 탁재훈은 2007년에 <불후의 명곡>을 통해 미약하게 나마 부활했다. 게다가 탁재훈은 현재 타 방송사의 예능프로에 전혀 나오지 않는다. 제대로 명분이 생긴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탁재훈의 대상 수상은 그리 의아하고,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런 맥락에서 섣부른 예측이지만 KBS에서 이휘재에게도 한번쯤은 대상을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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