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딩과 미들즈브러의 경기라서 그냥 잘려고 했는데, 이동국 선발 출전했다는 글자가 떡하니 찍혀있길래, 이동국이 교체되어 나가기 후반 68분쯤 까지만 보고 잤다. 아무래도 이번 경기가 이동국의 마지막 출전 경기가 될 것 같은 기분에서 였을까, 특히 선발로 이렇게 많은 시간을 보장받기가 앞으로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공격진의 줄줄이 부상으로 인해 얻은 기회였기에 더더욱 그렇게 생각됐다.

이동국의 움직임과 몸놀림에 주목하면서 경기를 봤다. 근데 눈에 들어오는건 아담 존슨과 알리아디에르였다. 다우닝의 활약은 저조한 대신 이 두명이 빠른 발을 무기로 여기저기 레딩의 수비진을 휘젖고 다녔다. 특히 알리아디에르의 돌파력은 후덜덜했다. 마치 레논을 처음봤을 때의 느낌이랄까, 레딩의 수비수 5명을 끌고 다니면서 페널티박스까지 거침없이 돌파하는 모습이란 '저돌적'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런 성형의 선수들가 그렇듯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에게 패스하기 보단 자기가 해결하고자 하는 욕심이 크기 때문에 공격 페이스가 끊기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 아쉬웠다.

이동국은 그냥 국내로 돌아왔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하늘운동의 평점은 7점이었으나, 경기 초반부터 자신에게 온 패스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수비수가 압박을 가하면 어김없이 볼을 뺏기는 모습이었다. 그야말로 몸이 얼어서 제대로 된 공격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한국 선수들이 그렇듯 이동국도 퍼스트 터치가 너무 안 좋았다. 그런 상태에서 공격적인 연결은 고사하고, 그렇다고 막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몸싸움을 즐겨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제공권이 좋아 헤딩볼을 따내주는 것도 아니고, 스피드나 개인기는 언급할 필요도 없고, 아무런 색깔없이 그저 주변 선수들에게 볼을 건내주기 바빴다. 그나마 딱 한번 센스있는 패스가 아담 존슨에게 연결된 것이 전부였다.

이동국은 마치 예전 올림픽 대표팀에서 활약하던 그 때 그 실력에서 성장이 멈춘 것 같다. 대포알 슛 하나로 올림픽 대표와 국가대표를 책임지던 그 때 너무 부상투혼으로 열심히 뛴 탓인가, 박지성이나 설기현은 처음봤을 때에 비해 성장했단 느낌이 강한데, 이동국은 그런 점이 없었다. 아무튼 이동국은 나름 열심히 뛴다고 했지만, 부상때문이었는지, 체력적인 부담이 있었는지, 먼저 교체를 요구해서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그리고 이동국을 대신해 들어온 툰가이가 동점골을 만들어 냈다. 그야말로 이동국에겐 악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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