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같은 동네에 살아서 다른 친척들보다 가족같은 외삼촌, 외숙모가 있다. 다른 친척들은 명절때나 방학때 겨우 만나지만, 이분들은 평일이나 주말에도 같이 식사모임을 같은 경우가 많았고 가족여행에도 함께 했었다. 그래서 더 가족같은 느낌이 들었다.

최근 몸이 좋지 않아 집에서 쉬는 동안 외숙모가 자주 찾아오신곤 했다. 물론 내 몸에 대한 걱정도 있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다단계를 권유하시는 것이었다. 물론 외숙모는 '네트워크 마케팅'이라고 하신다. 물론 그 정도의 용어 구분과 이론의 차이점은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다단계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깔려있었고, 한번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물론 처음에 간접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냈다. 어차피 네트워크 마케팅이던 다단계던 직접 물건을 써봐야 자기가 사던, 다른 사람한테 권유하던, 팔던 할 것 아닌가! 물론 물건 강매나 회사에서의 압박은 없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비록 집에서 쉬고 있지만, 다단계는 쉽게 내키지 않았다.

내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록 외숙모는 다단계와 네트워크 마케팅의 차이점에 대한 책자들과 경제학 박사들의 강의 테입을 가져다주었다. 그 중엔 괜찮은 책들도 있었만, 역시나 외숙모나 우리집에 찾아오는 날은 달갑지가 않았다.

일주일에 한번꼴로 찾아오시더니 결국엔 같이 강의를 들으러 가자고 하셨다. 무척이나 난감했다. 그렇게 말씀하실 때마다 친구와 약속이 있다, 병원에 가야 한다는 핑계로 한번도 안 갔지만 말이다.

결국엔 집에 있어도 전화를 안 받거나 전화를 받게 되더라도 외출 중이라고 거짓말을 하게 되고, 외숙모의 전화를 피하게 되었다. 여러 매체를 통해 다단계의 피해사례는 충분히 접했으며, 주변 친구들을 통해 다단계로 인해 친구관계가 끊어지는 일을 수없이 봐 왔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정말 스트레스 그 자체이다. 친한 친구라면 한대 때려서라도 정신 차리게 만들테고, 가족이나 형제라면 설득이라도 해 볼텐데...딱 어중간한 상태이니 이러지도 저러리도 못하고 있으니 정말 죽을 맛이다. 그리고 외숙모네 가족은 이미 다 다단계에 빠져있어서 내가 설득하고 어쩌고 할 상태를 넘어셨다. 어쩔 수 없다. 그냥 도망다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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