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 매직' 다시 한번 발동됐다. 러시아가 이스라엘에 패할 때만 하더라도 유로 2008 본선 진출이 힘들 것 처럼 보였는데, 크로아티아가 잉글랜드를 잡아줌으로써 유로 2008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사실 잉글랜드가 홈에서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크로아티아에게 패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잉글랜드가 크로아티아에 2대3으로 패배하고 말았다.

잉글랜드 공격과 수비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웨인 루니와 마이클 오웬, 리오 퍼디난드와 존 테리의 빈자리가 너무나 커보인 경기였다. 게다가 폴 로빈슨에 대한 불안한 때문에 대신 내보낸 스콧 카슨에 대한 믿음도 너무나 무모했다. 너무 중요한 경기에 파격적으로 기용한 탓인지, 너무 긴장해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슈팅에도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사실 잉글랜드는 너무 안일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크로아티아는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고, 자신들은 무승부만 거둬도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었기에, 무승부를 거둔 뒤 홈 관중들 앞에서 크로아티아 선수들과 훈훈하게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싶었을 것이다. 마치 2002 한일월드컵 3-4위전의 터키와 한국처럼 말이다. 하지만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애초에 그런 생각이 없었다. 그들 머리 속에 오직 벤츠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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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는 첫골을 너무 시시하고 허무하게 허용했다. 시작 8분만에 크란차르의 슈팅이 카슨의 손에 맞고 들어간 것이다. 충분히 막을 수 있던 슈팅이었기에, 이는 카슨의 실책이라 봐야 할 것이다. 다시 잉글랜드 골문 앞에서 수비수 3명이다 끌고 다니다 내준 절묘한 패스를 올리치가 키퍼까지 제치면서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순식간에 2대0이 됐지만, 이렇게 무너질 잉글랜드가 아니었다.

후반이 시작되자 마자 매섭게 몰아부치기 시작했고, 결국 데포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램파드가 성공시키며, 한골을 따라 붙었고, 베컴의 크로스를 크라우치가 골로 연결시키며 동점을 만들었다. 여기까진 잉글랜드의 극적인 본선 진출을 위한 드라마 같았다. 하지만 드라마의 주인공은 러시아였다. 후반 32분 교체로 들어온 트리크가 오른쪽 구석을 겨냥해서 때린 슈팅이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카슨의 위치 선정이 아쉽기도 했지만, 슈팅 공간을 너무 쉽게 내준 수비수들의 압박이 아쉬웠다. 결국 남은 시간에 동점골을 넣기 위해 잉글랜드가 똥줄 빠지게 뛰어봤지만, 이미 본선 티켓은 물건너 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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