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축구경기장에서 하는 울산과 대전의 플레이오프 경기를 보고 왔다. 예전에 안정환 보려고 수원과 울산 경기에 갔던 때 이후 두번째로 가보는 문수축구경기장이었다. 이번엔 극적으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대전의 플레이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에서 였다. 경기가 시작되고 10분 후에야 대전 서포터즈 옆에 자리를 잡아 앉았다. 울산에 살아도 특별히 울산을 열렬히 응원하거나 지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가까이에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저 멀리 등번호 10번의 고종수도 볼 수 있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유독 까만 피부가 눈에 들어 왔다.

울산은 대체로 우성용을 통한 제공권 장악에 힘썼다. 전방에 올려준 볼을 우성용이 떨궈주면, 다른 선수들이 세컨볼을 통해 찬스를 만들어가는 공격 패턴이었다. 대전은 고종수을 주축으로 데닐손과 슈바가 공격의 최전방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주는 패턴이었다. 몇차례 좋은 패스가 나오긴 했지만 이전 경기만큼 좋은 호흡은 아니었다. 용병들의 키핑 또한 좋지 못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경기 흐름을 울산으로 넘어왔다.

결국 울산의 이상호가 첫골을 터트렸다. 작은 키로 오른쪽 구석에서 노마크 상태로 헤디슛을 성공시켰다. 곧바로 대전에게도 기회가 왔다. 왼쪽에서 고종수가 올린 크로스를 누군가가 헤딩슛으로 연결했다. 대전 서포터즈들은 환호했지만, 부심은 깃발을 들어 오프사이드로 판정했다. 측면에서 봤다면 정확하게 볼 수 있었을 텐데, 정확한 판정인지는 모르겠다.

후반에도 계속 그자리에 앉아 있으니,이번엔 대전의 공격을 자세하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전반부터 이어온 울산의 분위기는 후반에도 계속 되었다. 결국 코너킥 찬스에서 박동혁이 골을 성공시키면서 2대0으로 울산이 앞서 갔다. 너무 멀어서 골장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대전도 대급해지기 시작했는지, 20분 정도를 남겨두곤 무섭게 공격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엔 고종수가 있었다. 코너킥과 프리킥을 도맡아 차면서 기회를 만들어 갔고, 중원에서도 날카로운 패스로 계속된 공격을 이끌엇다. 하지만 여전히 매끄럽지 못한 두 공격수가 문제였다. 답답했는지, 고종수는 직접 슈팅을 날리기도 했지만, 아쉽게 빗나가고 말았다. 2대0 이후 작정하고 잠근 울산의 수비는 제법 탄탄하고 타이트했다.

대전의 계속된 공격 속에 대전의 아쉬운 판정이 나왔다. 분명 태클에 의해 대전 선수가 넘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조용하길래 그냥 심판이 인플레이를 선언한 상황인 줄 알았다. 그런데 대전 서포터즈들의 야유가 나오자, 심판은 그제서야 경기를 끊고 프리킥을 선언했다. 냉철하지 못한 판단이었다. 아무튼 프리킥이 선언되었지만, 대전 서포터즈들은 야유를 보내며 페널티킥이라 얘기하고 있었다. 야유와 함께 물병까지 넘어 들어 왔다. 하지만 그 앞엔 심판이 아닌 김영광의 위치였다.

그러다 김영광이 물병에 계속해서 날아들자 위협을 느꼈는지, 물병 하나를 들어 대전 서포터즈 쪽으로 집어 던졌다. 그러자 더 심한 야유와 물병에 깃발까지 날아 들어왔다. 이때까지도 심판은 관중을 제저하지 못하고, 그저 멍뚤멍뚱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제서야 경호원들이 제지에 나섰고, 대전 선수들은 서포터즈를 진정시키자, 좀 사그러드는 듯 했다. 그러자 김영광이 날아든 물병을 집어들고 물을 마시면서 화해의 뜻을 내비쳤고, 대전 서포터즈도 박수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렸다.

다시 시작된 경기에서 고종수는 프리킥을 차기 위해 준비를 했고, 김영광은 골대 앞으로 돌아 들어왔다. 그 순간 심판이 김영광에게 뛰어와 레드카드를 집어 올리며 퇴장을 명령했다. 그러자 다시 경기장 분위기는 험악해 졌다. 김영광도 억울해 하며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고 그렇게 김영광은 퇴장 당했다. 그야말로 뒷북 심판을 제대로 보여줬다. 판정도 그렇고, 경기 운영도 그렇고, 경기 분위기도 그렇고 모든 것을 망쳐 버렸다. 이런 상황 속에 재개된 대전의 공격은 계속 무위로 끝나며 결국 골을 만들지 못하고 패배하고 말았다. 이래저래 마지막에 심판때문에 기분 잡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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