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와의 16강전도 수비가 문제였다. 월드컵 전 허정무 감독이 박주영의 공격 파트너를 누구로 할 지 고민하고 있을 때, 다들 수비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별다른 해결책없이 남아공으로 온 것이 문제였다. 나이지리아전 첫 실점과 마찬가지로 수비 집중력에서 문제를 나타내며 허무하게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사실 자책골이나 다름없는 실점이었다. 돌아들어가던 수아레즈를 놓쳤던 이영표도 문제였고, 크로스가 수비 뒷공간과 골키퍼 사이를 지나가도록 지켜만 봤던 센터백들도 문제였고, 제대로 처리하지도 못할 볼을 쫒아 뛰쳐 나왔던 정성룡도 문제였다.

▲ 자책골이나 다름없는 첫 실점 ⓒ SBS 캡쳐


이제와 무슨 소용이겠냐만은 왜 월드컵이 다 되서야 이운재를 정성룡으로 바꿨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물론, 당시 이운재가 소속팀에서 좋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수원 경기를 봤던 사람들은 알겠지만, 수원의 수비 조직력 문제였지, 그것이 전적으로 이운재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리고 애초에 이운재, 정성룡, 김영광이 경쟁 체제였다면 이해가 되지만, 거의 이운재를 낙점해놨던 상황에서 비판의 여론이 있자, 월드컵이 임박해서야 급하게 이운재를 정성룡으로 바꾸는 악수를 뒀다. 결국 경험과 안정감이 부족했던 정성룡은 월드컵 기간 내내 믿음직스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 추가 실점으로 이어질 뻔한 수비들의 실책 ⓒ SBS 캡쳐


수비의 문제는 단순히 실점 장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운 좋게 오프사이드로 판정이 나긴 했지만, 이정수가 볼을 뺏겼던 장면도 너무 안일한 볼 처리가 문제였다. 나이지리아전에서 했던 실수를 그대로 반복한 꼴이다. 후반 김정우가 횡패스를 수아레즈에게 차단 당했던 장면도 마찬가지다. 수비 진영에서 그런 실수는 바로 실점으로 연결되는 부분인데, 한국 수비들은 이런 장면을 매 경기 되풀이 했다. 다행히 실점으로 연결되지 않아 크게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 실점 장면보다 더 큰 실책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실점 이후의 모습도 아르헨티나전이나 나이지리아전과 다름이 없었다. 역시 어이없는 실점에 분위기가 한순간 가라앉아서 그렇게 된 탓도 있겠지만, 경기 초반이라 충분히 만회할 기회가 있기에 빨리 팀 분위기를 추스렸어야 했는데, 선수들 전체가 우왕좌왕 흔들리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이영표도 자신의 실책때문에 실점했다고 생각했는지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오버래핑이 잦았다. 이렇게 전체적인 팀 밸런스가 무너지다보니, 자리를 지키는 수비를 하지 못하고 볼만 쫒아 다니며, 우루과이에 이끌려 다닐 수 밖에 없었다. 볼을 소유하더라도 날카로운 공격으로 이어지기 보단 롱볼에 의존한 뻔한 패턴으로 공격을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꽤 오랫동안 끌려 다닌 후에야 제 페이스를 찾을 수 있었다.

▲ 이런 장면이 더 많이 나왔어야 했다 ⓒ SBS 캡쳐


하지만 살아난 공격에도 쉽게 골이 나지 않았다. 역시 앞서 지적했듯이 미들이나 공격수들 간에 만들어낸 골이 없었던 탓인지 다들 2%가 부족한 모습이었다. 물론, 우루과이가 수비 라인을 뒤로 물린 채, 좀처럼 나오지 않은 탓도 있지만, 한국의 공격 패턴이 너무 뻔한 것도 있었다. 사이드에서 이어지든, 중앙에서 이어지든, 매번 짧은 패스로 완벽한 찬스를 만들려고 하다보니, 쉽게 슈팅 찬스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차두리가 박지성에게 연결했던 크로스처럼 좀더 빠르게, 한번에 올라가는 크로스로 좌우에서 흔들 필요가 있었고, 기성용이나 김정우도 과감한 중거리 슈팅으로 수비들을 끌어낼 필요가 있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그리고 역시 앞선 포스팅에서 지적했듯이 앞선 경기들에서 세트피스에서만 득점에 성공했던 것의 문제라 지적했던, 심판 성향에 따라 세트피스 기회가 아예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던 부분이 우루과이전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우루과이전 심판 성향이 반칙에 관대하다보니, 저절로 한국의 골 찬스가 될 프리킥 기회는 거의 주어지지 않았다. 다른 경기 같았으면 이청용의 동점골이 만들어졌던 프리킥 찬스가 더 주어졌어야 했다. 하지만, 당연히 반칙이겠거니 했던 부분들이 아무런 제재없이 넘어가며, 한국의 강점인 세트피스를 살릴 기회조차 제대로 얻어내질 못했다.

사실 박주영은 비판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물론, 골 결정력 부분에서 아쉬운 점이 있긴 하지만, 미국월드컵에서 황선홍이 아무리 개발이라 욕 먹었어도 계속 경기에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것 처럼, 박주영 역시 현재 공격수 중 가장 믿음직스런 선수이기 때문에 계속 박주영이 뛸 수 밖에 없었다. 즉, 박주영 개발이란 얘긴 가능하지만, 박주영 빼고 다른 선수 넣으란 얘긴 불가능하단 소리다. 아쉽게 날렸던 슈팅 찬스 역시 박주영이었기 만들어낼 수 있었고, 다른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 역시 박주영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스가 보여줘야 할 찬스에 강한 모습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것은 앞으로 박주영 스스로가 극복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박주영의 제대로 된 파트너를 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

▲ 너무 얌전하게 슈팅했던 이청용 ⓒ SBS 캡쳐


슈팅에 있어선 이청용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나이지리아전과 우루과이전에서 이청용이 맞이했던 슈팅 장면도 거의 골키퍼와 일대일이나 다름없는 찬스였다. 하지만 이청용은 매번 인사이드로 너무 얌전하게 골키퍼 정면으로 가는 슈팅만을 보여줬다. 강하게 유효슈팅만 가져갔으면, 자블라니의 특성상 골키퍼을 맞고라도 튕겨 나와 다음 찬스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한국의 공격수들이 성장했다곤 하지만 이런 골 결정력의 문제가 여전한 것을 보면 앞으로도 많이 발전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다.

▲ 마지막 찬스였던 이동국의 슈팅 ⓒ SBS 캡쳐


굳이 이동국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원래 동까였기에, 이동국에 교체로 들어간 시점에서 큰 기대가 없었다. 물론 응원을 했지만. 사실 애초에 이동국이 왜 뽑혔는지에 대해서도 이해가 안됐다. 이동국 뿐만 아니라 안정환, 이승렬도 마찬가지다. 이 3명 중 1명만 뽑았어야 했다. 이동국은 부상, 안정환은 체력, 이승렬은 경험. 모두 선발로 뛸 수 없는 공격수들이다. 그런데도 이런 반쪽짜리 공격수를 3명이나 뽑아 버렸다. 이러니 염기훈이 3경기 연속 선발로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교체카드와 전술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동국이 투입되고 얼마 후 이청용의 동점골이 나온 뒤, 포메이션을 4-4-2로 바꾸면서 공격 전선을 뒤로 한 발 물려 버렸다. 경기의 흐름 상 한숨 고른다는 것이 우루과이에 공격 턴을 내주는 꼴이 됐으며,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수아레즈가 기가막힌 슈팅으로 역전골을 뽑아낸 것이다. 미국이 슬로베니아전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흐름이 왔을 때 더 강하게 밀어부쳤어야 했다. 역전골 이후에도 안정환이나 이승렬을 투입하고, 지친 기성용나 김정우도 바꿔줄 줄 알았다. 그런데 염기훈이었다. 그리고 염기훈을 볼 수가 없었다. 남은 교체카드 한장은 쓰지도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경기는 끝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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