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를 보면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난타를 당하고 있다. 김병지 해설 얘기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 미안한 얘기지만, 김병지 해설의 역량이 아직 그것 밖에 안되는데 어쩌겠는가. 김병지 해설은 해설위원 이전에 선수이며, 해설 또한 이번이 처음이다. 당연히 미흡할 수 밖에 없다. 현역에서 물러나 전문적으로 해설만 해도 까이는 판국에, 애초에 눈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축구팬들의 수준을 만족시키기란 무리였다.

여태껏 이런 식의 깜짝 해설을 여러번 있었다. 유상철, 황선홍, 차두리 등 전현직 선수들이 해설위원으로 활약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로 까이지는 않았었다. 그 이유는 여태껏 이런 식의 깜짝 해설은 투 해설 시스템으로 나왔었기 때문이다. 주 해설을 두고, 그 옆에서 자신이 선수로써 뛸 때의 경험을 경기 상황에 대입해 보좌하는 방식으로 나왔었다. 그래서 다소 미흡하거나 모자란 부분이 있더라도 충분히 감안하고 볼 수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김병지 해설은 단독 해설이다. SBS는 뭘 믿고 김병지 해설을 단독으로 내보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설진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수원 감독직에서 물러난 차범근 해설도 영입했고, EPL 해설을 전문으로 맡고 있던 장지현 해설과 박문성 해설도 있다. 여기에 김동완 해설까지. 충분히 투 해설 시스템으로 나설 수 있는 해설진 인원이다.


그런데, 경기 당 배정된 해설위원 명단을 보면, 김병지 해설의 이름이 꽤 많다. 그리고 김동완 해설은 아예 없다. 월드컵 전 차범근, 김병지, 장지현, 박문성, 김동완 해설이 나설 것이라던 기사와는 다른 결과이다. 분명, 내부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김병지 해설이 당초 계획했던 경기보다 많은 경기를 할당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해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중계 방송을 보면 알겠지만, 캐스터들의 수준도 그다지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었다. 한국 선수들의 이름도 잘못 부르는 경우가 꽤 있었고,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경기에선 에인세의 소속팀을 리옹으로 잘못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한국과 그리스 경기 후 차범근 해설은 멀뚱 멀뚱 쳐다보는 상황에서 배성재 캐스터만 혼자 말하는 장면은 분명 방송 사고라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월드컵 전 SBS가 단독 중계를 한다고 밝힌 뒤, 비난의 여론을 향해 제대로 준비하고 있으니, 믿고 한번 지켜봐 달라고 했다. 그런데, 상황은 경기 결과만 빼고 모두 불만족스러운 수준이다. 결국, 이런식으로 쌓인 SBS 향한 불만이 가장 만만한 혹은 가장 눈에 띄는 김병지 해설에게 모두 갔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불쌍하게 김병지 해설이 독박을 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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