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가 리그 우승 레이스 중 가장 고비가 될 것이라던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 앤필드 원정에서 리버풀을 2대0으로 제압하며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다. 물론, 마지막 위건과의 경기를 지켜봐야 겠지만, 동기부여가 확실한 첼시가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강등권을 탈출한 위건에게 패하기란 쉽지 않은 결과이다. FA 결승을 남겨둔 상황이라 첼시는 이번 시즌 더블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반면, 리버풀은 이번 패배로 인해 그나마 수치상 가능성이 남아 있던 챔피언스리그 진출권도 실패가 확정되어 버렸다.

▲ 양 팀 라인업. 토레스 없는 리버풀 ⓒ skysports.com 캡쳐


첼시는 에시앙과 미켈이 없는 상황에서도 좀더 공격적인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드록바를 최전방으로 좌우에 아넬카와 칼루가 배치됐으며, 그 뒤를 말루다-발락-램파드가 받치는 4-3-3 포메이션이었다. 포백도 이바노비치와 애슐리 콜이 돌아오면서 안정감을 더했다. 리버풀은 토레스 없는 빈자리가 너무 커보였다. 카윗과 베나윤이 전방에 배치됐고, 마스체라노가 글렌 존슨의 대신해 풀백 자리로 가면서, 막시가 제라드, 아퀼라니, 루카스와 함께 미들을 구성했다.

경기 초반은 양 팀 모두 신중하게 경기를 풀어 나갔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두 팀간의 전력 차를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리버풀은 공격 상황에서 상대 진영 깊숙이 침투하지 못하고, 박스 바깥에서 중거리 슈팅으로 득점을 노렸다. 하지만 아퀼라니의 슈팅만이 크로스바를 살짝 맞았을 뿐, 대부분의 슈팅이 난사하는 수준에 그쳤다. 또, 경기 전체를 통틀어 리버풀의 가장 좋은 기회였던 막시의 패스로 만들어 준 아퀼라니의 단독 찬스도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무산되고 말았다.

반면, 첼시는 아넬카와 드록바가 계속 사이드로 빠져 주면서, 칼루와 말루다가 중앙으로 침투 기회를 만들어 나갔다. 말루다는 끊임없이 상대 수비를 흔들어 댔으며, 칼루는 위협적인 돌파로 페널티킥을 유도하려 했다. 물론, 박스 안에서 넘어진 두 번 모두 휘슬은 불리지 않았다. 그래도 확실히 골문 근처까지 도달하는 패스의 흐름이나 돌파의 위협 정도가 리버풀에 비해 월등히 앞섰다.

▲ 제라드의 실수를 놓치지 않은 드록바 ⓒ skysports.com


그래도 첫 득점이 나오기 전까지 나름 팽팽한 분위기였다. 서로가 한 차례씩 공격과 수비를 주고 받으며 조심스런 경기를 펼쳐나갔다. 하지만, 한번의 실수가 바로 득점으로 이어지면서, 승부는 너무 쉽게 결정되어 버렸다. 제라드가 레이나한테 백패스 하는 것을 드록바가 가로채, 레이나를 제치고 가볍게 선제골을 뽑아 냈다. 너무나 어이없는 실책이었다. 여기에 막시마저 부상 당하며, 바벨을 조기에 투입해야 했다. 리버풀은 어떻게든 전반에 끝나기 전에 만회골을 만들어야 했지만, 첼시를 상대로 크로스 이후 헤딩 슈팅이라는 단순한 공격 패턴은 먹혀 들지 않았다.

▲ 아넬카의 크로스를 득점으로 연결한 램파드 ⓒ skysports.com


그리고 첼시는 후반 시작 8분 만에 램파드가 추가골을 뽑아내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오른쪽 측면에서 오프사이드를 절묘하게 뚫으며 패스를 받은 아넬카가 낮고 빠르게 크로스를 올렸고, 램파드가 쇄도하며 득점으로 연결 시켰다. 리버풀은 실점에 이어 캐러거까지 부상으로 나가는 불운이 겹쳤다. 리버풀이 기세가 오른 첼시를 막기란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레이나의 선방이 있었기에 추가 실점은 허용하지 않았다. 이후 리버풀은 은고그까지 투입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한 채, 마지막 앤필드 경기를 패배로 마무리 해야 했다. 첼시는 이번 승리로 맨유의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위건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경우,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게 됐다.

[09/10 EPL 37R] 리버풀 vs 첼시 하이라이트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