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니가 빠진 맨유가 토트넘을 상대로 3대1 승리를 거두면서, 일단 선두 탈환에 성공했다. 앞으로 있을 첼시 경기를 두고 봐야 겠지만, 최근 루니가 없는 경기에서 득점력이 저조했던 맨유였기에 확실히 경기 내용 면에서나 스코어 상에서 만족할 만한 경기였다. 올드 트래포드에서 펼쳐진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맨유와 토트넘의 경기는 평소 같았으면 당연히 맨유의 우세를 점쳤을 경기였다. 상대 전적도 그렇고, 잘 나가다가도 맨유만 만나면 이상하리 만큼 약해졌던 토트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만만찮은 토트넘이었다. 아스날과 첼시를 연이어 격파하며 팀의 분위기도 그렇고, 공수 밸런스도 그렇고, 모든 면에서 있어서 최고조에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 루니없이 토트넘을 상대해야 하는 맨유 ⓒ skysports.com 캡쳐


루니가 빠진 맨유는 베르바토프를 최전방으로 좌우에 나니와 발렌시아가 출전했고, 중원엔 스콜스-긱스-플레처가 출전했다. 포백엔 퍼디난드를 대신해 에반스가 출전했다. 토트넘을 상대하기에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라인업이기도 했다. 토트넘은 4-4-2 전형에 데포와 파블류첸코가 투톱으로 나섰고, 모드리치-팔라시오스-허들스톤-벤틀리가 미드필더에 출전했다. 최근 토트넘에서 가장 폼이 좋았던 베일은 공격적 위치보단 수비를 우선하면서 역습시 적절히 공격에 가담할 수 있는 풀백으로 배치됐다. 그리고 킹이 돌아와 수비의 안정감을 더했다.

이번 경기 무조건 승리가 필요했던 맨유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하지만 토트넘은 맨유가 볼 점유시 수비적으로 나서다가 상대 공격을 끊어내면, 빠르게 좌우 혹은 데포를 향해 볼을 전달하는 형태로 나섰다. 그러면서도 압박엔 충실했다. 결국 상대 홈이다 보니, 전반을 무승부로 마친 채, 후반에 승부를 보려는 전략이었다. 그것은 오히려 맨유에게 있어서 다행이었다. 차라리 전반부터 좌우를 흔들어주며, 맞불 공격으로 나섰더라면, 상대적으로 맨유의 체력적 부담이 컸을테니 말이다.

▲ 활발히 움직였지만, 날카롭지 못했던 베르바토프 ⓒ skysports.com


하지만 맨유의 공격 전개도 그다지 유연하지 못했다. 좌우에서 올린 크로스는 번번히 도슨과 킹에게 차단 당했고, 베르바토프나 긱스는 토트넘 수비의 적극적인 마크에 고전했다. 특히 베르바토프는 여느 때와 달리 플레이가 성급했다. 에브라가 낮게 연결한 크로스도 상대 수비를 앞에 두고 슈팅을 시도했고, 수비가 없는 상태에서 날린 중거리 슈팅도 골문 위로 날려 버렸다. 하파엘이 수비 뒷공간으로 올린 크로스도 특유의 퍼스트 터치 후 슈팅을 날렸지만, 역시 골문 위로 향하며 기회가 무산됐다. 상대 수비의 적극적인 마크가 있기도 했지만, 베르바토프 특유의 문전 앞에서의 여유로움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아무래도 자신의 처지를 아는지, 어떻게든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 플레이가 서툴렀다. 여전히 호흡면에서도 원활하지 못했다.

토트넘은 간간히 모드리치와 벤틀리가 좌우 흔들어주며, 데포와 파블류첸코를 향해 공격적 연결을 노렸지만, 맨유 수비에 철저히 막혀 있었다. 그나마 모드리치가 개인 기술을 통해 공간을 만들어 슈팅을 시도한게 전부 였다. 이런 점에서 전반의 경기 흐름을 분명 맨유에게 유리하게 흘러갔으나 경기 전체를 바라 볼 땐 토트넘이 바라는 형태였다. 사실 토트넘과 맨시티의 4위 경쟁의 결과를 맞대결에서 결정날 가능성이 높기에, 토트넘 입장에선 승점 1점도 나쁘지 않은 결과이기에 전반부터 무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아스날-첼시-맨유로 이어지는 3연전에서 이미 2승을 거뒀기 때문에, 설사 맨유와의 경기에 무승부를 거두더라도 2승1무로 나쁜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 긱스와 스콜스. 노장의 힘! ⓒ skysports.com


후반들어 토트넘은 파블류첸코와 팔라시오스가 슈팅을 가져가며 분위기를 가져오는 듯 했지만, 그 이후엔 오히려 맨유가 전반보다 더 위협적인 공격을 퍼부으며 분위기를 압도했다. 특히, 베르바토프가 헤딩을 적극 가담하며, 다른 선수들에게 공격적인 연결을 시도해 나갔다. 그리고 나니도 점점 살아나면서 발렌시아와 함께 양 측면의 공격 밸런스가 맞아 갔다. 그리고 얼마되지 않아 맨유에게 퍼널티킥 기회가 주어졌다. 베르바토프가 왼쪽 측면 돌파 이후 슈팅을 가져가려 했으나 마땅히 공간이 생기지 않자, 페널티박스 안에서 에브라에게 힐 패스를 해준 것이 페널티킥으로 연결됐다. 에코토가 에브라를 향해 무리하게 깊은 태클을 시도한 것이 문제였다. 키커로 나선 긱스는 깔끔하게 득점에 성공했다.

후반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앞서기 시작한 맨유는 몸 상태가 좋지 못한 발렌시아를 뺴고 캐릭을 투입하며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시도했다. 이에 맞춰 토트넘은 벤틀리를 빼고 레논을 투입했고, 베일 역시 윙으로 올리면서 팔라시오스를 오른쪽 풀백으로, 에코토를 왼쪽 풀백으로 배치했다. 이에 맨유는 레논을 막기 위해 체력적으로 떨어진 에브라를 대신해 오셔를 투입했다. 에브라는 이상하리 만큼 레논에 약했기 때문에 오셔를 투입하는 것도 나쁘진 않아 보였다. 토트넘의 공격에 있어서 레논의 투입은 효과적으로 보였다. 직접적인 슈팅 기회를 잡긴 못했지만, 문전 앞에서 시도되는 패스들은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 베일과 킹이 만들어 낸 동점골 ⓒ skysports.com


그리고 베일의 코너킥이 킹의 머리에 연결되며 동점골을 뽑아냈다. 하파엘이 문제였다. 코너킥을 내준 것이야 크로스를 막다보니 그럴 수 있었지만, 골문 앞에 벽을 서다가 킹의 헤딩 슈팅이 날아오는 것을 발로 걷어낸다는 것이 헛발질이 되어 버렸다. 그냥 그대로 서 있다가 헤딩 혹은 몸으로 막았어도 될 상황에서 명벽한 실책이었다. 동점골을 허용한 맨유는 줄기차게 오른쪽 측면에서 공격을 시도하며 크로스를 시도했다. 베일에게 수비적 부담을 주어 적극적인 공격 가담을 막으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맨유의 크로스는 직접적인 슈팅으로 연결되진 못했다. 오히려 토트넘이 크라우치를 투입하며 한방을 노렸다. 동점으로 만족할 수 없었던 맨유도 유일한 공격 카드인 마체다를 투입했다.

▲ 후반에 맹활약한 호날두가 빙의된 나니 ⓒ skysports.com


마체다의 투입은 바로 골로 이어졌다. 마체다와 교체되어 나간 하파엘 자리에 선 플레처는 측면에서 올라와 마체다에게 패스를 해줬고, 마체다는 공간을 빠져 들어가는 나니에게 패스를 내줬다. 순간 골문 앞까지 치고 들어간 나니는 침착하게 칩샷으로 고메스를 농락하며 결승골을 뽑아냈다. 퍼거슨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한 순간이었다. 분위기가 살아난 맨유는 나니의 활약에 힘입어 추가골까지 뽑아냈다. 역습 상황에서 볼을 잡은 나니는 자신있게 드리블로 페널티박스 안까지 치고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팔라시오스가 무리하게 뒤에서 밀면서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다시 키커로 나선 긱스는 다른 방향으로 노련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써 맨유는 한 경기 덜 치룬 첼시를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물론 자력 우승은 힘들겠지만, 첼시가 앤필드 원정을 남겨둔 상태라 맨유로썬 일단 최선의 결과였다. 게다가 루니가 없는 상태에서 다득점을 했다는 것 또한 만족할 만한 결과였다. 물론, 페널티킥이 두 골이나 있었지만 말이다. 게다가 하그리브스도 서브 명단에 포함되며 복귀가 임박함을 알렸다. 그리고 리그가 종반으로 다가갈수록 맨유의 노장인 긱스와 스콜스의 진가는 어김없이 발휘되고 있었다. 특히 스콜스의 경기 운영은 토트넘 선수들보다 노련했다.

[09/10 EPL 36R] 맨유 vs 토트넘 하이라이트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