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퍼거슨 감독이 욕을 먹어야 하는가. 그는 완벽한 전술로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물론, 4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이는 하파엘이 예상치 못한 퇴장을 당하면서 꼬이기 시작한 것이지, 경기를 준비하는데 있어 퍼거슨 감독의 전술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럼에도 단지 박지성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단 이유에서, 교체 명단에서 없었단 이유에서 퍼거슨 감독이 욕을 먹고 있단 것이다. 뭐, 박지성을 교체 명단에 넣어서 하파엘이 퇴장 당한 뒤, 박지성을 투입해 수비적인 역할을 맡겼어야 된다곤 하지만 이는 결과론적 얘기다. 어느 감독이 선수의 퇴장까지 염두해서 명단을 제출한단 말인가. 그것도 꼭 승리가 필요한 경기에서 말이다.

그리고 실점 이후 긱스와 베르바토프를 투입하기 전까지 나니를 톱으로 올리고 깁슨-캐릭-플레처-발렌시아로 짜여진 미드필드로 뮌헨에게 그다지 위협적인 상황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퍼거슨 감독의 판단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점의 빌미는 캐릭이 볼을 끌다 상대에게 뺏긴 상황에서 코너킥을 허용한 것이었지, 그 전까지 뮌헨은 제대로 된 크로스도 올리질 못했다. 그저 양 측면으로 볼을 왔다 갔다 할 뿐이었다. 아쉽게도 코너킥 찬스에서 로벤을 마크하는 것을 놓쳤을 뿐이었다. 즉, 박지성의 출전 여부는 이번 경기에 별다른 영향을 못 줬을 것이란 얘기다. 그리고 애초에 박지성의 이름을 올릴 자리조차 없었다.

▲ 맨유와 뮌헨의 패스 성공률 ⓒ UEFA.com 캡쳐


깁슨의 깜짝 선발 출장은 놀랍긴 했지만, 깁슨은 멋진 선제골로 보답했다. 루니의 패스를 받아 경기 시작 3분 만에 선제골을 뽑아냈다. 아마 선제골이 빨리 나오지 않았다면, 맨유는 더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퍼거슨의 깁슨 선발은 제대로 적중한 셈이다. 수비에서도 나쁘지 않았다. 하파엘이 오버래핑을 시도하며 자리를 비우면, 적절한 커버 플레이로 리베리의 공격을 막아냈다. 중원에서 패스 성공률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이 아쉬긴 하지만, 맨유의 위협적인 오른쪽 공격의 시발점이 깁슨의 패스였단 점에서 합격점을 줄 수 있다. 하파엘의 단독 찬스도 깁슨의 패스가 만들어 준 것이었다.

그렇다고 나니나 발렌시아 자리에 박지성을 넣기도 힘들었다. 애초에 공격적으로 나서야 할 경기였다. 1차전에서 리베리 봉쇄를 막기지 않은 것이 의아하긴 했지만, 2차전에선 리베리나 로벤을 봉쇄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공격이 목적이었다. 그런 점에서 박지성이 나니나 발렌시아, 심지어 긱스한테 까지 밀리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나니는 멋진 골을 기록하며 승리에 기여했고, 발렌시아 역시 뮌헨의 왼쪽 측면을 무너트림과 동시에 도움까지 기록했다.

▲ 박지성을 투입하지 않으면 욕을 먹는 퍼거슨 감독 ⓒ 스카이스포츠


그리고 스콜스는 애초에 캐릭의 교체요원을 된 명단에 올린 것이다. 물론, 하파엘이 퇴장 당한 상황에서 캐릭을 빼고 박지성의 투입을 얘기할 수 있겠지만, 박지성이 캐릭의 역할을 맡기엔 성향이 다른 선수로 분류된다. 박지성이 맨유 중앙에서 뛸 땐, 캐릭이나 스콜스와 같은 앵커 역할보단 홀딩의 역할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박지성이 활동량이나 수비 가담, 커버 플레이, 원터치 패스는 뛰어나지만, 앵커에 요구되는 공수 균형을 잡아주고, 경기 완급을 조절하는, 그리고 창의적인 패스를 넣어주는 능력에 있어선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표팀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맨유에선 그런 능력에 있어서 박지성 보다 우위에 있는 선수들이 많다.

결국, 쿠슈차크를 제외했을 때, 마체다와 베르바토프는 루니가 부상 위험을 감수한 채, 선발 투입된 것이기에 불가피한 상황이었고, 긱스는 측면에서 공격적인 지원자로써, 스콜스는 캐릭 혹은 깁슨에 대한 교체 자원으로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여기에 부상에서 복귀한 오셔는 풀백과 센터백에 수미형 미드필더로까지 뛸 수 있는 선수이고, 네빌이 1차전에서 리베리를 막는데 고전한 것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판단이었다. 박지성 풀백은 이미 조별리그에서 좋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바 있으니 언급하지 말자. 그리고 에반스는 전문 센터백 자원으로써 명단에 이름을 올릴 가치가 있었다. 결국, 박지성은 애초에 명단에 이름을 올릴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단지, 하파엘의 경험 미숙으로 인해 맨유가 운이 없었을 뿐이지, 퍼거슨 감독의 전술엔 문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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