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리그 05/06 시즌 결승에서 맞붙었던 아스날과 바르샤가 이번 시즌 8강에서 다시 만났다. 당시 역전 당하며 우승컵을 내줬던 아스날로썬 바르샤에 갚아줄 것이 많은 경기였다. 가장 뛰어난 패스 게임을 한다는 두 팀이 맞붙는데 기대하지 않을 축덕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 예상은 철저히 빗나가고 말았다. 물론, 결과만 보자면, 저력을 보여준 아스날이라 평가해야 겠지만, 원정에서 무승부로 돌아가는 바르샤가 더 아쉬워 할 만한 경기였다.

▲ 양 팀 선발 라인업 ⓒ ITV스포츠 캡쳐


포메이션 마저 비슷한 두 팀이다. 벤트너와 즐라탄, 메시와 아르샤빈, 사비와 파브레가스. 정상 전력은 아니었지만, 가용할 수 있는 자원들을 선발 투입하며 경기를 대비했다. 특히, 아스날은 홈 경기인 만큼 부상에서 막 돌아온 갈라스나 잔 부상에 시달렸던 파브레가스를 투입할 정도로 중요시 했다.

하지만 경기는 시작과 동시에 완전히 바르샤의 페이스로 흘려갔다. 바르샤의 거센 공격은 아스날 선수들이 제대로 볼을 터치해 보지도 못할 정도로 매서웠으며, 만약 알무니아의 신들린 듯한 선방이 아니었다면, 경기는 이미 시작 15분만에 큰 점수 차로 벌어졌을 경기였다. 여기에 즐라탄의 삽질도 한 몫했다. 물론, 두 골이나 넣으면 큰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나 전반에 그 많은 찬스를 놓쳤단 것은 비판받아 마땅했다. 만약, 에투였다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 엄청난 패스 시도와 성공률을 보여준 사비 ⓒ UEFA.com 캡쳐


아무튼, 웽거 감독도 골치 아픈 상황이었다. 안티 풋볼이라고 하며, 수비적인 경기를 펼쳤던 팀들을 비난했던 전력이 있어 대놓고 수비만은 못 하겠고, 그렇다고, 공간을 넓게 해서 마크하면, 바르샤 선수들이 너무나 쉽게 공간을 활용하며, 아스날 진영을 유린해 나갔다. 즐라탄, 페드로, 메시, 사비, 부스케츠까지 연이어 슈팅을 날려댔고, 알베스와 막스웰은 끊임없이 오버래핑을 올라오며 크로스를 올려댔다. 경기 15분만에 바르샤가 날린 슈팅이 무려 9개나 됐다.

반면, 아스날은 볼을 제대로 잡아 볼 틈도 없었다. 바르샤가 전방에서 부터 볼을 잡은 선수를 압박했으며, 이에 아스날 선수들은 허둥지둥하다, 제대로 패스도 못하고 볼을 빼기기 일쑤였다. 아스날은 전반 23분이 되서야 나스리가 측면을 치고 올라가 첫 슈팅을 날릴 수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를 반전하기도 전에 아르샤빈이 부상으로 교체되어 나갔고, 아스날의 공격은 간간히 올리는 크로스가 전부였다. 그것도 번번히 바르샤 수비에 차단되며 제대로 된 유효슈팅도 날려보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전반 막바지에 갈라스마저 부상으로 교체됐고, 파브레가스는 바스케츠에 무리한 태클을 시도하다 옐로우 카드를 받으며, 2차전에 나설 수 없게 됐다.

▲ 위치 선정이 아쉬웠던 알무니아 ⓒ 스카이스포츠


홈 경기임에도 최악의 전반을 맞이한 아스날이었지만, 그나마 위안이라면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쳤단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일 뿐, 후반 시작과 동시에 피케가 후방에서 길게 넘겨 준 볼을 즐라탄이 받아 알무니아가 나온 것을 보고 로빙 슈팅으로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전반과 달리 아스날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빠르게 역습을 시도한 아스날은 클리시가 올린 크로스를 벤트너가 강력한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발데스의 정면으로 향하면서 동점 기회를 날려 버렸다. 위기를 넘긴 바르샤는 사비의 로빙 스루를 받아 오프사이드 뚫은 즐라탄이 추가골을 성공시키며 2대0으로 앞서 나갔다.

▲ '슈퍼 조커' 콧의 분위기 반전! ⓒ 스카이스포츠


그렇게 무너질 것 같던 아스날도 마지막 교체 카드 월콧이 투입되며, 서서히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막스웰이 월콧의 발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아스날은 역습 상황에서 벤트너가 수비 뒷공간으로 돌아가는 월콧을 보고 볼을 찔러 넣어줬고, 월콧은 직접 치고 들어가 마무리 슈팅으로 득점을 성공시켰다. 벤트너의 패스와 월콧의 마무리가 좋기도 했지만, 중간에 볼을 커트 당한 부스케츠의 집중력도 아쉬웠다.

이것이 추격의 불씨가 되어 아스날은 점점 공격의 비중을 높여 갔다. 결국, 후반 막바지에 월콧의 크로스가 굴절되며 벤트너에 연결됐고, 벤트너는 헤딩으로 옆에 있던 파브레가스에 연결했다. 파브레가스가 슈팅하러던 순간 뒤에 있던 푸욜과 발이 엉키면서 넘어졌고, 푸욜은 페널티킥을 허용과 동시에 퇴장까지 당하게 되며 다음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키커로 나선 파브레가스는 페널티킥을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동점을 만들었다. 원정에서 2대2 무승부면 나쁘지 않은 결과지만, 경기 내용을 감안하면 바르샤로썬 무척 아쉬운 결과였다.

▲ 퇴장 당하며, 페널티킥까지 허용한 푸욜 ⓒ 스카이스포츠


반면, 패배의 위기에서 동점을 만들어낸 아스날의 저력은 인정할 만 하지만, 아스날에겐 출혈이 너무 컸다. 물론, 바르샤에도 출혈이 있었다. 푸욜의 퇴장으로 인한 2차전 출전 불가와 피케의 경고 누적으로 인한 2차전 출전 불가. 하지만, 바르샤는 챔스리그에만 유효한 결장이지만, 아스날은 아르샤빈과 갈라스가 부상으로 인해 리그 경기에 까지 영향을 미치게 됐다. 그리고 누 캄프 원정에선 파브레가스마저도 경고 누적으로 나설 수 없으니 마냥 좋아할 수 만은 없는 결과였다. 그래도 오랜만에 눈이 정화되는 듯한 경기는 축덕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다만, MBC ESPN은 앞으로 아스날 응원 단장을 해설로 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09/10 UEFA CL] 아스날 vs 바르셀로나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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