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와 리버풀, 서로 라이벌 팀 답게 중요한 시점에서 만났다. 맨유는 최근 리그에서나 챔스에서 분위기가 좋았고, 리버풀도 제라드와 토레스가 복귀하면서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맞대결에선 리버풀이 우위에 있었기에 제아무리 올드 트래포드라 해도 맨유가 방심할 순 없었다. 맨유는 다시 또 의외의 카드를 들고 나왔다. 포메이션은 강팀을 상대할 때 처럼 4-5-1 이었지만, 최근 분위기가 좋은 박지성을 중앙 미드필더로 내세웠다. 밀란과의 경기에서 캐릭이 결장했었기에 그 자리에 박지성이 나오면서 피를로를 봉쇄하는 수비적인 역할로 중앙에 선 적은 있었지만, 이번엔 스콜스의 위치였다. 수비도 수비지만, 좀더 공격적인 패스를 해줘야 했다.

▲ 맨유의 포메이션. 박지성의 위치에 주목! ⓒ SBS스포츠 캡쳐


리버풀은 토레스를 최전방에 놓고, 그 밑에 제라드를 놓으면서 제-토 라인 활용 의지를 보였다. 좌우엔 막시와 카윗이 나왔고, 루카스와 마스체라노는 수비적인 위치에 나왔다. 아무래도 원정 경기다 보니, 수비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면서, 역습을 통한 공격을 노리고자 했다.

▲ 제-토 라인이 돌아온 리버풀 ⓒ SBS스포츠 캡쳐


경기 시작 5분만에 리버풀이 균형을 깨는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중앙에서 차단된 볼을 가로챈 뒤, 제라드가 사이드로 빠지는 카윗을 보고 볼을 찔러줬고, 카윗이 오른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토레스가 헤딩 슈팅으로 연결하며 선제 득점을 성공시켰다. 토레스의 움직임이 좋기도 했지만, 카윗의 크로스만 쳐다보다 선수를 놓쳐버린 맨유 수비들의 집중력도 아쉬웠다. 토레스와 헤딩 경합을 한 선수가 아무도 없었다. 아무튼 토레스는 다시 한번 맨유 킬러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 맨유 킬러 토레스의 선제골 ⓒ 스카이스포츠


한방 얻어 맞은 상황에서 맨유는 빠르게 동점골을 가져가며, 가라앉을 수 있었던 분위기를 쇄신시켰다. 오른쪽 사이드에서 볼을 받은 발렌시아가 중앙을 향해 전진하며 볼을 치고 들어갔고, 그 과정에서 뒤를 쫒던 마스체라노가 무리하게 미는 바람에 옐로우 카드와 함께 페널티킥을 허용하고 말았다. 반칙한 시점이 페널티박스 안인지, 밖인지 애매하긴 했지만, 판정은 이미 페널티킥으로 선언된 뒤였다. 키커로 나선 루니의 슈팅을 레이나가 막아냈지만, 루니가 재차 슈팅으로 가져가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 결국 득점에 성공한 루니 ⓒ 스카이스포츠


이후 경기 양상은 소강 상태에 접어 들었다. 볼 점유율은 맨유가 높았지만, 리버풀이 수비적으로 나오면서 역습 위주의 공격으로 나왔기에 리버풀 수비를 뚫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플레처는 단연 돋보였다. 왕성한 활동량으로 중원을 장악함과 동시에 사이드면 사이드, 중앙이면 중앙, 적절한 공격 가담으로 활력을 불어 넣었다. 그 덕분인지, 제라드는 첫 골에 관여한 이후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박지성은 2% 아쉬웠다. 루니에 집중된 수비를 틈 타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것 까진 좋았으나, 자신에게 온 볼을 원터치로 연결해 주거나, 잡고 돌아서는 과정에서 마스체라노와 루카스의 압박에 자주 볼을 뺏겼다.

자신이 중앙에서 발렌시아에 내줬다가 발렌시아의 크로스를 헤딩을 연결한 것을 득점으로 성공시켰다면, 이전의 미흡했던 부분들이 어느 정도 상쇄됐겠지만, 수비가 루니에 집중되느라 아무런 마크없이 한 헤딩 슈팅이 아쉽게 골대를 빗나가고 말았다. 이후 에브라의 크로스를 헤딩 슈팅으로 연결한 것도 골대를 빗나가 아쉬움을 남겼다. 주어진 역할이나 위치가 생소하기도 했겠지만, 부상에서 돌아온 긱스가 몸을 푸는 모습을 비춰줄 땐 박지성과 교체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하게 했다.

▲ Man of the match 플레처! ⓒ 스카이스포츠


후반에도 맨유의 공세는 계속 됐다. 박지성은 루니의 패스를 받아 캐러거와 아게르의 타이밍을 뺏어 왼발 슈팅까지 날려 봤지만, 아쉽게도 레이나의 정면을 향했다. 박지성이 루니에 연결한 스루 패스도 오프사이드가 되긴 했지만 좋은 시도였다. 맨유의 공격이 전반에 비해 세밀함을 더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리버풀은 제대로 된 공격 한번 해보질 못했다. 볼을 잡아 제라드나 토레스 쪽으로 연결했지만, 번번히 차단되거나 경합에 밀려 제대로 볼을 터치하지도 못했다. 종종 인수아나 글렌 존슨이 올라와 크로스를 연결하긴 했지만, 중앙에서 받아줄 선수도 없었다.

결국 계속되는 공세 속에 맨유의 역전골이 터졌다. 바로 박지성의 다이빙 헤딩 슈팅이었다. 중앙에서 볼을 잡은 루니가 사이드로 들어가는 플레처에게 볼을 내줬고, 플레처가 수비의 타이밍을 뺏는 크로스를 올리자, 박지성이 다이빙 헤딩으로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그 앞에선 루니를 향한 캐러거의 경합이 씨름에 가까울 정도로 치열했기에, 그 덕분에 박지성은 자유롭게 헤딩을 할 수 있었다. 글렌 존슨이 뒤늦게 발을 뻗어 봤지만, 이미 볼을 박지성의 머리를 떠난 뒤였다. 박지성의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이자, 리그 2호골이었다.

▲ 박지성의 역전 다이빙 헤딩 슈팅! ⓒ 스카이스포츠


리버풀은 실점 이후 아퀼라니와 바벨을 투입하며 공격적으로 나서고자 했으나 오히려 맨유의 공격을 막는데 고전했다. 이후 베나윤까지 투입하며, 가능한 공격 자원을 모두 투입했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경기 막바지에 사이드에서 토레스로 볼이 연결됐지만, 제대로 슈팅으로 가져가지 못했고, 재차 베나윤이 헤딩 슈팅을 시도했지만, 볼은 힘없이 반 데 사르를 향하고 말았다. 맨유는 긱스에 이어 스콜스까지 투입하며 노련하게 경기를 마무리 했다. 맨유는 리버풀을 상대로 승점 3점을 따내며 다시 리그 선두로 올라섰지만, 리버풀은 경쟁 팀들 보다 경기를 더 치뤘음에도 승점에선 밀리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09/10 EPL 31R] 맨유 vs 리버풀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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