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느빠로써 안정환을 위한 변명이랄까. 아무튼 냄비티즌이 안정환 까길래 발끈해 본다. 냄비티즌 뿐만 아니라 냄비언론 역시 뜬금 뽀록골이 터진 이동국에 밀렸다느니, 이동국이 해결사로 돌아왔다느니 둘을 비교하며 설레발을 치길래 말이다. 사실 코트디부아르 한 경기만 놓고 평가하기엔 섣부른 감이 있지만, 개인적으론 생각했단 것보다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일단 어제의 경기는 전후반을 나눠서 봐야 옳다. 대표 공격수 박주영이 사실상 주전으로 뛴다고 봤을 때, 포메이션에 따라 박주영의 대체자로써 이동국과 안정환이 얼마나 제 몫을 해 줄 수 있느냐를 테스트했기 때문이다. 전반 4-4-2 투톱에서 이동국과 이근호, 후반 4-2-3-1 원톱에서 안정환을 말이다. 사실 이동국을 원톱으로 활용하는 것은 이미 실패라 봐도 무방하다. 이미 많은 테스트에서 이동국은 소속팀에서 보다 못한 플레이로 충분히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정환을 원톱 대체자로 테스트해 본 것이며, 이동국을 투톱으로 나설 시 박주영의 대체자로써 테스트해 본 것이다.

▲ 가능성을 보여준 안정환 ⓒ 연합뉴스


먼저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확실히 전성기보다 못한 스피드와 역습시 패스 타이밍이다. 그리고 처음 호흡을 맞춘 탓인지 몇몇 선수와 동선이 겹치는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분명 원톱으로써의 역할만 놓고 봤을 땐 이동국이 원톱으로 뛸 때 보다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허정무 감독의 요구했던 것이 좌우로 많이 움직여 주면서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이에는 충분히 공헌했기 때문이다.

전반보다 공격 숫자가 한명 적은데도 불구하고, 역습시 더 매끄럽고 위협적인 연결이 가능했는데, 이는 상대 공격을 차단한 뒤, 전방으로 연결했을 때, 원터치 이후 공간을 찾아 들어가면서 2선에서 공격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좌우에선 이청용과 박지성의 돌파가, 중원에선 기성용의 쇄도가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그리고, 공간을 만들어내는 플레이와 동료를 이용할 줄 아는 플레이를 펼치며, 자연스럽게 매번 지적되던 원톱의 고립도 해결했다.

활동반경을 넓게 가져간 탓에 45분만 뛰고도 체력적으로 딸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안정환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아직 리그 시작되지 않은 상태이다. 선수들이 리그를 초점으로 몸을 만든다고 봤을 때, 아직 안정환의 몸상태가 정상 궤도가 아닐 뿐더러, 안정환에게 실질적으로 주어질 경기에서 주어질 시간이 20~30분이라 봤을 때 크게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 게다가 안정환이 소속팀에서 원톱을 뛰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의 전술 이해도가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정환은 이제 막 처음 손발을 맞춰 봤을 뿐이다. 앞으로 패스 플레이와 위치 변경에 대해 좀더 맞춰나간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본선에서 만날 상대를 생각해보면, 안정환의 전술적 활용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반드시 잡아야 하는 그리스 경기엔 4-4-2로 나설 가능성이 높지만, 우리보다 개인 기량이나 객관적 전력이 앞서는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경기에선 4-2-3-1로 선수비 후역습로 나설 가능성이 높기에 최전방에서 고립되지 않고, 미드필더와 유기적인 플레이에 능한 안정환이 원톱으로썬 이동국보다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