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맨유와 아스톤 빌라의 칼링컵 결승전. 지난 시즌 같으면 티비 중계를 봤겠지만, 이번엔 아프리카와 다음팟을 전전해야 했다. 아무튼, 이번 시즌 리그에서 아스톤 빌라에 1무 1패로 상대 전적에서 뒤지고 있었기에 맨유로써도 만만치 않은 경기였다. 그런데, 퍼거슨 감독이 꺼내든 전략은 의외 였다. 루니의 선발 배제, 그리고 오언과 베르바토프 투톱. 토너먼트 경기나 승리가 필요한 강팀과의 경기에선 주로 4-3-3 포메이션으로 중앙을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맨유의 주된 전술과는 다른 선발 라이업이었다. 아스톤 빌라는 역시 발 빠른 다우닝과 애슐리 영을 좌우에 배치했고, 최전방엔 헤스키와 아그본라허를 출전시켰다. 이번 시즌 맨유를 상대했던 그대로 빠른 발을 이용한 사이드 돌파를 노린 그런 포메이션이었다.

▲ 시작부터 페널티킥을 허용한 맨유 ⓒ 스카이스포츠


경기는 시작과 함께 아스톤 빌라가 선제골을 뽑아냈다. 오랜만에 출전한 비디치가 아그본라허를 막는 과정에서 빠른 발을 당해내지 못했고, 결국 페널티박스 안에서 발을 걸어 넘어트리고 말았다. 키커로 나선 밀너는 쿠슈차크가 막는 골문을 향해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이런 아스톤 빌라의 분위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번 시즌 내내 좋은 활약을 펼쳐줬던 리차드 던이 베르바토프의 압박에 볼을 빼았겼고, 이에 베르바토프는 볼을 잡고 골문 근처까지 끌고 들어갔다. 뒤늦게 리차드 던이 태클로 저지하려 했지만, 볼은 옆에서 쇄도하던 오언에게 연결됐고, 오언은 골문 반대쪽을 향한 오른발 슈팅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오언과 베르바토프를 선발로 내세웠던 퍼거슨 감독의 노림수가 제대로 통하는 장면이었다.

▲ 오언의 적절한 슈팅 동점에 성공 ⓒ 스카이스포츠


왼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한 박지성은 사이드 돌파보단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면서 중앙 미드필더나 최전방 공격수들과 볼을 주고 받으면서 찬스를 노렸다. 베르바토프와 2대1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마지막 슈팅까지 연결한 장면은 특히 아쉬웠다. 맨유나 아스톤 빌라나 대체적으로 조심스럽게 경기 펼쳐 나갓다. 양 팀 모두 역습 속도가 빠른 팀이라 자칫 많은 선수가 섣부르게 공격에 가담했다가 한번의 역습으로 실점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풀백들의 공격 가담은 자제하면서 맨유는 많은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슈팅 찬스를 노렸고, 아스톤 빌라는 사이드로 길게 내준 뒤, 주력 싸움을 시켰고, 다시 중앙으로 크로스를 올리는 방식으로 공격해 나갔다.

맨유는 전반이 끝나기 전에 오언을 빼고 루니를 투입시켰다. 루니가 투입되자 발렌시아가 돌파 이후 크로스를 올리는 횟수가 잦아졌다. 최근 발렌시아와 루니의 호흡이 괜찮았기에 아스톤 빌라 수비들의 신장이 크다 하더라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작전이었다. 전반 추가 시간에 박지성이 아쉬운 슈팅 기회가 이어졌다. 발렌시아의 크로스가 수비에 막힌 뒤 박지성 발 앞에 떨어지자, 박지성이 슈팅을 날렸으나 볼은 골포스트에 맞고 튕겨져 나왔다.

▲ 최강 루니의 역전 헤딩슛! ⓒ 스카이스포츠


후반에도 맨유의 공격은 계속됐다. 하지만 캐릭과 플레처는 아스톤 빌라의 수비진을 무너트리는 좋은 패스를 넣어주지 못했다. 스콜스의 부재가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상대 역습에 대비하기 위해선 캐릭과 플레처의 수비 가담이 필요했다. 대신 베르바토프가 좋은 패스를 연결해주며 맨유가 몇 번의 슈팅 찬스를 가져 갔지만, 프리델의 선방에 막히고 말았다. 아스톤 빌라는 중앙 공격수들의 머리를 노리는 크로스를 주로 올렸지만, 비디치와 에반스에 막히며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에반스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다른 선수들의 커버 플레이가 좋았다. 이러한 양 팀의 균형은 루니에 의해 깨지고 말있다. 베르바토프와 2대1 패스를 받아 사이드 돌파에 성공한 발렌시아는 중앙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상대 마크를 피해 있던 루니가 강한 헤딩은 아니었지만, 정확한 헤딩 슈팅으로 골문 우측 상단으로 프리델을 살짝 넘기며 역전골을 뽑아 냈다.

▲ 칼링컵 2연패 맨유! ⓒ 스카이스포츠


이후 맨유는 박지성의 단독 돌파와 루니의 골포스트를 맞는 헤딩 슈팅을 만들어 내며 계속해서 아스톤 빌라의 골문을 위협했다. 동점골이 필요했던 아스톤 빌라는 결국 욘 카레브를 투입하며 높이를 이용한 득점을 노렸다. 하지만 많은 선수들이 가담한 맨유의 골문 앞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헤스키의 헤딩 슈팅이 크로스바에 맞기도 하고, 라치드 던의 헤딩 슈팅이 골문을 살짝 빗나기도 했지만, 쿠슈차크가 지키는 골문는 결국 열리지 않았다. 마지막에 가선 박지성 대신 깁슨을 투입한 맨유는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가며 승리를 지켜냈다. 이로써 맨유는 지난 시즌에 이어 칼링컵 2연패에 성공하며, 최근의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09/10 잉글리시 칼링컵] 맨유 vs 아스톤 빌라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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