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불륜매치'라 불렸던 28라운드 첼시와 맨시티의 경기. 첼시 입장에선 맨유를 따돌리기 위해서라도, 인테르 원정에서 패했던 분위기를 반전하기 위해서라도 승리가 필요했고, 맨시티 입장에선 치열한 4위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라도, FA컵에서 스토크 시티에 패했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승리가 필요했다. 이런 경기 내적인 요소만으로도 관심이 집중되는 경기였는데, 여기에 존 테리와 웨인 브릿지의 관계로 인해 경기에 대한 관심은 더욱 더 뜨거웠다. 경기 내내 비춰주던 존 테리와 웨인 브릿지.

▲ 동료의 부인을 사랑했네~ ⓒ 스카이스포츠


첼시는 인테르를 상대했던 라인업에서 칼루 대신 조 콜이 나온 것을 제외하곤 동일했다. 분명 체력적 부담이 있었을 텐데도 이렇게 최상의 멤버로 나온 것을 보면 이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 경기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맨시티는 첼시의 중원을 상대하기 위해 사발레타-데 종-배리가 선발로 출전했고, 공격엔 테베즈를 필두로 좌우에 아담 존슨과 벨라미가 출전했다.

▲ 양 팀 선발 라인업 ⓒ ESPN 캡쳐


경기의 주도권은 시작부터 첼시가 쥐고 있었다. 조 콜과 아넬카가 좌우에서 흔들어주면서 공격을 주도해 나갔다. 맨시티가 선수비에 후역습의 전략을 들고 나와서 쉽게 골문이 열리지 않았지만, 맨시티가 첫 득점에 성공하기 전까지 유효 슈팅이 한 개였던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일방적인 경기였는지 알 수 있다. 맨시티도 전반에 몇 번의 기회가 있긴 했지만, 사이드에서 볼을 잡았을 때, 공격 타이밍을 늦추는 바람에 제대로 된 연결도 시켜보지 못했다. 특히 아담 존슨의 확실한 처리가 아쉬웠다. 변변한 크로스도 올려보지 못했고, 돌파는 첼시 수비에 번번히 막혔다.

맨시티는 수비도 불안 불안했다. 웨인 브릿지는 첼시 관중의 야유에도 불구하고 그런대로 선방했지만, 리차즈가 불안했다. 조 콜과 아넬카의 돌파와 크로스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그나마 기븐이 있었기에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첼시는 많은 찬스를 잡았지만, 골운이 없었다. 특히 아넬카의 슈팅이 램파드에 맞은 것은 아쉬웠다. 그래도 믿을 만한 선수는 램파드 뿐이었다. 한번의 움직임으로 맨시티 수비진을 빠져 나온 뒤, 조 콜이 찔러준 패스를 몸을 돌리며 슈팅으로 연결시켰다. 기븐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 조 콜의 패스, 램파드의 마무리 ⓒ 스카이스포츠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레스콧이 길게 걷어낸 볼을 미켈이 백헤딩한 것이 테베즈한테 연결됐고, 테베즈는 카르발료와 존 테리를 개인 돌파로 따돌리고 슈팅을 때렸고, 그리 강한 슈팅은 아니었지만, 타이밍을 놓친 힐라리오는 데굴데굴 굴러가는 볼을 쳐다만 볼 수 밖에 없었다. 미켈의 실수가 가장 컸지만, 테베즈를 제대로 막지 못한 카르발료와 존 테리의 수비 역시 아쉬웠다. 체흐의 공백도 아쉬웠다. 침착하게 각을 좁히며 대처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슈팅이었다.

▲ 테베즈에 농락 당한 첼시 수비진 ⓒ 스카이스포츠


전반을 앞선 채 끝냈으면 첼시에 유리했겠지만, 허무하게 동점골을 내주고 나니 급해진 쪽은 첼시였다. 반면 맨시티는 분위기가 한껏 올라 있었다. 첼시를 상대로 원정 경기에서 승점 1점은 나쁘지 않은 결과였기 때문이다. 첼시는 추가 득점을 위해 이바노비치와 말루다까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하지만 이게 화근이 되어 한번의 역습에 무너지고 말았다. 벨라미는 미켈을 상대로 볼을 골문 앞까지 끌고 들어갔고, 각이 없는 상황에서 빠른 슈팅으로 역전 골을 성공시켰다. 이 역시 체흐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 개인 돌파로 역전 골을 성공시킨 벨라미 ⓒ 스카이스포츠


첼시는 두 실점에 공조한 미켈을 빼고 벨레티를, 조 콜을 대신해 스터리지를 투입시켰다. 승리를 위한 총공세였다. 첼시는 모든 수비수를 모두 제치고 슈팅을 때릴 순 있었지만, 마지막 기븐을 뚫진 못했다. 아넬카의 슈팅도, 드록바의 슈팅도, 발락의 슈팅도 모두 막아냈다. 첼시는 결국에 가선 카르발류 대신 칼루까지 투입하며 모험수를 뒀다. 하지만 이러한 모험수는 패배를 공고히 할 뿐이었다. 벨리티가 배리와의 헤딩 경합에서 볼을 뺏기자, 돌파해 들어가는 배리를 막기 위해 바짝 붙어 마크한 것이 배리가 페널티 라인 안에서 넘어지자, 벨레티는 페널티킥은 물론이고, 퇴장까지 당하면서 경기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키커로 나선 테베즈는 깔끔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 설상가상, 페널티킥에 퇴장까지 당한 벨레티 ⓒ 스카이스포츠


여기에 발락까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하자, 수적 열세에 놓인 첼시는 맨시티의 역습에 또 다시 무너졌다. 라이트 필립스의 패스를 받은 벨라미가 추가골을 성공시키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첼시는 경기 막바지에 아넬카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램파드가 성공시키며, 한 골 따라가긴 했지만, 승부는 이미 결정난 뒤였다. 맨시티는 이번 승리로 리버풀과 토트넘을 따돌리고 4위에 올라섰고, 첼시는 맨유에 승점 1점, 아스날에 승점 3점 차로 쫒기게 됐다. 무엇보다 첼시는 체흐의 부상이 아쉬운 경기였다.

[09/10 EPL 28R] 첼시 vs 맨시티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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