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튼이 우승 경쟁을 하는 두 팀, 첼시와 맨유를 연이어 잡아냈다. 27라운드 에버튼과 맨유의 경기는 양 팀 모두 상승세에 있었기에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는 지략 싸움에서 모예스 감독의 승리로 끝난 경기였다. 맨유는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는데, 포백에 에브라-에반스-브라운-네빌로 내세웠다. 밀란과의 챔스 경기에서 하파엘이 호나우지뉴한테 탈탈 털린 기억때문인지, 오랜만에 게리 네빌이 선발로 나왔다. 중앙엔 플레처와 캐릭이, 양 측면엔 퇴장 당한 나니와 부상 당한 긱스를 대신해 박지성과 발렌시아가 나왔고, 투톱엔 루니와 베르바토프 나왔다. 에버튼은 사아를 최전방에 배치해 에반스를 괴롭혀 줬고, 그 밑에 도노반과 피에나르를 배치해 지속적으로 네빌 쪽을 공략케 했다.

▲ 양 팀 선발 라인업 ⓒ 스카이스포츠 캡쳐


이러한 작전은 꽤 효과적이었다. 네빌은 물론이고, 발렌시아에 플레처까지 협력 수비를 해줘야 했고, 이 때문에 맨유는 경기장을 폭 넓게 활용하지 못하고, 에버튼의 작전에 끌려 다니며, 맞뿔로 오른쪽에 집중된 공격에 치우졌다. 그래도 선제골은 맨유 쪽에서 나왔다. 전반엔 협력 수비를 통해 어느 정도 마크가 가능했고, 공격에서도 맨유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발렌시아의 크로스가 어느 정도 먹혀 들었기 때문이다. 계속된 크로스 중에 디스탱의 발에 맞고 굴절된 볼이 베르바토프 앞에 떨어졌고, 베르바토프의 강한 슈팅을 통해 선제골을 뽑아 냈다.

▲ 선제골을 넣은 베르바토프 ⓒ 스카이스포츠


하지만 흐름이 맨유로 오기도 전에 에버튼의 동점골이 터져 버렸다. 후방에서 길게 올려준 볼을 에반스가 사아와 경합하다 갈끔하게 처리하자, 빌랴레치노프가 세컨 볼을 따내며, 그대로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다. 볼은 반 데 사르가 반응할 틈도 없이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금세 동점골이 나오자 맨유의 경기력을 더 꼬여만 갔다. 위협적인 장면이라곤 루니가 중앙에서 베르바토프의 패스를 받아 키퍼까지 제친 장면 딱 하나였다. 이 마저도 필립 네빌의 수비에 막혀 추가골을 넣지 못했다. 그 외의 공격 전개 정면에선 전체적으로 실망스러운 경기였다. 빠르게 역습으로 나설 장면에서 베르바토프에 볼만 가면 공격 템포가 늦쳐졌고, 이어지는 패스 마저도 선수를 보고 줄 것인지, 공간을 보고 줄 것인지에 대한 서로의 사인이 맞지 않아 패스 미스가 많았다.

▲ 곧이어 터진 빌랴레치노프의 동점골 ⓒ 스카이스포츠


반면, 에버튼은 집중된 측면 공략이 효과적이었다. 발렌시아와 네빌이 공격을 위해 올라간 공간을 피에나르와 도노반이 볼을 주고 받으며 침투해 들어갔고, 간헐적으로 오스만까지 가세하며 맨유의 오른쪽 측면을 집중적으로 허물어 갔다. 여기에 에반스의 불안한 볼처리까지 겹치면서 에버튼에 위협적인 슈팅 기회를 자초했다. 빌랴레치노프의 높이 떠버린 슈팅이나 도노반의 빗맞은 슈팅 모두 네빌 쪽에서 올라온 크로스였다.

전반에 그렇게 털렸으면 후반이 시작되자 마자 뭔가 변화를 줬어야 했는데, 퍼거슨 감독의 대처는 너무 안일했다. 베르바토프는 진작에 뺐어야 했고, 박지성과 발렌시아의 위치에 변화를 주던지, 플레처를 사이드로 돌리고, 중앙에 스콜스를 빨리 투입했어야 했다. 그냥 전반 그대로 두자 후반에도 에버튼의 집중된 공격을 계속됐다. 이렇게 되니 초조한 쪽은 맨유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맨유는 후반 67분이 되서야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베르바토프 대신 스콜스를, 박지성 대신 오베르탕을 투입했다.

▲ 경기 내내 털린 게리 네빌 ⓒ 스카이스포츠


하지만 이미 경기 분위기는 에버튼이 가져간 뒤였다. 지속적으로 네빌 쪽을 공략하던 에버튼은 기어코 그쪽에서 시작된 공격으로 역전골을 뽑아냈다. 도노반이 돌파 이후 돌아 들어가던 피에나르에 볼을 내줬고, 피에나르는 중앙 쪽으로 땅볼 크로스를 올렸다. 볼은 교체로 투입된 고슬링에 까지 이어졌고, 고슬링은 볼의 방향만을 바꾸면서 역전골을 터트렸다. 이렇게 되자 맨유는 발렌시아 대신 오언까지 투입하면서 동점골을 노리고자 했다. 하지만 이미 수비적으로 돌어선 에버튼의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교체로 들어온 로드웰에 추가골까지 허용하며 3대1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 동점골을 성공시킨 고슬링 ⓒ 스카이스포츠


지난 라운드 에버튼이 첼시를 잡아주면서 맨유가 기회를 잡는가 했는데, 맨유마저 에버튼에 잡히면서 첼시와의 승점 차를 좁힐 수 있는 기회를 날려 버렸다. 승점도 승점이지만, 맨유로썬 총체적인 문제를 드러낸 경기였다. 수비 쪽에선 센터백과 오른쪽 풀백의 보강이 절실해 보였다. 공중볼 처리에 미숙하고, 대인 마크에 허점을 보인 에반스는 아직 퍼디난드나 비디치를 대체하기엔 역부족이었고, 늙은 게리 네빌이나  어린 하파엘 대신 땜방 오셔가 그리웠다. 중앙에서도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공격적인 패스 전개를 해줄 스콜스의 대체자도 필요해 보였고, 공격에서도 루니의 템포에 맞춰서 호흡을 맞춰 줄 공격수가 필요해 보였다.

[09/10 EPL 27R] 에버튼 vs 맨유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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